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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트레킹의 추억

계획의 공간에서 법칙의 시공으로 이동하다.

 

울란바토르는 혼잡하다. 계획의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혼돈만이 가득하다. 울란바토르 시내 거리거리를 가득 메운 차량만이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 발전소와 경수로 냉각탑 비슷한 저 배치는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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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장 길이 시작되었을 무렵 계획의 공간에서 벗어나 법칙의 시공으로 접어들었음을 인지할 수 있다. 소와 말의 혀는 용케도 꽃을 피하며 녹색의 만찬을 즐기고 있다. 꽃마저 뜯겨 저들의 위로 직행했다면 초원은 '유지'되지 못하였을 것이다. 초원은 그렇게 동물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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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우리는 별에 압도되었다.

 

수억 광년을 아니 인지의 시공을 너머 도달한 빛이 무장 해제된 망막세포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법칙의 시공은 그렇게 완악한 마음의 빗장을 허물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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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질듯한 대기를 가로질러 펼쳐진 원시의 초원과 침엽수림은 그들의 유전자를 차곡차곡 우리의 근육에 각인시키고 있다.

 

게르 위로 빗방울 소리 세차고 김현식 음악이 나오고 보드카는 몇 순배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밤새 빗소리는 평온하고 동트기 전 멈춘 대지의 시야 끝에 방해하는 그 무엇도 걸리지 않는 저 끝은 나뭇잎의 흔들림과 바위의 반짝임으로 바람과 햇살을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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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하여 트레킹을 시작하였다.

 

무던히 다녔지만 법칙의 시공으로 안내되어 들어왔다는 걸 실감한 건 처음이다. 우리도 계획의 관계에서 법칙의 인연으로 진화하고 있는가? 다시 몽골 초원과 별빛 아래에 누구와 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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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필설로 서울의 다섯 배 사이즈나 되는 3,000제곱킬로미터의 테를지 국립공원을 전하고자 하는 나의 의지가 가소롭다.

 

듣고 믿는 자에게 복이 있다 하였으나 나는 보고도 여전히 그립다. 눈앞에 두고 다시 오리라는 다짐을 몇 번이고 동행들과 한다.

 

나는 그대가 곁에 있어도 그대가 그립다.

 

사족: 마지막 사진은 동행한 친구가 찍어주었다. 나는 전혀 인지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그가 보통 이상의 눈썰미를 지니고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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