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낙영88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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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하란에서부터 함께 길을 걸었던 낙타 바토가 입술을 심하게 떨고 연거푸 침을 뱉어내더니 어둠 속으로 달아났다. 그리고 반 식경이 지나자 땅이 심하게 흔들리고 비히브(beehive, 원추형 흙집)의 벽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누군가는 땅이 울더라고 했고, 누군가는 하늘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노라고 했다. 쿠릉쿠릉 지축이 요동을 치자 니루샤의 여인들은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녀들은 동구의 올리브 나무 아래에 모여 공포에 질려버린 얼굴을 하고 서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어둠은 메마른 땅에 붙어 있었고 동쪽 지평선 위로 하늘이 막 보라색으로 물들 무렵이었다.

-으메으메, 마구쉬 님이 안 보이네잉.

여인들 사이에서 울상이 되어있던 우샤가 소릴 질렀다. 동시에 우샤는 아오슈나르의 집으로 달렸고, 곁에는 굴바하르가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고 따라붙었다. 두 여자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오슈나르의 집에 이르러 문을 박차고 들어섰다.

 

마즈다 님!

당신은 누구를 나의 보호자로 점지하셨나이까

사악한 자들이 나를 그러쥐고 해치려 할 때

당신의 불과 선한 목적을 통해

올바름을 실현할 이를 보내시어

온전히 당신께만 의지하는 저희를

구원하소서!1)

 

아오슈나르는 제단을 향해 서서 두 손을 둥글게 오므려 코 높이로 들어 올리고 기도 중이었다.

-마구쉬 님! 괘않니껴?

굴바하르의 다소 호들갑스러운 외침에도 그는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다시, 놀라 무릎이 꺾일 만한 땅울림이 전해지자 동구에 있는 여인들이 비명을 질러댔고, 우샤와 굴바하르도 주저앉으며 공포에 질려 울상이 되었다.

아오슈나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나가자.

그는 손을 내밀어 두 여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 밖으로 나갔다. 동구에 모여있던 여인들은 아오슈나르가 보이자 달려와 그를 에워싸고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운 웃음을 지어 보였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공의로우신 우리 주 아후라 마즈다 님은 우리를 지켜주시는 분입니다.

아오슈나르는 일일이 여인들의 손을 잡아주며 평화의 인사를 나눴다.

-하이고! 천지가 흔들리고 난리도 아인데, 그 와중에도 우리 마구쉬 님은 태연하게 기도를 하고있는 기라.

굴바하르는 기도하고 있던 아오슈나르의 모습을 격앙된 목소리와 짐짓 과장된 몸짓으로 여인들에게 전하였다.

 

며칠에 걸쳐 이어지던 여진이 멈추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자, 아오슈나르는 지진과 이후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읍내로 향했다. 먼저 상단을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에 밝은 귀슈탐을 찾아갔다. 귀슈탐에 따르면, 우르 북쪽에 있는 라르사(Larsa) 인근 지역은 꽤 큰 피해를 입었고 약탈이 자행되는 등 민심이 크게 동요하여 군대가 출동했다는 것이었다. 읍청에 들러 확인한 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라르사는 우르에서 북쪽으로 10 파라상그2) 정도 떨어진 곳이어서, 어쩌면 유민이 이곳까지 흘러올 수도 있겠다며 걱정하는 관리도 있었다.

귀슈탐의 만찬 초청도 사양한 채 돌아오는 아오슈나르의 마음은 무거웠다. 이번의 재앙이 다에바(Daeva)3)들의 장난이 아니라 그저 수많은 자연재해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안다는 것이, 속절없이 피해를 당하고 유리걸식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 무슨 소용일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것은 종교가 민초들에게 어떤 것인가 하는 물음과 같은 것이었다. 영혼의 구제와 현세의 안녕과 복을 말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것은 결과를 보여줄 필요도 없기에 더욱 그렇다. 그동안 온갖 신경을 니루샤에 쏟아부으며, 신학교를 졸업하고 전도사제로 나선이래 목도했던 민초들의 현실을 잊고 있었다는 자괴감이 들었다. 신은 자신을 향해 기도하고 찬송하는 것을 좋아하시지만, 신의 뜻에 따라 민초들을 돌보는 것을 더 좋아하실 것이다. 왜냐하면,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 처한 인간은 더는 신을 찾지 않을지 모르며, 그렇다면 신이 흠향할 제물도 바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창조물 가운데 유일하게 대화가 가능한 존재로서의 인간을 사랑하는 신이라면 그들이 도탄에 빠지는 것을 그냥 보고 계시지는 않을 것이다.

아오슈나르가 복잡한 심경을 안고 걷느라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해 돌부리에 차이면서 신발을 얽어맨 끈이 끊겼다. 그렇지 않아도 얇아진 가죽 겉창이 펠트로 붙인 안창 바닥에서 떨어져 덜렁거렸다. '끙'하면서 짜증 섞인 소리를 낸 아오슈나르가 땅바닥에 앉아서 끊긴 끈을 가죽 밑창과 펠트 바닥의 구멍에 끼워 이으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송곳도 없이 오랜 시간을 지나며 메워진 구멍에, 마찬가지로 무뎌지고 부풀어진 가죽끈을 끼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한참이나 끙끙거리며 샌들을 고치려고 애쓰던 그는 그 짓을 집어치우고 맨발로 걷기로 작정하고 신발을 벗어 바랑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숨을 길게 내쉬고 황막한 풍경을 둘러보며 막 발을 내디딜 때였다. 멀리 천애의 강변에 줄지어 늘어서 있는 나무들이 올리브색의 실을 늘어뜨려 놓은 것 같이 가늘게 이어진 남동쪽 지평선 위로 모래 먼지가 피어오르더니 짐승 한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혹시?' 아오슈나르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땅울음이 시작되기 직전에 니루샤에서 달아났던 낙타 바토였다. 느릿느릿 걷던 바토가 아니었다. 껑충껑충 뛰어오는 모습은 의외로 빨랐다. 비록 말처럼 우아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앞의 두 다리와 뒤의 두 다리의 서로 다른 착지 시간이 만들어 내는 정형적인 리듬이 묘하고도 아름다운 궤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바토가 달려오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오슈나르는 어떤 안도감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것은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창조한 신의 리듬에 가까이 간 피조물이 주는 편안함이었다. 아! 신의 리듬! 아오슈나르는 전율이 정수리에서 척추를 타고 발끝까지 순식간을 타고 내리는 무엇인가를 느꼈다.

 

아! 그 처음에

창조되지 않으셨으매

스스로 존재하시는 분이시여!

몸소 창조하신 우주를 빛으로 채우시고

해와 달의 위치를 고정하시고

별의 길을 열어주시니

비로소 주야가

드러남과 드러나지 않는

시간을 갖게 되었나이다.

리듬의 시작!

모든 것들의 내쉼

그리고 들이쉼

 

아오슈나르의 곁에 온 바토는 아오슈나르가 내민 손바닥을 핥으며 부드러운 소리로 푸릉푸릉 노래하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내 몸을 누이고 땅에 비비더니 자세를 똑바로 하며 앉았다. 어서 타라는 몸짓이었다. 그는 콧날이 시큰해지는 것을 느끼며 바토의 등에 올라앉았다. 바토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그는 아주 오랜만에 깊고 고요한 평화를 맛보았다.

 

아오슈나르가 니루샤로 돌아왔을 때, 여인들의 악다구니가 동구까지 들릴 정도로 커다란 소동이 벌어지고 있었다. 놀란 아오슈나르가 서둘러 소란스러운 곳으로 달려갔다. 작업장 옆 공동휴식공간 동에서 옷이 찢겨 거의 발가벗겨진 굴바하르가 여러 명의 여인에게 둘러싸여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놀란 아오슈나르가 소리를 질러 제지하려 하였으나 소용이 없었다. 아오슈나르는 그 자리에 서서 아베스타를 음송하기 시작했다.

 

taibyō mōi asruštō vīspā saocā 타이뵤 모이 아스루슈토 비스파 사오차

vāstrayō aršukhdā dāmiš 바스트라요 아르슈크다 다미쉬

yōi mazdō vastrō vahistō 요이 마즈도 바스트로 바히스토

asrūšiš asā usō vāstrō 아스루쉬쉬 아샤 우소 바스트로

 

악한 기운을 정화하시어 신성한 질서를 회복하소서,

당신을 신뢰하고 따르는 모든 자에게 축복을 내려주소서.

그들은 창조된 세계를 수호하며,

당신의 진리를 따르나이다.

 

hyat nōit vaēnanghā usō tūirīm vā 햣 노잇 바이낭하 우소 투이림 바

āat xšāθrəm vohū mananghā 앗 크샤스뜨럼 보후 마난가

yō nōit vaēnā nā vā nō vāstrō vā 요 노잇 바이나 나 바 노 바스트로 바

āat tōi vahma vohū vaēnanghā 앗 토이 바흐마 보후 바이낭하

 

만약 우리가 진리를 보지 못하거나,

그것을 깨닫지 못하더라도,

그때에도 당신의 권능과 선한 생각은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나이다.

오 주여, 당신의 진리는 항상 찬미를 받으시나이다.4)

 

음송이 계속되자 여인들의 움직임도 잦아들었다. 한 여인이 두 손을 모으고 귀 기울이자 다른 이들도 곧 그렇게 따라 하기 시작했다. 굴바하르에게 주먹질을 하던 여인들도 그 짓을 멈추고 어정쩡한 자세로 서 있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깨를 심하게 들썩이며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아오슈나르는 그녀들의 울음이 사그라들고 흐느낌이 잦아들 때까지 음송을 멈추지 않았다. 굴바하르는 그대로 웅크린 채 간혹 움찔거리고 있었다. 우샤가 긴 천을 가져다 그녀의 몸을 둘둘 감아 드러난 맨살을 가려 주었다.

아오슈나르는 손짓으로 여인들을 앉게 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말하였다.

-꽃을 꺾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정작 가야 할 길을 잃는다면, 그 향기로운 꽃은 거추장스러울 뿐입니다. 꽃을 꺾는 일에만 정신이 팔려 친구의 아픔을 외면한다면 그 화려한 꽃은 아무것도 장식할 수 없습니다. 꽃을 꺾는 것은 열매를 포기하는 일입니다. 가지에서 떨어져 나온 꽃은 수분한들 열매를 맺을 리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봅시다. 잠 못 이루는 사람에겐 밤이 길고, 지쳐있는 나그네에겐 지척의 길도 천 리 길입니다. 바로 그 긴 밤을 견뎌내고 온 사람, 그 길에서 지쳐버린 사람이 내 옆에서 간절한 눈빛을 보내 도움을 부르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걸 알아챌 수 없다면 그 영혼은 벼리를 잃은 것입니다. 벼리를 잃은 그물로는 영혼을 살지게 하는 양식을 얻을 수 없습니다. 내게 분노가 있거든 거울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거울 속의 제 눈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눈 속에 들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아 봅시다. 그 흑암의 공간을 온전히 비워놓고 태초의 리듬을 들어 보십시오. 창조주께서 빛과 어둠이 혼재되어 있던 미세한 씨앗으로부터 한 알의 빛과 한 알의 어둠으로 나누어 빚은, 모든 것의 시작이고 모든 것의 고향. 지금 당신의 심장에 담겨 그때를 기억할 수 있게 하는 그것을 느끼십시오. 그것을 상하지 않게 하십시오. 사랑하는 일입니다.

아오슈나르는 말을 마치고 조용히 일어났다. 여인들의 입에서 참지 못하고 삐져나온 흐느낌이 전염되듯 번져나갔다.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아오슈나르는 착잡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남성인 자신이 여성들만의 공동체인 니루샤를 온전히 경영할 수 있겠는가 하는 곳에 생각이 미치자, 혼란이 짙게 피어오르는 연기처럼 머릿속을 빡빡하게 채웠다. 식은땀이 전신의 땀구멍이란 땀구멍에서 일제히 솟아 물집으로 일그러진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네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배우고 익혀서 아는 것을 모두로 여기지 마라. 모두는 더 크고 더 넓으며 그것을 아는 자, 아샤(Aša)5)를 대면한 자이다. 지식을 자랑하지 말 것이며 지혜를 구하길 게을리하지 마라. 그것을 얻으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데 써야 하며, 특히는 억압 속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야 한다. 수도자는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에서 자신을 거두어들인 사람이므로 살아 있되 죽은 자이고, 죽었으되 영원한 생명의 심지를 가진 자이다. 그 심지에 불을 밝히면 행하지 않으면서도 이루게 될 것이로다.' 스승 쿠루쉬의 음성이 짙은 연무를 찢고 나오는 빛처럼 아오슈나르의 뇌를 수직으로 갈랐다. 부드러움은 날카롭다. 낮은 목소리는 천둥보다 깊은 울림이 있다. 그러나 지금 아오슈나르는 초월의 장면이 아니라 일상이 주는 혼란에 직면해 있다고 느꼈다.

혼란의 조짐은 보이는 데 실체는 손에 잡히지 않았다. 다가가지 않았으니 손을 뻗어 잡을 수 없었고, 뜨거운 사구에 어린 신기루에 마음을 빼앗겨 허둥대다 낭패를 본 것처럼 헛것에 헛눈질을 하였으니 이처럼 허망한 일이 또 있으랴 싶었다. 아무리 사제라 하더라도 스스로 남성의 몸임을 핑계 삼아 여인들의 일에 끼어들기 주저하였으니 어련하겠는가 여긴 것이 패착이라면 패착일 터였다. 니루샤의 자립에 몰두한 나머지 미쳐 살뜰하게 살펴볼 여유도 없었으나, 그들이 여성들이었기에 선뜻 다가가지 못한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아오슈나르는 옷이 찢겨 알몸을 드러낸 굴바하르의 모습과 그녀에게 거칠게 손찌검을 하던 여인들의 얼굴이 어지럽게 겹쳐지며 현실의 무게가 가슴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밖에서 문고리를 두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오슈나르는 곧장 일어설 수도 없었고 목이 잠겨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잠시 뒤에 똑같은 소리가 들렸다.

-커억 컥 컥! 누, 누구요?

아오슈나르는 밭은기침을 한 후에야 겨우 찢겨 너덜거리는 목소리가 나왔다.

-마구쉬 님, 바하락(Baharak)이라요.

굴바하르에게 손찌검을 하던 여인 중 하나였던 바하락이었다. 그녀는 커다랗고 푸른 눈망울 가득 슬픔이 고여있는 것처럼 보여 '슬픈 바하락'이라고 불렸는데, 조용하지만 당찬 기질을 가진 여인이었다. 바하락은 소란을 피운 것에 대해 아오슈나르에게 사과하면서 그간의 사정을 담담하게 그러나 기괴하게 왜곡되어버린 고통을 숨기지 않으며 설명했다.

뒤늦게 니루샤에 들어온 여인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정처도 없이 떠돌다 우르크에서 니루샤로 보내진 사람들이었다. 일곱 명의 여인이 한날한시에 니루샤로 보내졌으나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다. 니루샤에 온 그녀들을 굴바하르가 호들갑스럽게 환대했고 낯선 곳에서 그것은 큰 힘이었다. 무장해제당하고 끌려온 적의 포로들이 아니라 오래된 친구를 맞아들인 것처럼 살갑고 수선스러운 굴바하르 말과 행동은 단박에 그녀들을 사로잡았고 그녀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거기에서부터 문제가 싹을 틔웠다. 굴바하르가 여인들의 밤을 채색하려고 했다. 처음 그녀가 따듯하고 부드러운 살결로 더듬어 올 때 약간의 당혹스러움은 아련한 그리움에의 욕구로 대체되었다. 비록 같은 여자의 것이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온기와 살 내음은 정신을 마비시켰다. 굴바하르는 악기의 성감대(聲感帶)를 잘 아는 연주자였다. 날이 갈수록 그녀의 연주는 과감해 졌으며 그 자신도 악기가 되어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요니를 헤집는 연주에까지 이르게 되었고, 협연을 넘어 삼중주 사중주가 되어 갔다. 결국엔 쾌감과 불쾌감의 경계를 넘나들게 되었고, 불쾌감의 영역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불협화음은 날카로운 반감의 소리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욕구가 머무르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렇듯 저마다 파동의 크기와 길이가 다른 탓에 서로 다른 리듬이 작동하면서 굴바하르의 일방적인 조율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인들은 스스로 음조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쾌락의 끝에서 만나게 되는 허망한 골짜기가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당황한 것은 굴바하르였다. 현란했던 밤의 색깔이 무채색으로 변해가자 한낮의 유쾌했던 빛도 채도가 낮아졌다. 불협화음은 파열음이 되고 있었다. 그러자 굴바하르는 여인들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여인들은 수치심을 느꼈다고 했다. 비난은 또 다른 비난을 불러왔고 그 끝에서 주먹다짐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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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메리 보이스, 공원국 역,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355쪽, 켐-나 마즈다(kēm-nā Mazdā, Y. 46.7) 변용.

2) 파라상그(parasang)는 고대 페르시아의 거리 측정단위로 대략 5Km에 해당한다.

3)  조로아스터교의 악신들. 베다의 선신인 데바와 같은 어원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 원시 인도이란 어에서 나와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

4) 아베스타 34장 2~3절, 챗지피티의 도움을 받았으나 진위를 확인할 수 없으며 해석 또한 정확하다고 단언할 수 없음. 다만 내용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황과 음송의 행위를 전달하기 위해 무릅쓰고 사용함을 양해하시압! 하나의 정본으로 전해지는 아베스타는 존재하지 않음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눈 밝은 이의 지도를 아울러 기대합니다.

5) 신격으로서의 아샤가 있고 원칙으로서의 아샤가 있다. 원칙으로서의 아샤를 말할 때는 '올바름', '공정함'을 말하며, 그 자질을 인격화한 것이 신격의 아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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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낙영(글쓴이,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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