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e Cho, “You are my sidekick forever”, 2022, Digital Painting
나의 아침은 눈 뜰락 말락 할 때 “ Alexa, what’s today’s news?”로 시작한다. CNN의 ‘ Five things to know’에 이어 산제 굽타 박사 (Dr. Sanjay Gupta)의 팟캐스트, ‘Chasing Life’가 나온다. “왜 의사들이 자연 한 첩을 처방할까” (Why Are Doctors Prescribing Nature?)가 오늘의 에피소드이다. 흥미로운 주제일 때는 마저 들으려고 침대에서 20분을 더 뭉기작거린다.
https://www.cnn.com/audio/podcasts/chasing-life/episodes/61bac268-cd70-4eba-90b7-ae7b01509dee
자연이 우리의 심신 건강에 주는 효능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나 만성 염증을 감소하고, 집중력 향상, 면역력 증진 등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 Dr. Melissa Lem (founder of the first national nature-prescription program in Canada)에 따르면 가능하면 자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 좋겠지만, 적어도 일주일에 두시간 , 하루에 20분 내지 30분 자연에서 보내면 그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고 한다.
굳이 과학적 연구를 들먹이지 않아도 우리 몸이 아는 것 같다. 팬테믹 처음 1년간 뉴욕시를 떠나 통나무집에서 보낸 숲속의 생활이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이민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시절로 떠올리게 된다. 얼마 전 코네디컷주에 사는 아들네가 이사해서 손녀를 봐주러 두 주말을 다녀왔다. 차를타고 오가면서 보면 코네디컷에는 그린 스페이스가 많다. 전에는 하룻길에 다녀오느라 눈길만 주었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는데 오랜만에 Hamden에 위치한 Sleeping Giant State Park와 Brooksvale Park에 가서 자연의 보약을 여러 첩 먹고 왔다.
Sleeping Giant State Park
Quinnipiac University cafeteria 에서 보는 Sleeping Giant
Sleeping Giant State Park는 이름처럼 멀리서 보면 산 능선이 커다란 거인이 누워 있는 형상이다. 이곳에 30개 정도의 하이킹 트레일이 있다. 왕복 3마일정도 되고, 비교적 쉬운 Sleeping Giant Tower Trail로 향했다. 꼭대기(Mt Carmel)에 가면 석조로 된 관측 타워가 있는데 전망이 좋아 롱아일랜드 사운드와 뉴헤븐( New Haven)도 보인다. 여기 돌들은누렇고 붉으스름한 색깔이 독특한데 오랜 세월 철분이 녹아서 만들어진 색이라 한다.
손녀를 데리고 다음 날 이곳을 다시 찾았는데 주차하다 보니 건너편 Quinnipiac대학 캠퍼스가 눈에 들어왔다. 캠퍼스에 벚꽃이 피고 너른 잔디밭이 뛰놀기 좋을 것 같아 산에 오르는 대신 캠퍼스에 들어 왔는데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이곳에서 잠자는 거인의 능선이 잘 보인다.
퀴니피액(Quinnipiac Tribe) 아메리칸 인디언들 사이에는 잠자는 거인에 대한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호보막(Hobbomock)이라는 거대한 돌의 악한 정령이 사람들이 자기를 잘 섬기지 않는다고 노하여 발을 쿵 하고 치자 코네티캇 강물 줄기를 바꾸어 놓았다고 한다. 더 이상 해코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착한 정령 카이탄(Keitan)이 주술을 걸어 호보막를 영원히 잠들게 하여 지금 보는 것처럼 잠자는 거인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전설이 이야기책으로 나왔을 법해서 찾아보았다. 손녀가 조금 더 크면 이곳에 하이킹을 하고 읽어주면 좋아할 것 같다.
대학 캠퍼스를 구석구석 뛰어다녀 출출하던 참에 대학 카페테리아에서 파스타와 돼지고기 그리고 야채 그릴한 것을 먹었다. 심심하고 단순해 나와 손녀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경치와 맛을 겸비한 햄든의 맛집을 찾은 것 같다. 손녀와 씨름하고 시장이 반찬이었던가?
Brooksvale Park
Brooksvale Park는 Hamden에 위치한 500에이커 되는 파크인데 동물 농장, 유기농 채소 가든, 양봉장이 있고, 메이플 시럽도 만든다고 한다. 농장 뒤쪽으로는 하이킹 트레일들이 이어지는 것 같다. 오는 길에 손녀에게 동물들도 보여주고 신선한 달걀과 꿀도 사려고 농장에 들렸다. 손녀는 피곤했는지 차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덕분에 남편과 번갈아 한가히 농장을 둘러보았다. 소박한 곳이라 마음이 평온해진다.
달걀은 시즌이 시작되지 않아 아직 팔지 않는다고 한다. 농장 직원이 기다려 보라고 하더니 달걀 한 다즌을 갖고 나왔다. 달걀에는 아직 깃털이 묻어있었다. 돈을 주려해도 안받는다. 아직도 이런 인심이 있다는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빨간 축사 앞에서 책을 읽고 있는 직원을 멀리서 사진으로 담아보았다.
오는 길에 단잠에서 깨어난 손녀와 Old MacDonald 노래를 불렀다. 조그만데 어디서 우렁찬 목소리가 나오는지.
Old MacDonald had a farm, E-I-E-I-O!
And on his farm he had a cow, E-I-E-I-O!
With a moo-moo here and a moo-moo there,
Here a moo, there a moo,
Everywhere a moo-moo,
Old MacDonald had a farm, E-I-E-I-O!
아직도 우리 애들 키울 때와 통하는 노래가 있어 다행이다. 세사미 스트리트와 미스터 로져스 네이버후드는 어디로 가고 코코멜론, 넘버블락의 시대가 왔는지…
힐링다방
Sue Cho, “Can we talk?”, 2022, Digital Painting
아침에 들은 팝케스트에서 자연에서, 숲속에서 가능한 시간을 많이 보내면 좋겠지만 그럴 여건이 되지 못하면 자연을 집으로 가지고 오라는 말이 나에겐 현실적인 조언으로 와닿는다. 화초를 가꾸던지, 물소리나 새소리를 녹음한 것을 듣던지, 자연의 영상이나 사진을 보면서 우리 뇌가 자연이라고 인식하고 경험하는 것도 우리에게 자연 한 첩을 준다고 한다.
지금 아파트로 처음 이사 왔을 때 조그만 발코니라도 밖과 통하는 공간이 있어 위안이 되었다. 이곳을 예쁘게 꾸민다고 타일을 깔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발코니는 꼬리곰탕 끓일 때 냄비를 내다놓고 기름을 굳힌다는지,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는 과일과 채소등 장본 것을 보관하는 창고로 점점 둔갑했다.
드디어 ‘자연을 발코니로’ 액션에 옮겼다. H mart에 가서 상추와 깻잎 모종을 사왔다. 작년에도 깻잎 모종을 얻어와 조그만 깻잎을 하루에 4-5개 따먹었다. 고추는 여름내 토탈 2개가 열리고 토마토는 향기만 맡아 보았다. 동쪽 해가 약간 들어오는 북향이어서 어쩔 수 없다. 자그마한 비스트로 세트, 테이블과 의자 두 개를 주문했다. 마음에 썩 들지는 않지만 어지간한 것로으로 시간 끌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곳을 힐링다방이라고 임시로 이름까지 지었다. 더 좋은 이름이 생각나기까지. 얼마 전에 이스트 빌리지에서 본 한국 2인극 ‘흑백다방’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전직 형사가 상담가가 되어 부인이 운영했던 다방에서 커피도 끓여주며 상담을 하다, 전에 자신이 고문했던 내담자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이곳을 초 미니가든으로 가꾸고, 차를 마시며 사람들을 만나고, 자연 한 첩, 사람 한 첩, 일거양득 힐링의 공간으로 만드는 꿈을 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