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6월 시작하는 날 신촌사회과학대학 연합학생회에서 주관하는 토크콘서트에 패널로 섭외되어 연희관 강의실에 32년 만에 갔습니다.
1991년 봄에는 강의를 듣기 위해 연희관을 올랐는데 이날은 말하기 위해 교단에 섰습니다.
6월의 교정은 푸르름으로 가득하고 돌로 지어진 건물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는 수천의 잎을 이끌고 벽을 오르고 있습니다.
연희관을 배경으로 한 영화 '클래식'에 배경음악으로 나온 '자전거 탄 풍경'이 부른 '너에게 난 나에게 넌'이라는 노래가 잠시 떠올랐습니다.
안타깝지만 뉴런과 뉴런이 만들어 낸 저의 인드라망에는 이런 추억은 남아있지 않네요.
https://youtu.be/5ysdHjaeGGU
2호선 신촌역에서 연세대 정문까지는 500미터입니다. 무던히 걸어 다녔고, 쫓겨 다녔고, 또 비틀대며 다녔던 길입니다.
자동차가 점령했던 지난 수십 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보행자와 대중교통이 주인 되는 곳으로 거듭난 곳이었습니다.
차량이 중심이던 수십 년 발전의 시절에서 걷는 자가 공간의 주인이 되는 지속성의 시대가 오는 줄 알았습니다.
단체장이 바뀌니 이걸 뒤집는 것도 순식간이더군요.
신촌지역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토크콘서트는 마침 축제 기간에 열렸습니다.
노천극장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 이어지는 함성과 흥겨움을 뒤로하고 모인 삼십여 명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물었습니다.
모든 공간에 관한 질문은 권력의 위계를 내포하고 있다. 당신은 이 길의 주인인가?
맑은 눈을 크게 뜬 영화의 주인공 같은 후배들과 한 시간 반여 이어진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영화와는 다른 설렘의 감정이 들었습니다.
"Let your name forever be inscribed"
오르내리는 길, 캠퍼스에 걸려 있는 현수막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그는 1987년 6월 9일 최루탄에 피격된 후 25일 생사를 넘나들다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