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통증과 호르몬 작용에 관한 소고
몸과 마음은 독립된 개체인가 아니면 몸은 마음은 분리불가한 합일체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체인가?
허리가 말썽이다.
지난 12월에 아프기 시작한 허리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잔잔한 또는 격한 통증이 번갈아 가며 두 달째 붙어 다닌다. '안녕'하며 인사를 하고 지낼 정도로 친근하다.
회사를 우선순위에서 제거하고 새벽기차를 타고 떠난 無等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당연하다,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산을 오르는데 세속의 일 따위가~
하지만 초입부터 서석대에 오르기까지 오전 산행은 통증과 수면부족과 아침 식사 부실로 그야말로 최악이다. 대열의 후미에서 겨우 따라붙었다.
천 미터 고지에 포진한 주상절리를 만나 바위에 오르는 순간 이 모든 것이 곽재(경상도 사투리다. 순식간 눈 깜짝할 사이라는 의미다) 사라졌다.
정확히는 부지불식간 운동에 따른 격렬함, 경치가 주는 감흥, 발밑 주상절리의 오묘한 깎아지름이 주는 짜릿함이 선사하는 호르몬의 폭풍으로 그간 지속해서 따라다니던 통증이 사라지고 온몸이 가벼워졌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 몸의 통증을 사라지게 했으니 이는 반전이라 부를만하다.
내려오는 길, 높고 수려한 삼나무 등걸에 박새가 종종거리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마침 옆에 벤치가 놓여있다. 살금 다가서 앉았다. 싫지 않은 눈치다. 바라보고 있자니 뭔가를 바라는 듯하다. 옆에 있던 친구가 금세 행동식 하나를 꺼내 손에 올려준다.
손가락 끝에 놓인 과자부스러기를 부리로 집어 가는데 살포시 부리의 움직임이 전해진다.
봄맞이 산행이 감미롭다. 물론 통증과 수면부족을 병행한 호사다.
올해 계절 따라 무등을 오르는 즐거움이 더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