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84

생태적 삶과 예술(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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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같은 심각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예술이 밥 먹여주냐?' 또는 '예술이 기후위기 해결에 도움이 되냐?'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저 역시 가끔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예술은 기후위기 이전에도 기후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우리를 풍요롭게 해 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글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의 예술이라는 맥락에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예술의 필요성에 대해 살펴보려고 합니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무엇인가라고 하면 당연히 온실가스겠지요. 그런데 온실가스를 배출은 탄소를 기반으로 한 산업사회에서 기인하고, 현제 산업사회는 자본주의체제에 기반해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오로지 이윤이라는 목표로 돌아가는데, 이는 인간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자연의 자원은 마음대로 착취해도 된다는 인간중심주의, 인간의 탐욕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가치관, 세계관이 근본원인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데 그 가치관은 바로 우리가 믿는 이야기에 달려 있습니다. 즉 우리가 믿고 있는 이야기대로 우리의 세상이 구성이 되고 우리도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죠. 아마도 성장할수록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성장주의'가 오늘날 다수의 사람들이 믿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 이야기 바꾸기

그렇다면 중요한 건 우리가 믿는 이야기를 바꿔야 하는 것일 텐데요. 인간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종들을 지배하고 대규모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허구(이야기)를 말하고 믿는 능력'에 있었다고(인지혁명) 그 유명한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말합니다. 만약, 현 자본주의 시스템을 다른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고, 이를 위해 대다수 사람들이 협력이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우린 이 문명사적 위기를 극복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 'DISNOVATION.ORG'의 디스노베이션 <ShadowGrowing(성장그림자)>1)

- 아티스트, 활동가, 기술자,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콜랙티브 그룹 'DISNOVATION.ORG'은 탈성장 논의가 지적하는 성장의 한계와 문제점에 주목하는데, 이 전시를 통해 GDP가 상승할수록 '탄소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함께 증가함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전 세계 GDP와 이산화탄소 농도가 비례하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한국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왔습니다(국회예산정책처, 2020). 또한 생산을 위해 사용된 지구 자원 채굴을 나타내는 물질발자국과 GDP 그래프가 거의 흡사하게 비례하여 증가하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즉 성장하면 할수록 지구가 파괴되고 뜨거워짐을 알 수 있습니다.

 

● 감정을 움직이기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행동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적, 사회적, 심리학적 이유 등으로 기후행동에 나서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간은 (소위) 이성뇌와 감정뇌를 모두 가졌는데, 실제 행동을 추동하는 것은 감정뇌라고 합니다(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 따라서 기후위기도 데이터를 통한 이성뇌뿐 아니라 데이터의 의미를 설명하여 감정뇌를 움직여야 합니다.

○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 "Ice Watch"2)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아이슬란드계 덴마크 설치 예술가인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소에서 대담한 시도를 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작품은 그린란드의 빙하를 전시했는데, 엘리아손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라고 말합니다.

차가울 것 같은 것과, 차가운 것은 다르고, 빙하가 녹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과 녹는 것을 보는 것은 다릅니다. 눈앞에서 빠르게 녹고 있는 그린란드 빙하를 보고 만진 사람의 감정은 어떨까요? 빙하를 안고 얼굴까지 부비는 사람들의 감정은 변하고, 그들의 삶은 어떻게든 달라지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빙하는 우리 일상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멀리 있지요.

 

● 미래를 엿보기

이렇듯 기후위기는 멀리 있고, 먼 미래에 닥칠 문제로 여겨지기에 행동을 이끌어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미래의 일을 조금 엿볼 수 있거나, 지금 여기로 끌어와서 보여주어야 합니다.

○ 멜 친(Mel Chin)의 "정박해제(Unmoored)"3)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조각 설치물인 웨이크(wake)와 함께 사용하도록 제작된 혼합 현실 체험인 본 작품은, 미래에 해수면 상승으로 뉴욕이 잠겨버린다면 어떻게 될지를 거리 위를 떠다니는 수많은 배들을 통해(증강현실)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뉴욕 한 복판에서 머리 위에 떠다니는 수많은 배를 본 사람들은 뉴욕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 1인조 인디밴드 '하늘소년'의 월간 기후송 프로젝트 중 "2041년 10월 21일 일기"

생물다양성, 비거니즘, 기후정의, 그린워싱, 기후소송 등의 주제로 매달 한 곡씩 작곡하고, 유튜브에 음원을 올리면서, 작곡과정을 기록한 작곡일지를 '생태적지혜연구소'에 기고하는 프로젝트. 특히 이 곡은 뮤지션(필자) 자신의 기후행동으로 야기된 재판에서 낭독한 최후진술서 내용으로 만든 노래입니다.4) 티핑포인트가 드디어 넘었다고 선언된 2041년으로 가본다면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것도 지금 당장 말이지요.

"지금 당장 시작해"(Do it now)5)

 

● 작은 벌새처럼

그런데 이 위기를 해결할 주체는 누구일까요. 우리는 보통 단 번에 문제를 해결해 줄 영웅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런 선택은 에코파시즘으로 흘러갈 수 있어 경계해야 합니다.

○ 묘기(Myo Gyi) 작사 작곡, 하자작업장학교 번안(2016)곡, "우리의 하루"6)

이 노래의 2절 가사는, 불이 난 숲에서 아주 작은 벌새가 입에 물을 머금고 한 방울씩 떨어뜨려 불을 끄려고 노력하자 다른 동물들이 비웃음에도 난 내 할 일을 하겠다며 계속 불을 끄려 노력하는 크리킨디 벌새의 이야기입니다. 즉 세상은 한 명의 영웅이 아니라 평범한 우리의 하루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렇듯 전망이 잘 보이지 않더라도 벌새처럼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과 소임을 충실하게 감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정치인, 법조인, 언론인, 노동자, 교사, 상인 등 모든 사람들이.

 

좋은 예술은 잘 풍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풍자는 '빗대어 표현하기'이며, 날카로운 비판과 웃음이 공존합니다. 비판만으로, 또는 웃음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둘 다 필요하죠. 그렇다면 예술가는 아니 삶의 예술가인 우리 모두는 우리의 메시지를 잘 빗대어 표현해야 합니다. 그래야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나와 상관없는 먼 얘기로, 또는 나 같은 개인은 어쩔 수 없는 거대한 문제로, 또는 내 이익에 반하고 내가 희생해야 하는 문제로만 인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도 비유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생태적 삶이란 이러한 예술과 함께 하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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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disnovation.org/shadowgrowth.php#exhibit

2) http://105orless.com/1-17/

3) https://youtu.be/E3gDd0uwRnE?si=NpdO6YMjOOE4VkwI

4) https://han.gl/fihTx

5) https://youtu.be/GHIp9VfFMAE?si=z7VKi8Ov4PIVDfO0

6) ttps://youtu.be/f0rpK4ruRJY?si=VJvbW71jCffF9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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