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의 다운 폴 (Der Untergang: The Downfall, 2004)
이번 달에 선택한 영화는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의 "다운 폴 (Der Untergang: The Downfall, 2004)"입니다.
히틀러가 집권하고 나치스 정권에 의해 광범위한 유태인 학살이 어떻게 대부분 국민들의 동의하에 이루어질 수가 있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어서 이 의문을 풀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들여다보고 싶지 않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처럼 코로나 19로 울적한 시기에 다루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주제와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나라에서 국가의 통제가 강화되면서 전체주의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고, 일부 종교인들이 보여주는 모습들이 나치정권 당시 독일인들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떠올리게 되면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2014년 개봉하기 전에는 우리말 영화 제목이 "몰락 - 히틀러와 제3제국의 종말"으로 소개되었었으나 "다운 폴"이라는 제목으로 개봉하고 나서는 이 제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는 개봉 전 제목이 더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을 하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를 이용하여 패러디한 장면이 너무 유명해서, 영화를 보지 못한 경우에도 패러디한 장면은 대개들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를 감독한 올리버 히르비겔이 처음 만든 영화가 "엑스페리먼트 (Das Experiment, 2001)"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이 영화를 제작하고 각본을 쓴 베른트 아이힝거는 독일 영화계에서는 대표적인 제작자로 "다운 폴" 외에 “네버 엔딩 스토리, 1984”, “장미의 이름, 1986”,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1989”, “향수, 2005”, “바더 마인호프, 2008” 등을 제작하였는데, 이 영화의 각본도 썼습니다. 각본은 요아힘 페스트의 책 <Der Untergang (몰락)>과 이 영화에서 화자로 나오고 히틀러의 비서로 일했던 트라우들 융에 등의 회고록을 토대로 히틀러와 주변 인물들이 벙커에서 지낸 마지막 14일을 영화로 만든 것입니다. 요하임 페스트의 책은 <히틀러 최후의 14일>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만들어질 때 트라우들 융에는 세상을 떠난 상태였고, 영화 속에 나오는 인터뷰는 다큐멘터리 “히틀러의 여비서 (Im toten Winkel – Hitlers Sekretärin, 2002)”의 장면을 이용한 것입니다.
이 영화 통해서, 그 당시 상황을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입장에서 보고 느낀 것이기에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그래도 그 당시 역사의 단면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 내용을 보고 이 사람들을 잘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전범으로 기소된 사람들 중에서 이 영화에도 등장하는 알베르트 슈피에와 영화에는 출연하지 않지만 폴란드 총독을 지낸 한스 프랑크 오직 두 사람만이 죄를 인정하고 반성을 했다는 내용을 알게 되고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올리버 히르비겔 감독은 "천국에서의 5분간 (Five Minutes of Heaven, 2009)“으로 선댄스 영화제에서 월드시네마 극영화 감독상을 수상했으며, "다운 폴"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다운 폴”과 연관해서는 “위대한 독재자 (The Great Dictator, 1940)”를, 유태인 학살과 연관해서는 “밤과 안개 (Nuit Et Brouillard, 1955)”와 “쇼아 (Shoah, 1985)”를 추천합니다.
그리고 히틀러와 대비되는 스탈린에 대해서는 “스탈린이 죽었다! (LA MORT DE STALINE, 2017)” 라는 스탈린의 죽음에 대해 코믹하게 다룬 영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