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요리를 끝내기로 했는데, 막상 떠나자니 아쉬워 인사를 하고자 합니다.
독자도 없는 글에 안녕이라 말하는 것은, 마치 텅 빈 플랫폼에 혼자 새벽기차를 기다리는 나의 모습 같았습니다. 가방은 몇 가지 속옷과 일기장, 구두, 얇은 담요만 넣고 떠나는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그냥 바람처럼 떠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속마음은 바람처럼 멋있지 않습니다. 속마음은 무얼까 하며 냉철히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것은 두려움과 비겁함입니다. 설명하자면 나의 인사를 받아줄 사람이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그동안 멋진 글을 쓰지 못해 숨고 싶은 비겁함일 겁니다. 그래도 읽어주신 독자분과 응원해 주신 편집장님, 일곱째별께 안녕이라는 말을 하고 가야지요.
홀로요리는 왜 멈출까요? 결혼했나? 아뇨. 요새 요리를 안 합니다. 그냥 김밥이나 컵라면, 빵, 쑥떡, 라면으로 간단히 식사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인덕션을 만나지 않는 한, 냄비에 무언가를 끓이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화재 조심.
홀로요리는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그것을 우리는 하느님의 선물, 인생의 변곡점, 대운의 변화라고 합니다. 이런 표현을 남들은 별거 아닌 글 쪼가리 하나 띄우는데, 너무 거창한 표현 아니냐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 글을 세상에 보내는 것은 큰 용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제야 작은 새는 세상을 피곤하게 떠돌다가 겨우 옹달샘에 앉아 물을 먹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홀로요리는 책으로도 출간되었습니다. 그냥 혼자 출판사 차려서 혼자 편집하고 표지 만들어서 홀로요리를 처음 출판했습니다. 그것도 두 권으로 책을 내었습니다. 한 권은 <홀로요리> 또 다른 한 권은 <엑스보이 프렌드의 비밀 요리법>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전자책으로도, 종이책으로도 출판되었습니다. 다시 기획해서 재출간하고 싶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다음에는 어떻게 만나게 될까요? 새롭게 다시 기획해서 길목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드립니다. 무엇에 대해서 쓸까요? 뭘 하면 제가 잘 쓸까요?
뭘 쓸지 의견을, 연락을 주세요. 비둘기 종아리에 쪽지를 달아 보내셔도 되고, 봉화를 피워도 됩니다. 남쪽에 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면 글을 쓰지 말라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또는 한강변에 연을 날려 편지로 전달해도 됩니다. 또는 삐삐 쳐주세요. 녹음해 두시면 듣겠습니다. 번호가 015-4335-...아 뒷번호를 까먹었어요. 어떻게든 마음이 통하면 연결되겠죠. 기다릴게요. 그동안 너무 감사드려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