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삼이라고 적힌 문구를 보고 주저함 없이 들어와 앉았다.
5시!
아직 저녁 손님이 오기 전이다.
홍해삼 한 접시 주세요.
내장은 따로 담아서~
서울 말씨를 쓰는 사장님으로 보이는 홀 서빙은 눈치가 빠르다.
나무젓가락 드릴까요?
왼팔 오른팔을 도화지 마냥 잔뜩 그림을 그려 놓은 친구가 선선한 미소를 보낸다.
기억은 87년 겨울과 99년 봄을 오간다.
화순해변을 지나며 올레 코스를 무시하고 해변을 따라갔다.
족히 삼사백 미터는 돼 보이는 용암 롹베드를 건너니 80년대를 관통했던 친구와 부산에서 배 타고 제주 들어와 경탄을 금하지 못했던 용머리 해변 바위가 나타났다.
99년도는 월급을 받으며 정신의 사회화가 아닌 리얼 경제적 사회화가 진행하던 시절 동료가 제주대 교수로 갔던 시절 이야기다.
우리 팀원들은 독수공방하던 옛 동료를 위로한다는 핑계로 제주행을 결행하였다. 눈치 빠른 현지 공무원 제자가 서울서 지도교수의 절친들이 제주로 온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모든 일정을 짰다.
그날 이후 육지 것들과 도민의 차이를 분명하게 아니 몸으로 알게 되었다. 홍해삼은 해삼과 다르다. 홍해삼 내장은 바다의 심포니다. 사이드 메뉴로 상어 간 정도는 나와야 섬사람 대접을 받는다는 걸 알았다. 아는데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결코 결단코 그런 대접은 안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오늘 걷다 홍해삼에 한라산을 곁들여 마시며 87과 99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사이, 어느새 동료들 연인과 함께 온 사람들로 가득 들어찬 테이블 틈에서 홀로 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