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화나 이메일로 방문진료 요청을 받을 때, 가장 빈번한 가족의 호소는 어르신이 "식사를 못 하신다"이다. 옛날 어르신들 말씀에 "곡기를 끊는다"면 죽을 날이 가까운 거라는 게 방문진료를 하면서 더 절실히 경험하게 되었다.
90세 정정하시던 남자 어르신께서 식사를 잘 하지 않으신다고 해서 방문했는데 하루에 죽 몇 숟갈만 드시고 물도 잘 안 드신다고 하였다. 이분은 한 달 후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돌아가셨다고 하였다.
최근 딸과의 전화 상담에서, 혼자 사시는 89세 어머니가 고혈압 외에 지병이 없고, 스스로 밥도 해 드시고 목욕탕에도 주기적으로 가시고 몸도 깨끗하게 관리하시던 분이어서, 딸이 매주 와서 반찬이랑 유동식, 과일 등을 챙겨드려서 문제가 없었다고 하였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밥도 잘 안 드시고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호소하였다. 집으로 방문하였더니, 어머니는 자존심도 강하시고 의식도 명료하셔서 의사소통이 원활했는데, 의사가 올 정도로 아프지 않다고 고집하셔서 간단히 진찰만 한다고 설득하였다. 그런데 밥을 먹으면 구역질이 나서 못 먹겠다고 하시고 체중도 많이 빠지셨다고 하셨다. 딸이 사다 놓은 뉴케어 같은 유동식도 맛이 없어서 못 먹겠다고 하셨다. 진찰 상 특이 소견은 없지만 너무 마르셔서 근육이 거의 없고 피부도 건조하시고, 화장실에 가는 힘도 없어서 겨우 다녀오시는데, 속옷에 대변을 지리는 일이 많아 냄새가 나는 상태였다. 식사양이 줄어들고 대소변 등의 자기 관리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영양상태 불균형과 위생상태가 나빠져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게 된다. 고령으로 인한 만성 신장질환과 함께, 면역성 저하로 감기, 폐렴, 방광염이나 기타 설사나 변비 등의 소화 장애, 탈수로 인한 대사 이상 등이 생길 수 있다. 이로 인한 신체 기능의 불균형이 가속화되면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4개월 전에 방문간호지시서를 써달라고 의뢰받은 85세 여성 어르신께서는 60대 큰아들이 돌보고 있었다. <방문간호지시서>는 노인요양등급이 있는 노인의 경우, 방문간호센터의 방문간호사가 방문하여 재활치료나 영양관리, 소변 줄관리 등 방문간호가 필요할 경우, 6개월 간격으로 의사가 발급해야 하므로 방문한 경우였다. 노인요양보험에서 방문간호 시간과 비용 보조가 나오므로 필요한 경우 잘 이용하는 것이 좋다. 어머니는 과거에 교장선생님까지 하셨던 분이고 매우 차분하시고 의사표시도 간간히 하신 상태였다. 큰아들이 어머니가 매일 드시는 시판 죽이나 유동식, 과일 등에 대해 상담을 하였는데, 하루 필요 칼로리 등이 적절하여서 잘 드시도록 권고한 상태였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어머니께서 식사를 잘 안 드신다고 호소하여 방문하게 되었다. 혈액검사에서 만성 신장질환이 진행되었고 혈중 단백질이 떨어져 있고 전신 부종이 있어, 영양상태가 불균형한 상태여서 아미노산 수액제를 주사하여서 보충하면서 동시에 잘 드시도록 독려하였다. 그런데, 일주일 전에 어머니가 하루 동안 기저귀에 소변을 보시지 않고 의식이 없으시고 입에 가래가 차있으면서 호흡 소리가 그렁그렁하다고 방문요청을 받았다. 방문하였을 때는 24 시간 만에 기저귀를 약간 적실 정도로 소변을 보셨지만, 의식이 없고 통증 반응도 없고, 가래가 차 있는 상태로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였다. 큰아들이 일로 외국에 가있는 상태였고, 따로 사는 며느리와 상담을 하였는데, 이제 임종이 다가온 상태이고 언제인지 정확히 모르지만, 며칠 안에 돌아가실 수 있는 상태이며, 장례식장이나 모실 곳에 대해서 가족들과 상의하시고, 집에서 임종하시게 되면, 평소 진료를 받던 종합병원의 응급실 구급차를 불러서 이송하고 사망진단서를 받으시면 좋겠다고 조언을 드렸다. 임종에 대한 조언을 드릴 때가 의사로서는 매우 힘든 시간이지만, 가족들이 당황하지 않고 마음의 준비와 함께 실제적인 장례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일이다. 이분은 그 후 4일이 지나서 집에서 임종하셨고, 마지막 가는 길에 조언해 주어 고마웠다는 가족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이 늘 살고 익숙한 환경인 집에서 가족들의 배려를 받으며 고통 없이 편안히 임종하시려면, 가족들이 당황하여 급하게 구급차를 불러서 응급실로 가지 않으려면, 중환자실의 기계소음과 과도한 치료로 고통스럽고 외롭게 사망하지 않으려면, 임종의 과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물론 두렵고 힘든 일이지만, 누구나 다 죽는 게 세상 이치 아닌가?
[임종 전에 나타나는 증상]
1. 허약감, 피로감, 의식의 변화
점점 졸려하고 수면 시간이 길어지고 결국 의식이 없어지게 된다. 때로는 안절부절못하여 흥분하기도 하고, 밤낮이 바뀌기도 한다.
2. 식욕 부진, 식사와 물 섭취 감소
임종 전에 몸을 비우기 위한 자연스러운 증상이다. 무리하게 음식을 먹이다 보면 음식을 삼키지 못해 폐로 흡인되어 폐렴이나 질식 등의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억지로 먹이지 않는다.
3. 입 마름
수분 섭취가 줄고 입으로 숨 쉬는 경우가 많아 혀가 건조하다. 이때 물 묻힌 거즈로 자주 닦아주고 입술 주위가 마르면 립밤이나 바셀린을 발라주면 불편감이 덜하다.
4. 통증
임종 과정에서 갑자기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의식이 저하된다. 간혹 얼굴을 찡그리거나 몸을 뒤척인다고 해서 통증의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5. 호흡의 변화
한참 동안 호흡을 하지 않는 무호흡 상태가 있다가 다시 몰아쉬기도 하고, 간혹 숨을 내쉴 때 신음소리가 날 수도 있다. 호흡이 힘들어하는 것 같으면, 환자의 등과 머리를 받쳐주고 상체를 약간 비스듬히 세워서 환자의 호흡을 도와줄 수도 있다.
6. 가래 끓는 소리
호흡의 기능 저하로 기도 내 분비물이 증가하여 숨 쉴 때마다 가래소리가 그렁그렁 하거나 바글거리는 소리가 날 수 있다. 이때 환자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나 가족에겐 견디기 힘든 소리이다. 자연스럽게 가래가 흘러나오도록 옆으로 누이거나 자주 닦아주도록 한다.
7. 소변량이 줄어든다.(12시간 소변량 100 ml 이하)
8. 손과 발이 차가워지고 손가락과 발가락 끝이 창백해지거나 푸른색을 띤다.
9. 해열제를 사용해도 조절되지 않는 열이 날 수도 있다.
10. 전신에 땀을 많이 흘리기도 한다.
11. 항문근육이 이완되어 대변이 나오기도 한다.
[임종 후 과정]
사망의 확인은, 숨을 쉬지 않고 맥박이 만져지지 않으며 심장박동이 멈추게 되며, 근육이 이완되어 몸이 축 처지고 턱이 이완되어 아래로 처지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수 있다. 이때 임종시간을 꼭 확인한다.
1. 수액이나 몸에 유지하고 있는 관을 제거한다.
2. 미리 준비한 옷으로 갈아입힌다.
3.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시간을 충분히 가진다.
4. 다니던 병원에 연락하여 구급차를 부르고 장례식장으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