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무85

한반도의 순환적 생태적 경제 발전 가능성

자연의 순환질서와 조화를 이루는 생태적인 경제를 찾아서

1. 쓰레기 제로운동과 순환경제

2. 경제사상사에서의 순환경제 관념

3. 자본주의 경제는 어떻게 순환과 균형에서 벗어나는가?

4. 인구문제와 경제 그리고 생태환경

5. 대안경제의 추구 1): 공동경제와 경제 민주주의

6. 대안경제의 추구 2): 협동조합과 대안화폐

7. 대안경제의 추구 3): 생태경제학과 탈성장

8. 제국문화에서 벗어나려는 아나키스트의 경제관

9. 생태사회주의의 흐름

▶10. 한반도에서의 순환적이고 생태적인 경제 발전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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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한반도에서의 순환적이고 생태적인 경제 발전의 가능성

 

가능성을 논하는 마당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백지 위에 설계도를 그릴 수 없다. 자연의 순환질서와 조화를 이루고 생태적인 경제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간다운 행복한 삶이란 목표 지점에 공중을 날아가듯 직선거리를 측정하고 이에 따라 그 목표에 도달할 시간계획을 세우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우리의 역사에서 이상을 추구하던 많은 사람들은 그러한 단순한 일정표를 만들어서 실천하다가 실패했고 이에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실패하게 하고 죽음의 길로 가게 했으며 스스로도 비참한 최후를 맞은 경우가 많다. 아무런 위험도 있을 수 없는 탄탄대로를 거쳐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턱없이 오랜 세월이 소요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을 편의상 보수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겠다. 평면 지도상의 직선거리를 기준으로 목표에 도달할 일정표를 만드는 사람들은 극단적인 급진주의자들 또는 모험주의자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인이 어떤 위험을 무릅쓰는 일에 도전하는 경우는 용감한 일로 칭송받고 뉴스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공동체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선택하는 데서는 입장이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런 위험도 없는 안전한 대로를 통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나아가자는 입장은 현실이 주는 고통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가진 자들일 가능성이 있다. 고통의 시간을 최대한 줄이면서도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을 전제로 예견되는 비극 없이 목표를 찾아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는 지혜와 결단이 필수적이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가장 빠르고 곧은길이라고 해서 위험하거나 무모한 길을 택하는 것과 잘 포장된 안전한 큰 길 둘 다를 선택에서 제외하면 약간의 고난과 위험을 무릅쓰고 나가지만 힘없는 자들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인간다운 길이란 점에서 취할 앞으로 나가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조건, 우리나라 토양의 지리적, 역사적인 측면들이 출발점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제도라는 측면에서는 특히나 서유럽에서 발달되어 온 민주주의를 포기할 수 없지만 대외적으로 서양의 제국주의와 신식민주의에 반대하고 반전(反戰), 평화를 지향해야 할 역사적인 배경을 분명히 가지고 있다. 지금 한국의 여건에서 서양의 제국주의에 반대하고 반전, 평화의 입장으로 나가는 것은 경제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감수해야 할 길이 된다. 대의민주주의 헌법체제 하에서 민의의 선택만으로 그러한 전환이 가능하려면 내외의 환경 변화가 이와 맞아야 할 것이다. 지금 전 세계는 기후재앙의 위기 시대를 지나고 있다. 급격한 기후변화의 영향이 점차 가시화되어 간다. 인간의 기술적인 능력으로 자연의 불규칙성과 위력을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져 간다. 그동안의 인간이 자연을 정복해 왔다는 역사 관념이 일시적인 착시현상이었다는 것이다. 지구상에서 인간이 처해 있는 위치는 역동적인 힘을 휘두르는 자연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적응해 갈 방도를 찾아내는 쪽으로 달라져 간다. 지구상의 다양한 지형과 환경조건에 상관없는 통일적인 기술적 지식과 통일적인 소비와 생산의 양태를 확산시킨 자본주의 시스템이 전제로 하는 자연 정복의 신화는 깨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그 대신에 자연에 적응해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역의 지형조건과 환경마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차별화된 창의적인 적응방식이 필요해지게 된다. 이에 따라 각 지역 자치공동체가 근대국가를 대신하여 점점 더 중요한 의사결정의 단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외부 세계의 미개발 지역의 에너지와 자원을 수탈하여 그 힘으로 국내외의 시장을 통일하고 자연의 도전을 도시 인프라로 막아내는 개발 모델은 기후재앙의 위기 과정에서 실패하고 결국에는 붕괴하게 된다는 희망 섞인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 볼 수 있다.

 

탈(脫)중앙집중식 지역자치로 무게중심이 이동된 의회민주주의 그리고 에너지 및 물질소재 생산에서의 지역의 조건에 적응한 작은 생산 시스템이 체계화된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의 조직이 아닌 무수한 독립적인 기술자, 장인(匠人)들에 의해 창안되는 중세의 전근대적인 조합 체계가 점점 더 확산의 잠재성을 가지고 새로운 문명의 씨앗을 품은 채로 태동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에는 기후재앙의 위기 앞에서 기후재앙을 기술적으로 인간의 계산과 조직적인 노력으로 정복할 수 있을 가능성이 점차 희미해져 가고 전과 달리 역동적이고 위력적인 존재가 된 자연의 기상(氣象)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의 새로운 행태와 관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우위를 점하게 된다. 이런 인식의 전환과 함께 문명의 기초 자체가 교체되는 출발점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명의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우리는 한반도의 자연 지리적 풍토적 다양성에 대한 확고한 인식에서 앞길을 가늠해 가야 함은 물론이다. 그것은 지역의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생활문화를 재발견하려는 노력을 필요로 한다. 가장 중요한 초점은 자연과 연결되어 살아온 역사문화 지리를 재발견하고 수계(水系 tershed)를 따른 자치적인 순환경제 권역들로 국토를 재편하여 대부분의 경제, 정치 권력을 지역에 넘기는 연방제를 실시하고 국가를 연방제 경제 공동체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옛 역사와 문화, 언어, 의식주의 생활양식을 발굴하고, 자연을 살려서 자연이 인간을 먹여 살려 주는 식의 자연과 인간의 상생구조를 상상할 필요가 있다. 다음 그림은 한반도에서 수계와 산줄기를 기준으로 공통의 자연적 조건과 전통적 생활문화를 공유하는 권역들을 표시한 그림들이다.

 

 

image01.png

 

출처: 박수진, 손일. 한국 산맥론(II): 한반도‘산줄기 지도’의 제안. 대한지리학회지 제40권 제3호 2005 (253~273)

 

 

요컨대 눈을 우리의 땅 안으로 돌리고, 땅과 일체가 된 생활인들의 자연 조건을 활용해 온 삶의 지혜를 복원하는 것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와 더불어 사람의 창의적인 잠재력을 최대로 이끌어내도록 하는 교육과 인력 양성에 중점이 두어져야 하며, 이는 생존과 경제활동에서 첨단 기술이나 거대한 인프라가 아닌 인간의 지혜와 협동이 위력적이 되어 가는 자연과의 교섭에서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과 연결이 된다. 요컨대 인공지능과 반도체가 다시 한번 자연을 정복하고 자본주의 경제를 위기를 넘어 잘 작동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신뢰할 수 없는 집착일 가능성이 높으며, 건강한 자연과 일체가 되고, 그 자연에서 힘을 얻는 일하는 사람들의 지혜와 가치를 중심에 두는 경제 시스템이 미래의 길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지구 생태환경의 건강 측면에서도 타당한 방향이라고 보는 것이다.

 

전세계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도 지형적, 문화적으로 다채로운 환경조건을 가진 한반도는 이식된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극단적인 중앙집중화에 의한 저개발국에서의 급속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실험장으로 단조로운 통일적인 인공적 환경으로 평정되고 땅이 피폐화되어 왔다. 이 흐름을 돌이켜야만 할 시대가 기후재앙의 위기와 더불어 가시화되어 간다. 그 방향은 대략적으로는 분간이 되지만 지역과 분야들에서 구체적이고 다채로운 형태로 내용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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