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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수업과 부추전

부추전.jpg

콘텐츠는 어떻게 생성되는가.

 

첫 번째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바로 콘텐츠의 원래 뜻, '내용'이 있어야 한다. 셀 수 없는 명사 content에 한국이 s를 붙여 생성한 그 이름이 바로 콘텐츠이다. 책을 사보면 '책 내용'을 이야기하는 목차에 content라고 적혀 있다.

 

두 번째는 플랫폼이다.

즉, 무형의 내용을 담아줄 그릇이 필요하다. 또한 그릇을 보여줄 디스플레이와 상점까지 포함된다. 쉽게 말하면 어디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책으로 볼지, ott로 넷플릭스를 봐야 할지, 방송 채널인지, 유튜브인지 말이다.

플랫폼은 기차역과 같아서 그냥 잘 지나가게 만들고, 사람들이 많으면 좋다. 사람들이 많으면 기차역에 국숫집도 생기고 빵가게도 생기게 시작한다. 그러면 기차역-플랫폼에는 상가수입, 즉 월세수입도 늘어난다. 플랫폼은 이런 식으로 확장해 나간다. 아마존은 중고책 거래 사이트에서 지금 미국의 클라우드 시장까지 확대됐다.

그래서 가끔은 플랫폼이 사람을 모으기 위해 이벤트를 한다. 서커스도 부르고, 가수도 불러서 사람을 모은다. 공짜다. 와 좋다. 사람들이 몰려온다. 이게 바로 3개월 공짜 무료 서비스일 수도 있다. 일단 사람을 불러오면 돈이 된다.

 

세 번째로는 양질의 콘텐츠를 모아야 한다.

한 사람이 만드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모아야 양이 늘어난다. 양질전환의 법칙이라고 양이 늘어나면 질적으로도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모으는 것이 플랫폼 전략이다.

 

유튜브를 보라. 유튜브는 영상을 제작하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영상을 만든다.

에어비엔비를 보라. 이 숙박 앱은 호텔을 짓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이 자기 집을 꾸며 숙소를 운영한다.

우버를 보라. 택시 앱 우버는 차 한 대를 사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이 차를 사서 운행을 한다.

구글을 보라. 구글은 기사나 논문을 쓰지 않는다. 전 세계 사람들이 직접 보도자료와 블로그, 논문을 직접 쓴다.

 

네 번째로 콘텐츠의 주체는 개인이다.

내가 대단하지 않은 콘텐츠라도 그냥 올리는 것이다. 누군가는 내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공개하는 것이다. 물론 나의 글과 콘텐츠가 부끄럽기도 하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곤 한다. 뭐 잘 낫다고 내가 고려청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만들면 업로드하기도 하고 파는 것이다. 장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깨버리는 것이 아니다. 왜냐면 콘텐츠는 쌓여하기 때문이다.

 

사실 나도 나의 콘텐츠가 부끄러운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고 콘텐츠와 콘텐츠, 플랫폼 뭐 이런 어려운 이야기를 했다.

 

사실 능력과 기술, 지식면에서 보면 다들 대단하다. 정말 고수들이 많다. 내가 이렇게 요리 에세이를 쓰는 것 자체가 창피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글을 잘 쓰나, 요리를 잘하나. 그냥 생활의 감성과 사색을 요리를 통해 쓰는 게 목적이었다. 그렇다고 사색의 깊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지난번

선배들과 워크숍을 갔다.

한 선배가 직접 요리를 준비해 왔다.

 

소머리 수육, 골뱅이 삶은 것, 덕자(회), 홍어, 병어조림을 준비해 왔다.

 

특히 소머리 수육은 너무 맛있었다. 집에서 이틀간 고아서 가져왔다고 한다. 마장동에서 소머리 고기를 사서 불조절 하며 삶았다고 한다. 소머리 고기는 다른 부위에 비해 비교적 싸다.

 

물론 머리뼈는 없다. 생각을 해보시라. 집에서 소머리 통째로 넣고 끓일 솥이 있겠는 가. 뼈를 미리 바르고 살코기만 사 오는 것이다. 물론 혀도 있다. 선배는 집에서 소머리 고기를 푹 우려서 가져왔다.

 

현장에서 직접 삶은 골뱅이, 뚝딱 만든 병어조림은 기가 막히다. 그리고 이틀 전에 잡아서 숙성한 덕자라는 생선회도 너무 맛있었다. 당연히 홍어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여름에는 홍어를 드셔야 한다. 홍어를 먹으면 배탈 설사 날 일이 없다. 홍어 자체가 썩은 또는 발효된 음식이다. 강력한 암모니아 향이 나쁜 대장균을 죽이는 걸까? 의학적으로 모르지만 아무튼 그렇단다.

 

와… 너무 잘 먹었다. 속으로 내가 요리한다고 나댔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러다 보니 내가 어째 홀로요리를 한단 말인가. 게다가 이번달은 비가 많이 와서 부추전이나 할까 했다. 소머리수육과 병어조림에 비하면 너무나 왜소하다. 사람들이 내 부추전을 봐주기나 할까?

 

여전히 나는 무엇을 잘할까? 지금 잘하고 있나로 고민하고 있다. 물론 이 에세이는 요리 솜씨를 뽐내기 위함도 아니다. 내 글의 핵심은 '용기'이다. 이런 나도 글을 쓰고 밥을 해 먹는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누군가 나의 글이 힘이 되겠지 하면서 말이다. 이게 바로 콘텐츠의 의미이겠지.

 

부추전이나 하자. 비가 많이 오니까. 막걸리 한 병, 부추 한 단이면 5천 원 이내로 할 수 있다. 고물가 인플레이션 시대에 적절한 요리이다.

 

비도 오고 왠지 초라한 내 모습, 부추전을 만들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유리창 너머로 비가 오는 밖이 보이고 유리창 안으로 부추전 만드는 내 모습이 반사되어 보인다. (문학적 표현 써봤다.)

 

좁은 마루에 신문지를 깔고, 부르스타를 준비한다. 나는 엄마가 만드는 부추전이 생각났다. 준비물은 간단하다. 밀가루와 부추, 물 그리고 초장이다. 정말 아무것도 필요 없다.

 

먼저 밀가루 준비부터 하자. 나는 밀가루 반죽에 미리 부추를 썰어 넣어서, 묻혀서 만드는 방법으로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부추 굽고 밀가루 물을 붓는 방식으로 한다.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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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밀가루 반죽 만들기 : 기사식당 돈가스집 콘수프 같은 농도로 밀가루 반죽을 만든다.

 

- 밀가루 (없으면 튀김가루) 반죽을 한다. 밀가루에 소금을 살짝 넣고, 물을 붓는다.

- 소금 간에 자신 없으면 넣지 않는다. 괜히 짜다.

- 밀가루에 물을 붓는다. 조금씩 시작한다. 초보자는 농도는 반죽을 만들었을 때, 숟가락으로 퍼올리면 물이 주욱 떨어져야 한다.

 

2. 부추 손질 : 잘 씻는다.

- 부추를 씻는다.

- 부추 한 단을 잘 빼서 흐트러트리지 않게 씻는다. 오와 열을 맞추어 구워야 한다.

 

3. 토핑 : 개인적으로 나는 아무것도 올리지 않는다.

- 뭐 오징어, 조개, 돼지고기 조각을 올리거나

- 밀가루 반죽에 계란을 풀어 만들거나

- 고추를 조금 잘라서 넣거나 한다.

- 나는 오리지널, 어릴 때 엄마의 전처럼 아무것도 안 넣는 게 깔끔하다. 괜히 힘만 든다. 단, 냉동실에 뭐 있으면 넣어도 좋다.

 

4. 소스 : 초장만 있으면 된다.

- 전에는 간장으로 먹어 본 적이 없다. 물론 집에서는 말이다. 식당은 다 간장이지만…

- 나는 초장이다. 끝.

- 간장에 식초 넣고 양파 썰고 다진 마늘 넣고, 고추 잘게 썰어서 넣고 장을 만들지만….

- 나는 초장 하나면 된다. 끝.

 

5. 만들기

-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다.

- 열이 올라오면 부추더미를 프라이팬에 펴 둔다.

- 부추로 프라이팬을 덮는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 그 위로 밀가루물을 붓는다. 생각보다 적게 부어도 된다.

- 밑바닥이 익으면 뒤집는다.

- 노릇하면 된다.

 

6. 상차림

- 부추전과 초장, 막거리를 준비하면 끝난다.

 

비 오는 날 어디 한번 잘 먹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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