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 고도를 기다리며
1막
시골 길, 나무 한 그루가 서 있다.
에스트라공: 오늘은 그만 가자
블라디미르: 가면 안 되지
에스트라공: 왜?
블라디미르: 고도씨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고도씨는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소년: 고도 씨가 오늘 밤엔 못 오고 내일은 꼭 오겠다고 전하랬어요
에스트라공: 우리가 이렇게 같이 붙어 있은 지가 얼마나 될까?
블라디미르: 모르겠다. 한 오십 년?
에스트라공: 그만 갈까?
블라디미르: 가자
두 사람 다 움직이지 않는다.
2막
에스트라공: 오늘은 고도씨 기다리며 운동이라 할까?
블라디미르: 아니 춤추고 놀고 이야기나 하자
에스트라공: 그래 춤추고 놀자
블라디미르: 운동하고 놀자니까 이 자식아!
소년이 다시 나타났다
에스트라공: 오늘 밤엔 못 온다는 거지
소년: 네
블라디미르: 내일은 꼭 오겠다는 거지
소년: 네
블라디미르: 그럼 갈까
에스트라공: 가자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 바케트
두 사람은 연극이 끝날때까지 고도씨를 기다리며 서로 말을 주고 받으며, 장난도 치고, 운동도 하고, 싸우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2막이 끝나고 막이 내려올 때 관객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뭐지? 고도씨는? 희망인가? 신인가? 고민에 빠집니다.
3막
출입금지, 나무 한 그루가 있다.
버텨 보자
좀 더 버티면 될 거야
365일을 버텼다
끝나지 않는구나
다시 한번 기운내보자
730일을 버텼다
그리고 다시 거리두기가 시작되었다
2022년 3년 차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고도씨는 올까?
소년이라도 왔으면 좋겠다.
이젠, 버틸 힘도 의지도 없습니다. 고도씨를 기다리며 광대라도 되고 싶지만 생존이란 현실은 이 마저도 할 수 없게 만듭니다.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숙박, 음식업종의 순이익이 전년 대비 89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빚으로 겨우 버티는 상황은 이젠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고도씨는 소년을 보내 희망이라도 주고있지만 현실은 거지같은 희망고문으로 굳어지는 실핏줄에 구멍내고 바람만 넣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재난상황에서 양극화는 심해지고 괴리감은 커지고 있는데 정부는 재정건정성만 나불거리며 빈 깡통만 요란하게 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