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알바로 브레히너 감독의 "12년의 밤(La noche de 12 anos, 2018)"
이번 달 영화는 알바로 브레히너 감독의 "12년의 밤 (La noche de 12 anos, 2018)"입니다.
알바로 브레히너 감독은 우루과이 감독으로 다큐멘터리 전문 TV 방송에서 일하다가 영화를 만든 감독입니다.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는 이 영화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알려져 있는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에 관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호세 무히카는 군부독재 시절에 모두 14년 동안을 교도소에서 지냈습니다.
이 영화는 1973년 의회가 해산되고 군사쿠데타가 일어나면서 투파마로스 무장투쟁 민중해방운동 단체는 패배하게 되었고 생존자 9명이 체포되는 데, 이 중 3명인 호세 무히카, 엘레우테리오 페르난데스 우이도브로, 마우리시오 로셍코프가 군사정권이 종식되는 1985년까지 12년간 교도소에서 수감자가 아니라 인질로 지내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12년 동안 이 세 사람이 어떻게 지냈는지를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보는 내내 마음이 아팠지만 이 영화의 끝이 주는 감동이 이 영화를 추천하게 만들었고, 이 영화를 잘 이해하기 위해 우루과이의 역사를 조금 들여다 보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의회 민주주의 국가였던 우루과이는 1967년 3월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스카르 헤스티도 대통령이 1967년 10월에 갑자기 사망하면서 나머지 기간을 호르헤 파체코 아리코 부통령이 집권하게 되고, 파체코는 우루과이 사회당과 기타 진보 조직 및 그 신문을 금지하고, 대학에서 교수들을 숙청하고, 노동조합을 탄압했습니다. 그의 억압적인 정치와 경제 위기와 높은 인플레이션은 사회적 갈등을 고조시키고 1963년 결성된 투파마로스 도시 무장 투쟁 활동을 더욱 확장시켰습니다.
파체코의 후임으로 1972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안 마리아 보르다베리는 1973년에 우익성향의 장군인 안토니오 프란체스코를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며 군사독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으며, 1973년 의회 해산, 정당 활동 금지, 노조 해체 단행을 하며 군부에 의해 쿠데타를 완성합니다. 이후 1985년까지 군사독재정권이 집권을 하게 됩니다.
이 기간에 민주 인사에 대한 고문과 살해 등, 각종 탄압이 자행되었습니다.
1984년 군사통치의 제도화를 위한 헌법 개정이 국민투표로 부결되면서 군사정권은 끝나게 되었고, 1985년 3월 1일 비로소 민정 이양이 이루어지고, 이 때 발표된 게릴라들과 범죄를 저지른 군인들을 사면해주는 사면 법률에 의해 교도소에 있던 호세 무히카 등도 석방하게 됩니다.
그러나 “일반인이든 군인이든 1962년 1월 이후에 저지른 정치에 관련된 모든 범죄를 사면한다”는 사면 법률로 비인간적인 행위를 저지른 군인들에게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그 후 비인간적인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으나 대법원에서 위헌으로 판결함으로써 독재기간 동안 인권 유린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을 단죄하려는 시도를 무력화시켰습니다.
1985년 이후로 투파마로스는 무장 투쟁 방식을 버리고 민중참여운동으로 정치 무대에 복귀하게 됩니다.
호세 무히카는 1994년에 하원의원, 1999년에 상원의원으로 선출되었고,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바스케스 대통령 행정부의 농목축수산부 장관을 지냈으며, 2010년에 5년 임기의 대통령으로 선출이 됩니다.
호세 무히카는 우리에게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작 본인은 가난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필요한 것이 많은 사람인데, 자신은 절제할 줄 아는 것이지 가난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호세 무히카와 같이 투파마로스 무장 투쟁에 참여하였던 부인 루시아 토폴란스키는 2010년 상원의원이 되었고 2017년 9월 16일- 2020년까지 이 나라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 되었습니다.
영화 내용과 호세 무히카를 좀 더 이해하려면 마우리시오 라부페티가 지은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도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12년의 밤”은 넷플릭스에서 만들었으며. 2018년 베니스영화제에서 'Venice Horizons Award'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에 올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