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영화는 윌리엄 니콜슨 감독의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Hope Gap, 2019)"입니다.
파이어라이트 (Firelight, 1997)가 처음 감독한 영화이고 이 영화가 두 번째 영화입니다. 감독보다는 각본가로 더 유명하며, 우리가 잘 아는 "글래디에이터, 2000", "레미제라블, 2012", "만델라: 자유를 향한 머나먼 여정, 2013" 등 여러 영화들의 각본을 썼습니다.
니콜슨 감독이 젊을 때 경험을 바탕으로 쓴 희곡 '모스크바로부터 퇴각(The Retreat from Moscow)'이 원작입니다. 이 희곡을 나중에 영화로 만들면서, 감독이 어릴 때 살던 곳인 씨포드에 위치하고 있는 "호프 갭 (Hope Gap)"이 영화의 주요 무대가 되었고 영화 제목도 "Hope Gap"입니다. 한글 제목인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우리나라 관객들을 위해 영화 내용을 토대로 만든 제목으로 생각됩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아들 제이미가 감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호프 갭과 세븐 시스터즈 절벽의 풍경은 매우 독특하며 인상적이어서, 영화에 나오는 풍경들이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입니다. 첫 번째 영화인 "파이어라이트"에서도 장소가 영화의 매력을 더하게 하였는데,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세븐 시스터즈 해안절벽은 예전에 영국을 방문했을 때 가 본 곳으로 그 때도 감탄하면서 보았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옛날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영화에 시가 많이 소개되는 데, 감독의 어머니는 실제로 시를 사랑하였고, 긴 시도 외워서 낭독하곤 하였으며, 감독이 첫사랑과 헤어져서 힘들었을 때 사랑과 이별에 대한 시를 모아 책으로 만들어주셨다고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습니다.(오마이뉴스 인터뷰)
소개되는 시 중에서 로세티의 시가 있어서, 처음에는 우리 공감편지에 글을 써주고 계신 정은귀 교수님이 번역하여 출판한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고블린 도깨비 시장>에 있는 시가 아닌가해서 찾아보았더니, 오빠인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 시였습니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는 시뿐만 아니라 화가로 더 유명했는데, 실제로 <고블린 도깨비 시장>에 있는 삽화들을 그렸습니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이 영화만 가지고 있는 맛이 있습니다. 독특한 풍경과 중간 중간에 낭독되는 시, 그리고 감독의 삶이 담겨있는 대사들과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습니다. 그레이스를 연기한 아네트 배닝보다 에드워드 역을 맡은 빌 나이와 제이미 역을 맡은 조시 오코너의 연기가 영화를 보고나서도 여운이 남게 하였습니다.
첫번째 영화인 파이어라이트 (Firelight, 1997)도 같이 보기를 추천합니다.
영국 남동부 이스트 서식스 씨포드 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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