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광역급행철도 흔히 GTX로 불리는 고속 지하철 4개 노선 건설에 투자되는 금액은 19조 원을 상회한다.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에 드는 예산이 4조 5천억 원이니 GTX의 투자금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광역급행철도 건설에 따라 노선 통과 지역 주민의 이동권이 개선되고 교통인프라 건설로 인해 GTX 정류장이 신설되는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는 등 지역개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해당 노선의 정차역과 환승역 선정 그리고 노선 연장 등 다양한 주제로 열띤 논의가 진행 중이다. GTX 건설로 수도권 교통 문제 완화라는 본래의 목적을 놓치지 않으면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 사항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사업이 성공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GTX의 성공적인 시행을 바라는 마음에 앞서 이러한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바라보는 불편함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건설에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특정 지역에 대규모 교통 인프라 투자는 지역 간 불균형 문제를 심화시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교통 문제 완화라는 명분으로 수도권에 집중된 교통인프라 건설은 결과적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과의 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하철 역세권이 특별히 지가가 높은 이유와 같이 GTX 건설은 수혜지역의 접근성과 연결성을 높여 부동산 가치를 높이고 지역개발 효과를 부가적으로 창출할 것이다. 교통시설 투자에 따라 개발 효과가 연쇄적으로 발생하기에 특정 지역에 대한 대규모 교통투자는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 투자의 적절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GTX와 같은 대규모 투자가 비수도권의 광역도시권에 필요하다는 논의를 지금까지 듣지 못하였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교통 인프라 건설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수도권에 대한 대중의 인식 때문이다. 수도권은 나라 경제의 핵심이며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교통은 편리해야 하고 이곳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곧 국격을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서울, 인천, 경기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으며 지역총생산 또한 전국 GDP 가운데 52.8%를 차지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수도권 교통 혼잡을 줄이고 대기 오염을 완화하며 출퇴근을 원활하게 하도록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따라서 GTX와 같은 수준 높은 대중교통체계를 마련하고 신규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수도권 교통인프라 투자에 무엇보다 적극적이다. 하지만 수도권에 집중된 교통 인프라 투자는 불균형한 지역 격차를 더 심화시킬 위험을 안고 있다. 수도권에 교통 투자가 집중되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고 인구수와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의 인프라 투자를 소홀히 할 경우 수도권과 지방의 모빌리티 서비스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될 것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대중교통 시설과 부족한 교통인프라로 이동의 불편이 지속되어 수도권과 지방의 모빌리티 서비스 불균형이 더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 종국에는 지방의 경쟁력이 낮아져 인구와 부의 수도권 집중을 더 가속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교통 인프라에 대한 불평등한 투자로 인해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는 악순환되는 구조가 고착되는 것이다.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대한 교통인프라 특히 대중교통 시설에 대한 균형 잡힌 투자가 가지고 오는 긍정적인 효과는 다음과 같다. 모빌리티 서비스의 지역 간 형평성이 높아지고 사회적 포용성이 증진된다. 우리 국민 모두는 거주하는 곳의 지리적 위치와 관계없이 누구나 안정적이고 저렴한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동의 자유를 누리게 된다. 농촌 및 교외 지역의 일자리, 교육, 의료 및 기타 필수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확보되어 사회적, 경제적 불평등이 완화될 수 있다. 또한 사도삼촌(四都三村)과 같은 라이프 스타일 즉, 4일은 도시에 거주하고 3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는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하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
교통 인프라 건설은 해당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사업이다. 따라서 교통 인프라 예산 수립에는 반드시 지역 간 비례 원칙이 필요하다. 지역 균형 발전을 추구하고 지역민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교통 인프라 건설에는 반드시 균형 잡힌 투자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근래 서울의 무제한 교통카드 도입 정책에 경기도와 인천이 반발하고 있다. 수도권은 한 생활권이기에 서울, 경기, 인천 주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정액권 교통카드제도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자치단체장들이 함께 숙의하여 수도권 주민 모두를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란도 지방의 입장에서 보면 그림의 떡과 같은 저들만의 리그로 보인다.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이 어느 때보다 아쉬운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