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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 오른손으로 비비는 꼬막 비빔국수

예전에 대전 사는 분에게 말했다.

"대전 가면 뭐 사줄 거야?"

"칼국수"

"아니 멀리서 왔는데 칼국수가 뭐야...증말 ...12첩 반상에 고깃국, 이밥만 먹는 사람인데..."

그런데 일단 칼국수를 먹었다. 먹으니 맛있네. 물론, 수육하고 같이 먹어야 한다.

 

요새 나는 밀가루의 고장에 와있다. 바로 대전이다. 대전은 사우스 코리아, 남한의 내륙지방 중심에 있는 도시이고, 철도와 교통의 결절지이다.

 

대전의 특징 중 하나, 골목마다 국숫집이 많다. 그리고 시내에는 유명한 칼국수집이 있다. 국수는 5천 원에서 6천 원 정도 한다. 양도 많다. 정말 많아서 한 그릇 뚝딱 먹고 일하기 좋다.

 

대전은 칼국수, 국수, 그리고 전통의 가락우동만 봐도 밀가루 천지이다. 아마 미국 원조를 받았던 한국의 역사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부산항에서 미국의 밀가루가 내려지고, 기차에 실려 이동했을 것이다. 그러면 대전에서 한번 쉴 것 같다. 밀가루는 대전에서 사통팔달 각자의 길로 간다. 경인, 전라, 강원으로 나뉘어 기차가 갔을 거 같다. 그러니 대전에서 밀가루가 많아서 국수가 유행이지 않을까. 그리고 대전역에서 밀가루를 하역하고 선적하면서 빼돌린 것도 좀 있지 않을까?

 

빼돌리면 어때. 좀 훔치면 어때. 먹고살기 힘든데. 그렇게라도 먹어야지. 물론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이야기다. 그때는 한국전쟁 중, 또는 직후를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안된다.

 

뒷고기도 빼돌리는 것이다. 원래 울산지역에 뒷고기가 유명했다. 떡볶이 집에서도 뒷고기를 팔았다고 한다. 도축장의 고기를 조금 빼돌려서 파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 싸고 푸짐하다. 그런데 어떤 날은 고기가 질기다가 어떤 날은 최상품 부위를 빼돌려서 너무나 맛있었다고 한다. 즉 뒷고기는 뒤에서 빼돌렸다는 뜻이다. 훔쳤다는 뜻도 있다. 또는 거래흔적이 없이, 부위와 상관없이 일정한 가격으로 무게만 재서 싸게 거래한다는 뜻도 있다. 지금의 뜻은 맛있고 푸짐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프랜차이즈점 <뒷고기 식당>이 있는 것이다. 뒷고기의 반대말은 '언양 불고기'이다. 울산지역의 바싹 익힌 고급요리, 언양 불고기이다. 좋은 고기, 합법고기는 불고기로 갖춰서 먹고, 뒷고기는 시장 근처, 분식집에서 서민들이 먹는 것이다.

 

전주 가맥도 있다. 가게 맥주라는 뜻이다. 지금 편의점 앞에서 의자에 앉아 캔 맥주를 먹는 것과 동일하다. 그러나 맥주 취식 장소를 보면, 가맥은 실내이고, 편의점 맥주는 매장 밖으로 명확하다.

 

가맥의 탄생은 간단하다. 가게에서 맥주사서 그냥 마시다가, 주인아줌마한테 "뭐 안주거리 없어요"하며 물어보다가 다양한 안주가 생겨난 거다. 그냥 가게 엄마가 대충 끓여주는 찌개나 먹태, 연탄돼지 불고기 이런 거 나오는 거다. 사실 술은 판매용과 음식점용이 다르다. 세금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식당은 '가정용' 판매 맥주를 팔면 안 되고, 슈퍼마켓에서는 음식점처럼 '가게 내에서 맥주를 섭취'하면 안 된다. 그러나 전주에서는 차라리 합법화하여 지역 상징으로 남은 좋은 사례이다. 다른 지역은 사실 불법이다. 그런데 그냥 상호만 '가맥'이라는 곳은 많다. 이미지만 따온 거다. 즉, 가맥이라는 상호는 주인아줌마의 정성스러운 안주, 가게 안이라는 그 따뜻한 정서를 가져온 것이다. 즉 이미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이미지 하면 의정부와 송탄 부대찌개는 뭐 안 그런가. 재료는 어떤 이미지인가? 미국의 상징 스팸 아닌가. 부대찌개는 미군에서 나온 햄 소시지 통조림 빼돌려서 국을 끓였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더 나아가면 미군 식당의 잔반(음식쓰레기)을 모아서 한번 끓여서 나온 찌개이다. 45년 미군정, 50년 한국전쟁, 주한미군 주둔과 관계가 있다. 우리 세대는 모두 부대찌개와 주한미군의 영향아래 살았다. 방송채널은 KBS, MBC, EBS. KBS2(원래는 TBC) 밖에 없던 시절에 또 하나의 채널이 있었다. 바로 AFKN... 주한미군을 위한 채널이다. 전파 품질이 가장 좋은 채널 2번이다. 나도 여기서 고지라와 일본 애니메이션, 그리고 너무나 사랑스러운 캐릭터, 폭력적인 벅스바니와 로드러너, 톰과 제리를 보았다. 제리는 톰을 프라이팬으로 때려 얼굴을 납작하게 만든다. 로드러너는 코요테에게 백 톤의 다이너마이트를 입에 물려 터뜨려버린다. 벅스바니도 사냥꾼 돼지를 연못에 익사시키거나, 총을 반대로 쏘게 한다. 정말 아름다운 애니메이션들이었다.

 

그런데 전라도 광주에는 유명한 만두집이 별로 없다. 왜일까? 한국전쟁 때 이북사람이 대거 피난 간 지역에는 만두집이 많다. 만두는 이북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전쟁 때 북에서 피난 온 사람이 많은 지역이 만두를 잘한다. 아마 동쪽에서 배 타고 속초, 부산 쪽으로 갔을 테니까 말이다. 즉, 피난 루트가 아니다. 또 하나는 광주에서 보는 만두에 대한 반응이다.

 

"왜 고기를 조사서 먹어?"

"왜 밀가루를 먹어?"

 

"조사서 먹는다"라는 뜻은 잘게 썰어서 또는 고기를 갈아서 먹는다는 뜻이다. 고기는 덩어리로 먹어야 하는 데 말이다. 그리고 "쌀을 먹어야지 왜 밀가루를 먹느냐는 뜻이다." 이 뜻은 무얼까? 전라도는 곡창지대이기 때문에 쌀도 많고, 농사를 위한 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부산의 밀면이 한국전쟁 상황에서 혼합된 음식이다.

즉, 대전 칼국수와 이북음식의 믹스로 보면 된다.

 

부산항에 도착한 밀가루, 그리고 한국전쟁 때 원산항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한 부산. 그 배에 탄 이북사람들의 영향이 크다. 그들이 먹던 고향음식 냉면이 있다. 냉면은 부산에서 쉽게 구한 재료, 밀가루로 만든 것이 밀면이다. 원래 이북냉면에는 메밀이 들어가야 한다. 메밀은 우리 DNA 원천인 만주, 몽골 초원에서 왔다. 우리는 북방기마 민족이고 오랑캐 출신이니 메밀도 우리의 고향이다. 물론 여러분은 오랑캐를 거부하고 중국 춘추전국시대 철학파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즉, 유학파 말이다. 그러나 조선의 왕들은 말타기와 매사냥, 활쏘기를 즐겨했다. 왜냐면 왕조가 북방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타협점으로 내륙의 '전주' 이씨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밀면은 북방민족의 음식과 태평양 건너 아메리카에서 온 재료, 중국과 러시아, 미국, 일본, 외세 알력사이에 터져버린 한국전쟁이라는 정치상황들이 섞여버린 복잡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한반도는 작아도 음식은 동네마다 차이가 있다. 음식점만 봐도 동네나 역사를 알 수 있다.

 

거참... 비빔국수 하나 하려는 데, 너무 멀리 갔다.

 

홀로요리의 첫 번째 글, 잔치국수부터 스파게티 등등 면요리는 많이 나왔다. 그래도 면요리 한번 더하자. 여름이니 비빔국수를 한번 간단히 하자.

 

[만드는 법]

 

일단 마트에 가면 팔도 비빔면 소스를 판다. 그러니 국수 삶아서 팔도비빔면 소스를 넣고 비비면 된다. 끝. 그래도 한번 소스까지 만들어 보자.

 

정말로 만드는 법

 

* 국수의 양

파스타면은 500원짜리 동전크기가 1인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국수도 그러면 된다. 그러나 국수는 넉넉하게 하는 법이다. 혼자 먹더라도 천 원어치 하셔라.

(진지하게 요리부터는 존댓말로 들어가겠습니다.)

 

* 국수 삶기

물을 끓인 후, 국수면을 넣으세요. 라면만큼 끓이면 됩니다. 하지만 라면은 퍼져도 맛있지만, 국수야말로 탱탱하게 삶아야 합니다. 먼저 국그릇에 찬 물을 넣어둡니다. 그리고서는 면 한 두 가닥을 건져서 찬물에 헹궈서 먹어봅니다. 밀가루 맛이 안 나면 오케이.

면을 익히고 나면 뜨거운 물을 버리고 찬물로 헹굽니다. 그리고 손으로 부드럽게 헹군다고 생각하고 골고루 면을 찬물로 샤워시킵니다. 바보 같긴 해도, 찬물로 넣기 전, 뜨거운 물만 버린 후, 국수가 차갑다고 생각하고, 삶은 면에 손을 집어넣곤 합니다. 가끔 그럽니다. 여러분은 그렇지 않겠지요.

그리고 비빔국수 소스를 만들어 봅시다.

2인분 즉 천 원어치 기준으로 만들어 볼게요.

 

* 소스 만들기

고춧가루를 밥숟갈 퍼서 그릇에 넣고, 메실청 넣습니다.

메실청은 밥숟갈로 2스푼, 3스푼 내외로 넣습니다. 취향입니다.

그리고 식초를 한 숟갈 넣습니다. 3분 정도 불립니다.

메실청이 없으면 설탕 한 스푼입니다.

간장은 취향 껏입니다. 티스푼 두 숟갈입니다.

고추장을 밥숟갈로 2번 퍼서 놓습니다.

참기름을 넣습니다. 참기름은 밥숟갈 하나... 돈 많으면 2스푼입니다. 참기름은 부자의 척도이니까요.

조금 맛보면... 느낌이 옵니다.

 

* 더 넣기

단맛을 원하면 설탕을 티스푼 하나 더 넣거나 고소한 맛을 원하면 참깨를 좀 넣거나 합니다.

조선의 맛을 위해 간 마늘이 있으면 티스푼으로 한 숟갈 넣습니다.

여기에 골뱅이 또는 꼬막 통조림이 있으면 넣습니다.

상추나 깻잎이 조금 있으면 잘게 썰어서 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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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셜

골뱅이나 꼬막을 넣지 않고 깔끔한 비빔국수를 먹고 싶다면, 제가 권하는 것은 레몬 껍질입니다.

레몬 껍질을 손톱 깎을 때, 깎인 손톱만 하게 자릅니다.

각자의 손가락 숫자대로 넣습니다. 손가락이 10개면 10조각, 9개면 9개를 넣습니다.

레몬을 넣을 때는 식초를 적게 놓는 게 좋습니다. 아으 시큼해.

여름에 비빔면은 간단히 먹는 겁니다. 이것저것 할 것 없지요.

맛있게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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