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5가 국립의료원 옆에 훈련원공원이라는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훈련원'이라는 명칭은 이름 그대로 조선시대에 병사들의 훈련을 담당하던 관청이 있던 곳이라 합니다. 특이한 이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에게는 한 때 스케이트보드를 배워보려고 기웃거리던 곳으로 기억이 있습니다.
이곳이 기억에 남는 또 하나는 공원 옆에 철조망을 두른 높은 담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용산에서 카투사로 근무했던 저에겐 매우 낯익은 광경입니다만 동대문운동장역(지금의 DDP문화공원역) 바로 옆에도 미군부대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용산 미군부대 안에 처음 도착했을 때 한가한 전원주택마을 같은 모습이 철조망 너머 분주한 서울의 모습과는 너무 달라서 놀랐고, 서울 한복판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모습에 놀랐고, 규모는 다르지만 서울 곳곳에 많은 미군시설이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청와대로 사진 찍으러 가다가 종로문화원 옆에서 보안시설이 강화된 낡은 철문을 보았습니다. 한 때 저 문은 외국으로 들어가는 '이상한 나라의 토끼굴' 역할을 했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