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이삭마저 거두어간
빈 들에 섰습니다
잔설 젖은 볏짚을 몇 줌 집어
가슴에 안는데
바람이 자꾸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한 해를 돌아보는 길 위에는
눈물이 고이고
한숨이 흐르고
아무리 우악스럽게
움켜쥐고 버둥거려 봐도
남은 건 결국 지푸라기 몇 올뿐.
이제는 잉태할 곳 찾아
서성이는
주님께 내 구유를 내어드립니다.
그대 오심으로만 채워질
내 영혼과 삶이기에.
<대림절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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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허락된 작은 특권 가운데 하나는 성전에 쓸 대림절 양초를 부탁하는 일이다. 나는 생각나는 그 모든 사람들을 지나쳐 주님의 도움이 가장 필요해 보이는 그 누군가에게 굳이 손을 내민다. 물론 그는 이 초대의 의미를 모르지만 여하튼 내 부탁을 들어준다. 어쩌면 얼마나 처지가 어려우면 나한테... 이런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아, 그 마음도 고맙고 뭉클하다.
그리고 대림절 기간 내내 흔들리는 촛불 아래서 그의 친절에 기도로 화답한다. 그는 내 기도의 1순위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대림절 양초를 통해 그에게 보냄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냉수 한 잔도 기억하시는 하나님께서 해주실 것이다. 사렙다 과부에게 보냄을 받았던 엘리야처럼.
보냄을 받는다는 것은.... 뭐랄까. 때로는 염치없고 때로는 비정해 보이고 때로는 귀찮고 한심하고 불쌍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사람도 기꺼이 받아주고 들어주는 그 작은 친절과 호의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만나 뵙는 은총을 누리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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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성탄절이면 교회에서 불렀던 탄일종이 땡땡땡~~ 이 노래의 2절 가사가 "바닷가에 사는 어부들에게도 탄일종이 울린다."인 걸 작년에야 알았다. 그리고 이게 뭐라고 위로가 되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올해도 여전히 나는 이 가사가 마음에 든다. 아니 든든하다. 바닷가 외딴섬에 살면 별것 아닌 것에도 감동과 은혜를 받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