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비를 맞으며 산행하였다.
친구들과 무리 지어 소백산을 오르며 중얼거렸다.
혼자라면 절대로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크고 넓고 끊임없이 이어진 자욱함을 혼자는 감당하지 못하였을 것이라며...
구름이었다가 간혹 조금 굵은 빗방울이 되었다가 다시 안개로
대지의 습기는 수시로 그 형상을 변화시키며 우리를 소백의 품 안으로 유인하였다.
대열의 꼬리에서 미세하고 옅은 수분이 만들어 낸 백색의 몽환으로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내내 지켜보았다.
비로자나불이 연화대에 앉아 계시듯
몽환을 헤치며 나아가 연화봉을 거쳐 비로봉에 올랐다.
小白이라 쓰인 정상석을 바라보며 웃었다.
大白을 어찌 小白이라 미혹하는가!
안개에 몸을 맡긴 비비추 무리에서 스며 나온 보라색은 물에 잉크가 번지듯 미소 짓게 만든다.
장마철 마침내 단행한 산행은 단일한 안개와 단아한 미소와 묵직한 종아리 근육통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