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평화마라톤대회 배번과 같이 온 가이드북을 보고 깜짝 놀랐다.
1947년 51회 보스턴 마라톤 감독으로 참가하여 서윤복 우승(세계신기록)
1950년 54회 보스턴 마라톤 감독으로 참가하여 1위 함기용, 2위 송길윤, 3위 최윤칠로 전관왕 석권
우리가 배달의 민족 후예가 맞긴 맞는 모양입니다.
천성이 게으른 자가 새벽부터 분주하였다.
3년 전 오십줄 접어들며 달리기 시작했을 무렵 10km만 걷지 않고 달릴 수만 있다면 원이 없겠다 생각했다.
이제 하프를 두 시간 안쪽으로 달렸으니 기대보다 훨씬 많은 걸 이루었다.
만나서 같이 달리면 항상 즐겁고 기쁘다.
출전을 작정한 선수들이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달리기 어려운 친구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부상과 지역일정으로 참가하지 못한 친구 둘이 배번을 선뜻 양보하였고 또 그 배번 받아서 무사히 10km를 완주해낸 이런 합이 딱딱 맞는 상황은 평소 꾸준히 연습해온 러너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실이리라.
출발 때부터 서포터스를 자청하고 나와 응원과 기록 남겨준 친구들, 뒤풀이에 샴페인 들고 와 한층 분위기를 흥겹게 만들어준 친구들, 대회장 근처가 아니라 성수역 근처 뒤풀이 장소 섭외해 준 친구, 그리고 달리고 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서울숲 근처까지 오기를 마다하지 않은 모든 러너들. 아마도 우리가 서울숲에서 그간 달려왔던 내력이 있어 뒤풀이를 성수역 근처로 오는걸 흔쾌히 반겼을지도 모르지.
하여 가게를 통째 전세 낸 덕분에 주눅 들지 않고 마음껏 건배사를 외치면서 달리고 난 다음 과각성된 정신을 한껏 더 고양시키며 즐겼다. 이 정도면 러너스 동지들의 이심전심이 화룡점정을 이루었다 할만하다.
일요일 오전의 축제는 끝나고 예배와 공동체 협의회로 이어지는 오후 일정마저 마치고 목회자들과 허리 깊은 인사를 주고받으며 헤어져 오는 길이다. 서늘한 만추의 가을밤, 나이 듦의 아쉬움보다 친구들과 달리며 쌓이는 정이 더해 가슴 벅차다.
건배사로 외쳤던 단어가 맴돈다.
앞으로 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