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도성을 계절별로 걸어보자고 말하였다.
입에서 발화(發話)한 소리가 공허하지 않으려면 두 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12월은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다.
눈길을 걸으며 생각한다.
나는 누구고 내가 있음은 무얼 의미하는가?
이내 고개를 흔들며 다시 생각한다.
날이 좋구나!
기온은 차고 햇살은 눈 부시고 바람은 잔잔하구나.
산 오르기 더없이 좋은 날,
덧없는 상념은 떨치자.
친구들과 걸은 도성길이 봄, 여름, 겨울 합쳐 세 번.
길목 조합원들과 함께 네 번에 걸쳐 나누어 걸은 것이 한번.
합해서 네 번 되었으니 발화한 소리가 두 다리의 움직임으로 재잘거림으로 그리고 즐거움으로 남게 되었으니 이보다 좋은 일도 없을 듯하다.
멜랑콜리가 좋은 품성인 줄 알았다
삶과 세상이 달콤하면서 쌉싸름함이 공존하기에 때론 배시시 웃음과 함께 시니컬한 번뜩임을 글 안에 녹여낼 수 있을 것도 같았다.
하지만 우울의 늪은 깊고도 집요하여 허우적거릴수록 심연으로 침잠하였다.
조건 없는 위로와 포옹과 애정을 나눠준 모든 분께 한해 끝자락에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