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영화는 케빈 맥도날드 감독의 "터칭 더 보이드(Touching the Void, 2003)"입니다.
평소에 산을 올라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벼운 등산을 하는 것이고, 요즈음은 둘레길을 걷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고산에 오르는 것에 대해 내가 하지는 못하지만 부러워하는 마음이 있어 고산등정에 관한 영화를 좋아합니다. 재미가 있는 산악 영화는 여러 편이 있지만 그중에서 골라보았습니다.
1985년에 영국인 산악가 조 심슨과 사이먼 예이츠가 그 누구도 오르지 않은 페루 안데스 산맥의 시울라 그란데 산 서쪽 빙벽을 등정하면서 겪은 내용을 1988년에 조 심슨이 책으로 출간하였는데 이를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이 책은 전 세계적으로 200만 부 이상 팔렸으며 국내에서도 세 번 출판되어 소개되었는데 최근에는 <터칭 더 보이드>란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들이 등산한 방법은 우리들이 흔히 알고 있는 세르파를 쓰고, 캠프를 만들고 산소통을 메고 가는 방식이 아니라 최소한의 장비로 빠르게 올라갔다 내려오는 알파인 방식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영화는 배우들이 실제를 재연한 영상과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같이 담아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것 같으며, 극한상황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하였습니다.
"Touching the void"를 직역하면 "허공을 만지다"라고 할 수 있지만 void는 산악 용어로는 '그 누구도 오르지 않은 산'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2018년에는 영국에서 연극으로도 만들어져서 초연이 되었고 2022년에 한국에서도 공연하였을 정도로 원작이 가지는 감동이 있습니다.
2005년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을 겨울에 알파인 방식으로 오르다가 조난을 당했던 박정현과 최강식이 겪었던 상황과 비교가 되고 있으며 이 내용을 박정현이 기록한 <끈>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 신문기사 내용은 영화를 다 보고 읽을 것을 추천합니다. (신문기사 보기▶)
재미있는 산악영화를 하나만 고르라면 저는 레니 할린 감독의 "클리프행어(Cliffhanger, 1993)"를 선택하겠습니다.
다큐멘터리 산악영화로는 요세미티 엘케피탄을 아무 장비 없이 오르는 알렉스 호놀드를 찍은 지미 친과 엘리자베스 차이 베사헬리 감독의 "프리 솔로(Free Solo, 2018)"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