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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라는 이름의 판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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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되뇌는 어휘가 ‘행복’일 것이다. 우리 인간은 모두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비원(悲願)을 가슴 깊은 곳에 잠재우고 있다. 정말 행복은 무엇이며 어디에 존재하는 것일까? 

 

많은 위인이나 철학가도 행복에 대해서 여러 가지 정의를 내렸다. 어떤 철학자는 행복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말하고 있지만 정말 행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행복은 우리 가까이 있고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것이다. 또한 자신 나름대로의 가치 기준에다 그 척도를 두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생명을 걸만큼 절대적인 것이더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때가 있다.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에 치사하도록 매달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유유자적 한 세상을 한가롭게 보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그것을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신건강에서 말할 때 행복은 자기만족이며 마음이 평화로운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이 불안하면 행복은 그만큼 멀어진다. 인간은 끊임없도록 무서운 소유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늘 나에게 절대적일 만큼 만족을 주었던 것이더라도 내일은 너무나 시시하고 우스꽝스러우며 서 푼의 가치도 없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행복과 불행은 늘 우리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환경 속에서, 똑같은 부모 밑에서 성장해도 불행하다고 느끼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도 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완벽한 환경을 갖추고 있더라도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문제일 것이다. 

 

불교에서 일일삼천심이란 말이 있다. 마음은 너무 기묘해서 하루에 마음이 삼천 번이나 변한다는 뜻이다. 자신이 확립한 가치 기준이 불투명할 때 우리는 파도같이 변화무쌍하게 동요하는 마음을 감당하기가 힘겹고 벅차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가슴속에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판도라 상자를 하나씩 가지고 있으면서 그 상자를 아름답게 가꾼다. 그 상자에 흠집이 나면 그 상처를 잘 어루만지고 또 색이 바래면 그것을 다시 색칠을 해서 아름답게 가꿀 줄 아는 그런 마음 자세가 너무나 중요하다. 그렇게 그 상자를 어루만지고 가꾸는 과정이 어쩌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물질적인 행복은 유한하고 정신적인 행복은 무한하며 훨씬 더 마음을 풍요롭게 해 준다. 행복의 정의는 그때그때 주어진 조건과 대인 관계에서도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인간만이 행복을 창조하며 자기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은 특권 중에서도 특권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생활의 터전에서 모든 것을 사랑하며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우선순위로 약속된 행복이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내가 돌보아 주어야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의사의 경우 환자가 있다는 사실. 선생인 경우 학생이 있다는 사실. 예술가인 경우 자기 작품을 이해해 주는 독자나 비평가가 있다는 사실 등. 자기 존재를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자유 의지대로 삶을 영위하는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 

 

어느 날, 문득 눈을 떴을 때 잊고 있던 내 생일을 기억하고 맛있는 음식을 열심히 만들어 준 어머니의 모습에서 감사를 느낀다. 무심한 것 같은 여자 친구에게서 안개꽃을 한아름 받았을 그때의 놀라움. 꼭 불합격일 줄 알았던 시험인데 합격했다는 통지서를 받았을 때의 그 충만함이 바로 행복이다. 너무나 인간적인 행복인 것이다. 

 

우리가 살아온 생애를 뒤돌아보았을 때 우리가 이룩해 놓은 업적이나 또 우리가 이 사회에 얼마나 헌신하였느냐 보다는 진정으로 우리가 남에게 얼마나 헌신하였느냐가 더 소중하다. 어제의 무척 행복하고 즐거웠던 감정도 그것이 오늘은 별로 감동을 주지 않지만 남에게 헌신한 일은 두고두고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고 따스하게 해 준다. 남에게 대하여 분노, 질투, 증오 같은 저속한 감정보다 기쁨, 감사, 신뢰 같은 고급 감정을 항상 마음속에 지니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하다. 행복은 늘 우리 곁에 오고 있지만 그것은 또 정착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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