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풍경 – 노인에 대한 편견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많이 이용한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세계적이고 가장 원활하게 사통팔달 잘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그리고 또 무엇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지하철에서 책 읽기를 즐겼기 때문에 가방 속에는 언제나 한 권의 책을 넣고 다녔다. 그러나 지하철에서 느낀 나의 황당함이라고 할까? 자괴감이라고 할까?
어느 날처럼 지하철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데 옆에서 들리는 소리
“눈이 좋은가 봐.”
“글쎄, 아마 TV가 없었던 시절에 태어난 분인가 봐.”
노인은 지하철에서 책을 읽어서는 안 되는가 보다. 그저 입 꾹 다물고 멍하니 앉아서 가야만 되는가 보다. 내 나이 또래 중 그래도 진보적이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그날은 스스로 찬물을 쏟아부었다.
이틀 연일 약속이 있어 외출을 했다. 역시 지하철을 이용했다. 아파트 정문 앞에서 3분 정도 내려가면 마을버스가 있고 그 마을버스는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어 5분 정도만 걸으면 지하철로 어느 곳이든 갈 수 있다.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왜 혼자 다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었다. 지하철 자리에 앉아 있으면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부터 훅 들어오는 물음 “혼자서 어디에 가느냐?”는 것이다. 거기에 한술 더 떠 “몇 살이냐?”, “아주 대단하다.”고 한다. 노인은 혼자 다니면 안 되는 것인가. 나도 모르게 어이없는 한숨을 내쉴 수밖에. 내 걸음이 불안정하기에 염려하는 것이라고 선의(善意)로 마음을 달래 보지만 불쾌함을 지울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혼자가 아닌가.
자신의 몸이 쇠약하여 꼼짝하지 못하면 몰라도 혼자서 움직일 수 있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억만금을 가지고 있더라도 움직일 수 없다면 그것이 무슨 소용인가. 노년에 몸을 움직이고 어디든지 길을 헤매지 않고 가고 올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몸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 지하철 속에 널려 있는 그 많은 스마트폰, 무슨 좋은 소식이 많다고 그토록 그 기계에 몰두하는지 궁금하다. 지하철 안에서 그들은 스마트폰을 보고,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친다. 또 누구는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훅훅 어퍼컷을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