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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그 나무를 만나다 5 - 매디슨 스퀘어 파크

위대한 그 나무를 만나다 5

매디슨 스퀘어 파크(Madison Square Park): 나무들의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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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My Friend Tree in Madison Square Park NY", 2024, Feb. Digital Painting

 

매디슨 스퀘어 파크(Madison Square Park)는 맨해튼 남북으로는 23가와 26가 사이, 동으로는 매디슨 애비뉴, 서로는 브로드웨이와 5번가를 접한 6.2 에이커 정도의 자그마한 공원이다. 한인타운과도 가까이 있다. 처음 이 공원에 들어섰을 때 타임머신을 타고 19세기 길디드 에이지(Gilded Age)의 뉴욕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Flat Iron Building을 비롯해 당대의 유수한 건축가들이 지은 건물들에 둘러싸여, 모뉴먼트와 분수들과 어우러져 품격이 있었다. 미국이 한창 번영하고 풍요롭던 시대에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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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머무르게 하는 공공미술 작품들도 전시되어 있었다. 초록의 시원한 그늘, 나무에 기대어 책도 읽고, 담요를 깔고 피크닉을 하는 사람들의 여유로운 마음이 전해져 왔다. 그 느낌들이 지금도 이 공원에 가면 여전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심의 작은 공원이 되었다.

 

며칠 전 5번가로 내려가는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이었다. 무심하게 거리를 보고 있다, 멀리서 눈에 들어오는 초록 숲을 보고 나도 모르게 버스의 벨을 누르고 뛰쳐나갔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다. 그때 알았다. 내가 이 공원을 좋아하는 이유를 대라면 아마도 10가지는 넘겠지만, 제일 큰 이유는 나무들 때문이란 것을.

 

도심의 나무 박물관

 

매디슨 스퀘어 파크는 ArbNet 수목원 인증 프로그램에서 Level 2 수목원으로 인증받은 곳이다. Madison Square Park Conservancy Website(https://madisonsquarepark.org/)에 따르면, 이곳에는 300그루가 넘는 다양한 수종의 나무가 있다고 한다. 많이 돌아다니지 않아도 한 곳에서 나무들의 이름을 알고 사계절의 변화를 공부할 수 있는 좋은 나무 박물관이다. 매달 둘째 화요일 저녁 5시 반에 이곳의 수목재배가(Arborist)가 안내하는 "Garden Tour"가 있다. 그 시즌의 아름다움을 하이라이트해주고 수목원을 더 즐길 수 있도록 설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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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ch hazel collection

 

앞으로 10여 년 안에 1/3 정도의 나무가 오래되어 죽을 것이라고 한다. 60년 나무 보존 계획을 세워, 다양한 수종을 재배하고, 노년과 어린나무의 균형을 맞추고, 야생동물들의 쉼터가 되고, 계절마다 특성을 살려 눈을 즐겁게 하고, 원래 공원 디자인 취지를 살리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고 한다. 특히 Witch hazel(풍년화)과 Redbuds(박태기나무)의 컬렉션을 세계 수준급으로 만들려고 한다. 지도에 한그루, 한그루 다 표기가 되어 있다.

 

11월에서 3월까지는 70그루 정도의 풍년화를 4월에는 박태기나무를 보물찾기하듯 즐길 수 있다. 풍년화는 노란색으로 박태기나무는 분홍색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색깔도 다양하다. 수목원에서 제일 흥미로운 때가 4, 5월이 아닌가 싶다. 꽃들이 피고 지고 나무에 순이 돋고 잎이 물들기 시작하는 변화가 매일매일 새롭다. 게다가 온갖 새들도 날아오고.

 

위대한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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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ison tree @2/24/2024 & 5/17/2022

 

1985년 뉴욕시는 시민들의 추천을 받아 위대한 나무(Great Tree) 120그루를 선정했다. 이곳의 "Madison Tree"라고 불리는 붉은 참나무(Red Oak)도 그중 하나이다. 미국의 4 대 대통령인, 제임스 매디슨을 기념하는 길, 매디슨 애비뉴가 1883년 생겼는데, 100주년 기념으로 버지니아주 매디슨 대통령 저택에서 가져온 나무라고 한다.

 

나의 친구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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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glish Elm(영국 느릅나무) @2/22/2024 & 5/17/2022

 

처음에는 뉴욕시민들이 선정한 위대한 나무들을 찾아서 걸었는데, 때론 그 나무들 주변에 끌리는 나무를 만나 친구가 되기도 한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도 친구 나무가 한그루 있다. 공원이 생기기 전부터 있던 나무로 200년 정도 추정되는 영국 느릅나무이다. 오래된 나무지만 모양이 특이하고 모던해 슈퍼 멋쟁이 나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니 오래된 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무거운 나뭇가지는 잘라내고 어린 새 가지를 자라나게 하려고 여러 차례 수술 과정을 거쳐 형성된 모양이라고 한다. 나무나 사람이나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닌가 보다. 문득 내가 키모를 받고 머리털이 조금 났을 때 사람들이 내가 대단한 멋쟁인 줄 알았다는 생각이 났다.

 

뉴욕시 위대한 나무 120그루 중에 이젠 65그루 정도 남아서 2023년 두 번째 위대한 나무 서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매디슨 스퀘어 공원 당국에서는 여기 영국 느릅나무를 추천했다고 들었다. 나는 당연히 내 친구 나무인 줄 알고 기뻤다. 나중에 알고 보니 공원의 가장 북쪽 Farragut 기념비 뒤편에 있는 나무이다. 이 나무는 구석에 있어 잘 보지 못했다. 나중에 공원 스태프를 만날 기회가 있어 "두 나무 중 왜 그 나무를 선택했냐?"라고 물으니 더 커서 그랬다고 한다. "두 그루를 다 추천하지 어찌 한그루만 추천했냐?"라고 어린아이와 같은 섭섭함을 토로했으나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도심 한가운데 산림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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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Forest Bathing", 2024, Apr. Digital Painting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는 4월, 식목의 달을 기념하여 산림욕, 버드 워칭등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도심의 자그만 공원 속에 산림욕이라… 하루 종일 비가 부슬부슬 왔는데 저녁이 되자 다행히 비는 멈추고, 공원은 평소보다 조용했다. 8명 남짓 참가자가 활짝 핀 벚꽃 나무 아래, 숲 치료사의 안내로 동그랗게 섰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차 소리만 들릴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새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두 팔을 편안하게 벌리니, 바람결 따라 손끝에 촉촉한 공기가 전해왔다. 그리고 어슬렁어슬렁 공원을 걸으면서 오감을 열고 관찰하기 시작했다. 색색의 컬러 패치를 받고 그 색들과 매치되는 자연의 색깔을 찾아보기도 하였다. 다들 뉴요커의 빠른 속도로 걷다가 이 느림이 익숙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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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씩 짝을 지어 공원을 돌면서 각자가 기억나는 나무 스토리를 파트너에게 이야기한다. 놀랍게도 누구나 간직된 나무스토리가 술술 나오는 것 같다. 우리가 인식은 못해도 나무는 우리의 삶과 근원적으로 연결이 된 것 같다. 공기, 물처럼… 마지막으로 공원을 돌아보고 제일 마음에 드는 나무 한 그루를 고르라고 했다. 나는 친구 나무가 있어서 쉽게 골랐는데 사람마다 각자 고르는 나무가 다양하다. 나무도 임자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숲 치료사는 자신은 안내자이고 우리를 치료하는 것은 자연이라고 한다. 그가 손수 따다가 말린 솔입차와 견과류를 먹으면서 마무리했다. 4월에 힘든 여행에서 돌아와 몸과 마음이 지쳐 있던 나에게 숲이 가득한 삼림(森林)은 아니었지만 도심 속의 이 작은 산림욕(山林浴)이 위로와 새 기운을 불어넣어 주었다. 문득 깨달음이 왔다. 뉴욕시에서 숲을 갈망해 맨날 숲에 조그만 오두막집 타령을 했는데 이 글을 쓰다 보니 친구 나무 하나만 있으면 그 속에서 산림욕도 할 수 있구나 하고.

 

 

PS 1. Public art in Public Park(공원 속 공공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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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디슨 스퀘어 파크를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곳에서 전시되는 공공미술이다. 제3세계나 여성 작가들의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었던 것 같다. 올겨울 전시되었던 아르헨티나 출신 Ana Maria Hernando의 작품, " To Let the Sky Know"이다. 포근한 솜사탕처럼, 하늘로 나르는 날개옷처럼, 흘러내리는 폭포처럼 분홍 노랑의 화사함으로 황량한 겨울 공원을 환하게 한다. 2004년에 시작하여 올해가 매디슨 스퀘어 파크 컨서번시 아트 프로그램 20주년이어서 그동안의 전시를 책으로 출판하다고 한다.

 

 

PS 2. 매디슨 스퀘어 파크(Madison Square Park) 주변의 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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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 Life Clock Tower(왼쪽 위), Flat Iron Building(가운데), 전 Madison Square Garden 자리에 들어선 New York Life Building(오른쪽 위), 그리고 8블록 북쪽에 있는 Empire State Building(오른쪽 아래), the Appellate Courthouse 건물(왼쪽 아래) 등, Flat Iron district, NoMad district에 위치하고 있어 주위에 어디를 둘러봐도 고풍스러운 backdrop(배경)이 펼쳐진다.

 

 

PS 3. 매디슨 스퀘어 파크 주변의 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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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역엔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비롯하여 유명한 음식점들이 많다. 한식당 올레(Olle, 11 East 30th St.)나 옥동식(Okdongsik, 13 East 30th St.)에서 점심을 먹고, 디저트로 이탈리아 마켓 Eataly(200 5th Ave.)에서 커피나 젤라토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공원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공원 남동쪽 코너에 유명한 Shake Shack 1호점이 있는데 처음 여기 한 군데였을 땐, 잘 먹지 않던 햄버거도 긴 줄을 서서 먹으면 꿀맛이었다. 한 번은 건강을 생각해 Eataly에서 닭을 사서 공원에서 복잡하게 먹고 있는데 옆에서 일본 주먹밥을 단출하게 먹고 있는 "남의 떡"이 맛있어 보여 물어보니 근처에 있는 일본 식품점 Ten Ichi Mart(178 5th Ave.)에서 샀다고 한다. 낮에는 근처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많이 나와 점심을 먹는데 그런데도 벤치가 많아 항상 앉을자리가 있다.

 

 

PS 4. From Gilded Age to Golden 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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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역사가 숨겨있는 벽화, "The Gilded Lady"(236 5th Ave.) tributed to Evelyn Nesbit

 

매디슨 스퀘어 파크는 다른 공원들과 달리 홈리스나 마리화나를 피우는 사람이 거의 없어 편히 쉴 수 있다. 그 이유가 뭘까? 동네가 좋아서일까? 항상 공원 안을 걷다가 한 번은 울타리를 따라 밖으로 걸었는데 벤치로 쭉 둘러있었다. 밖의 벤치에 노숙자들과 대마초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렇게 많지 않았다.

 

매디슨 스퀘어 파크 주변이 1870년대, 길디드 에이지(Gilded Age)의 가장 핫한 곳으로, 음식점, 쇼핑, 엔터테인먼트, 호텔들이 이곳에 몰려 있었고, 정치적 협상이 이곳을 통해 이루어졌다고 한다. 흥망성쇠의 과정을 겪으면서 1970, 80년대에는 마약과 노숙자로 들끓던 형편없는 곳으로 전락하였다고 한다. 1997년 비영리단체인 City Parks Foundation 등의 노력으로 2001년에 다시 지금 공원의 모습으로 재건되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겉만 금칠을 한 Gilded Age 라면 지금은 속까지 꽉 찬 Golden Age를 맞이하면 좋겠다.

 

이 웹페이지[▶]에 가면 Evelyn Nesbit의 배경스토리를 알 수 있다.

 

 

PS 5. 강아지 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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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Dog Park in Madison Square Park NY", 2024, Feb. Digital Painting

 

나는 그다지 개를 좋아하지 않지만, 이 공원에 오면 나도 모르게 개 구경을 하게 된다. 봉긋이 올라온 마운드에는 Westminster Dog Show에서 콘테스트하듯 한껏 모양을 낸 개들이 올라와 개폼을 잡고 내려간다. 그야말로 물 좋은 견공들이 이곳에서 노는 것 같다.

 

 

PS 6. 버드워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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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ckwise: Yellow-bellied Sapsucker(샙서커), European Starling(유럽 찌르레기), Hermit thrush(갈색 지빠귀), Chipping Sparrow(취핑 참새) @ 4/18/2024

 

뉴욕시는 Atlantic Flyway를 따라 철새들이 이동하는 통로여서 버드워칭의 보고인데 특히 4, 5월은 많은 새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맨해튼의 센트럴 파크나 인우드 파크, 리버사이드 파크처럼 넓지 않지만, 꽃과 수목이 무성한 이 작은 매디슨 스퀘어 파크에서도 봄철에는 솔찬히 새들을 본다고 한다.

 

Japanese Crabapple(꽃 사과나무) 가지에 Yellow-bellied sapsucker 가 신기했다. 딱따구리(Woodpecker)는 나무의 껍질만을 쪼아대지만 샙서커는 이름이 말해주듯이 나무속까지 구멍을 내고 수액을 빨아서 나무를 상하게 한다. 다행히 철새라고 하니 조금씩만 먹고 가서 나무에 큰 피해가 없으면 좋겠다. 이상기후와 새들의 서식처 감소로 많은 새들이 위기에 처하는데, 6 에이커 남짓한 이 공원도 야생동물의 서식처가 된다니 고마운 일이다. 자원봉사나 후원금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다. (홈페이지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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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e Cho, "Happy Birdwatchers", 2024, April. Digital Pa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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