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이 알고 싶다> 연재 첫 번째 글로 비대면시대, <온라인 국악으로 만나는 국악공연>을 소개했었다. 그 글에서 “대면공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코로나 시대의 시대상을 반영하고자 하였으나, 불과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대면공연”이라는 단어가 참 낯선 것을 보면서 ‘기록’이 갖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음악이라는 예술장르는 무용과 같은 찰나의 예술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악보라는 ‘기록’을 통해 그 내용이 전달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본다면 미술과 같은 고정된 객체로서 불변성을 지닌 예술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음악을 바라보는 관점은 행위의 일부로서 음악을 바라보는 실천적 음악론의 입장과 악보분석을 통한 지적인 접근을 통해 음악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심미적 음악론의 입장으로 나뉠 수 있다. 오늘 이 글을 통해 단지 국악에 대한 지적인 호기심을 채우는 심미적 접근이 아니라 공연 참여라는 실천적 행위를 통해 국악에 한발 더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국립국악원에서 관람할 수 있는 7월 달 공연 및 전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국립국악원 대표공연 <토요명품>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국립국악원 우면당에 가면 우리 전통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만나 볼 수 있는 공연이 열린다. 30년 이상 국립국악원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토요명품>은 국립국악원의 ‘전통음악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설립 취지와 목적을 가장 잘 실현하고 있는 “성실한” 공연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국악을 알고 싶은 일반인들과 외국인들에게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국립국악원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우리나라의 중요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부터 조선 후기 민간에서 발달하기 시작한 풍류음악, 산조, 민요, 정재와 민속무용, 창작국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매주 만날 수 있다. 국악을 알고자 한다면 <국악이 알고 싶다> 글을 백번 정독하기보다는 <토요명품> 공연 관람 한 번이 더 효과적이리라... 우면당이라는 자연음향 공간에서 진행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인기가 많다.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공연 관련 정보를 확인한 후 예매 후 관람하길 추천한다.
풍류(風流)가 궁금하다면, <필운대 풍류>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기획공연으로 <필운대 풍류>가 7월 13일(수)과 14일(목) 양일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오후 7시 30분부터 진행된다. 조선 후기 대표적 가객(歌客)으로 불리는 박효관을 중심으로 인왕산 기슭에 자리 잡은 필운대 주변대서 연행되던 풍류를 선보이는 이번 공연에는 당시 필운대를 형상화한 무대를 제작하여 실제 풍류를 즐기던 가객(歌客)과 금객(琴客)들의 모습을 재현하고자 하였다. 박효관은 조선시대 3대 가집(歌集)이라 불리는 ‘가곡원류’를 지은 인물이다. 대금 독주곡 ‘상령산’을 시작으로 가사, 시조, 영산회상, 수룡음 등 총 8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바람(風)의 흐름(流)에 따라 그 자유로운 이상 세계를 꿈꾸던 조선 후기 풍류객들의 모습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향긋한 한 잔의 차와 명사들의 이야기가 있는 <다담(茶談)>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문화가 있는 날’이다. 국립국악원에서는 문화가 있는 날 상설 공연으로 브런치 콘서트 <다담>을 12년째 이어오고 있다. 7월 공연에는 다담지기 황수경 아나운서와 월드뮤직그룹 제나, 그리고 초대 손님으로 여행 작가 임택을 초청했다. 7월 27일(수) 오전 11시, 우면당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는 당나귀와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완주하였으며, 종로 12번 마을버스를 개조한 ‘은수’를 타고 5대륙 48개국 147개 도시를 달린 임택 여행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는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진행하는 유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하여 입담을 인정받은 초대 손님 임택과 국악과 탱고, 재즈가 융합된 음악을 선보이는 월드뮤직그룹 제나의 연주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억눌렸던 여행의 설렘에 불을 지필 것이다.
공연 전·후에는 <국악박물관>
어렵게 방문한 국립국악원이라면 우리나라 유일의 국악전문 박물관인 <국악박물관> 관람을 추천한다. 특히 1층 국악뜰에서는 몰입형영상체험관 <진연>을 상영 중이며, 3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바람에 바람을 싣다>라는 기획 전시가 한창이다.
<진연>은 국립국악원이 소장하고 있는 120년 전 궁중 잔치를 그린 병풍인 ‘임인진연도병’을 270도 입체 영상으로 생생하게 재현한 영상으로, 국악뜰에 전시된 궁중 악기에 화려한 미디어 아트와 19.1 채널의 입체음향을 더해 보유 유물을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바람에 바람을 싣다>는 판소리, 무용, 굿, 연희 등 전통공연예술의 다양한 장르에서 명인, 명창들이 사용하던 부채 88점을 선보인다. 이야기, 자연, 신명, 시간을 담다는 네 가지 주제로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는 58명의 명인, 명창의 부채가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