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영화는 레이몽 베르나르 감독의 "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 1934)"입니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어렸을 때부터 그저 <장발장>이나 <레미제라블>이라는 고유명사로 알고 지낸 덕분에, 2021년 6월호에 소개한 래드 리 감독의 "레 미제라블 (Les misérables, 2019)"도 이전의 영화들처럼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그대로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다가 소설 내용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라는 것과, '레 미제라블'이 '비참한 사람들' 또는 '불쌍한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완역판을 읽지는 못했지만 어렸을 적에 요약본을 통하여 비참한 사람들의 여러 모습들을 보았고, 비참한 여건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을 보고 감동을 받았으며, 가장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뮤리엘 주교가 장발장을 대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동안 이 소설로 만든 여러 편의 영화와 뮤지컬을 보았지만, 전 세계 영화 비평가들에 의해 가장 훌륭한 <레 미제라블>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레이몽 베르나르 감독의 "레 미제라블, 1934"은 볼 수가 없었는데, 최근에 네이버 TV의 '한글자막 직접제작 고전영화관'에 올라온 것을 보고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상영시간이 279분이나 되는 3부작 영화이지만 시간을 내서 참고 보면 후회는 안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장편 소설을 영화화했기에 제한된 사간 안에 영화를 만들다 보면 축약할 수밖에 없었는데 "레 미제라블, 1934"은 그러한 점에서 원작을 보다 충실히 반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장발장' 역을 맡은 아리 보르와 형사 자베르 역을 맡은 샤를 바넬의 연기도 뛰어납니다.
3부작 각 시작마다 빅토르 위고의 사진과 함께 그의 글이 소개되고 있는데 1편에서 소개되고 있는 글은 아래와 같습니다.
'빈곤과 비참함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이런 작품은 헛되지 않을 것이다.'
이 영화 외에 빌 오거스트 감독이 만든 "레 미제라블, 1998"과 톰 후퍼 감독이 뮤지컬 공연을 기본으로 만든 영화 "레 미제라블, 2012"을 추천합니다.
레이몽 베르나르 감독은 아주 뛰어난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세상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으로 "레 미제라블, 1934" 외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영화로 "나무 십자가(Wooden Crosses, Les Croix de bois, 1932)"가 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 중 한 프랑스 연대의 고통을 묘사한 영화로 파리 개봉 당시 뉴욕 타임스에서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 중 하나'로 평가를 받았던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