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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국의 걸으며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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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 풀 마라톤을 달리다

posted Dec 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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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jpg

 

1. 武人들을 만나다

 

먹물들 틈바구니에서 오십여 년을 살았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폄하할 의도가 아니다. 칼보다 강한 붓으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도 그렇지만 대개 그들은 복잡하다.

 

걸으며1.jpg

 

오늘 나는 8,230번째로 들어왔다. 내 앞에서 옆에서 뒤에서 달리는 러너들은 무인들이다. 풀 주자는 무림의 고수가 풍기는 독특한 아우라가 있다. 그들은 무심한 얼굴로 무덤덤한 표정으로 묵묵히 한다. 필요한 건 몸에 각인된 촘촘한 근육 그리고 인내.

 

그들 틈에 섞여 있다는 것, 그들과 함께한다는 건 역시 보통일이 아니다. 헤어 나오기 어려운 새 세상을 맞닥뜨린 것 같다.

 

 

2. 스무 살 이후 콜라를 의도적으로 멀리하였다

 

미국을 제국주의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여러 사실을 접하고 콜라를 마시지 않았다. 습관이 되고 나니 안 먹어도 사는 데 큰 불편함이 없었다. 미국서 7년이나 살았는데도 말이다.

 

오늘 응원 나온 시민들 건네는 컵을 4번 받았는데 공교롭게 모두 콜라가 든 잔이다. 내가 콜라를 마시든 마시지 않든 뭐가 대수랴! 하지만 무작위로 받아 든 4잔째부터는 완악한 마음을 좀 누그러뜨리며 사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 지난 10년을 수치로 돌아보다

 

걸으며2.jpg

 

몸무게는 정확히 평균으로 회귀했고 근골격량은 늘었으며 체지방은 감소했다. 달리며 생긴 변화다. 먹물 역시 빠지고 있다. 세상사 좀 너그럽게 보고 싶다. 그렇게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

 

달리면 누구나 변한다!

 

사족: 지하철을 반대 방향으로 탔다. 덕분에 냉탕에서 몸을 담그며 희미해져 가던 기억을 용케 불러올 수 있었다. 몇 자라도 남겼으니 이정표를 잘못 본 내 탓을 할 일도 아니고, 돌아가는 걸 나쁘게 볼 이유도 없다.

 

김영국.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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