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세대(The Anxious Generation)
저자 조너선 하이트 | 역자 이충호 | 웅진지식하우스 | 2024.07.31
우리말로 '관심 경제' 또는 '주의력 경제'라고 번역되는 Attention economics는 인간의 주의력을 희소한 상품이자 자원으로 보고, 이 '희소한' 주의력을 어떻게 사용할지를 다룬다. 스마트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는 '관심 경제'의 포로가 되어 있다. 테크 기업들은 사용자별로 부여된 하루 24시간을 얼마나 많이 빼앗아 올지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경쟁의 싸움터는 스마트폰을 처음 사용하는 어린이들에게까지 진작에 번졌다.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 교수의 책 "불안 세대"는 1996년 이후 태어난 Z세대의 불안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현상이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는 오늘날의 아동기가 놀이 기반에서 스마트폰 기반으로 급변했다고 지적한다. 인간은 어릴 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자유놀이를 하며 뇌를 발달시키는 '놀이기반 아동기'를 겪으며 삶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야 하는데, 아이들이 스마트폰을 너무 일찍 접하면서, 이 '놀이기반 아동기'가 '스마트폰 아동기'로 재편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아이들이 직접적인 사회적 상호 작용과 신체 활동을 통해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를 박탈하고, 온라인 세상에 과도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발견모드'로 있어야 할 아동기와 청소년기가 끊임없이 스스로를 방어하는 '방어모드'로 바뀌면서 불안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가 청소년 정신 질환 특히 불안, 우울증, 자해, 자살 충동 증가의 전 세계적 유행을 불러일으켰다고 강조한다. 소셜 미디어의 비교 문화, 사이버 불링(인터넷상 집단 괴롭힘), 수면 부족 등이 이러한 문제들을 악화시킨다. 또한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는 청소년의 뇌 발달, 특히 주의 집중력, 공감 능력, 사회성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마트폰이 끊임없이 자극적인 콘텐츠를 보여주며 도파민을 자극하기 때문에 뇌는 도파민 중독에 빠져 그 어떤 새로운 것에도 반응하지 않게 된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남자아이들은 포르노에 너무 일찍 노출되며, 여자아이들은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 등에 노출되는데, 이에 따른 해악은 남자아이보다 여자아이들에게 더 크다. 남자아이들은 보통 게임이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려고 스마트폰을 열지만, 여자아이들은 인스타그램 같은 시각 기반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려고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청소년의 정신 건강 악화가 학업 부진, 사회 부적응, 정치적 양극화 등 사회 전반의 문제와도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책에서 그는 학부모, 학교, 정부, 기업 등 전 사회적 협력으로 고등학교 진학 전 스마트폰 금지, 16세 이전 소셜 미디어 가입 금지,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 금지와 같은 정책들을 모두 실천한다면 2년 안에 실질적인 개선이 일어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다소 꼰대스럽고 획일적인 대책이 요즘 같은 시대에 통할까?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거나 소셜 미디어 가입 연령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있지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방관자들은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고, 테크 기업은 규제가 능사가 아니라며 반발한다. 스마트폰과 소셜 미디어 사용과 청소년 정신 건강 악화 사이의 상관관계는 분명하지만,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입증하기는 어려우며, 다른 사회적, 경제적 요인들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병적 징후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지금, 더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행동을 미루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저자는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 자체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과도한 사용과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기술 사용을 완전히 막기보다는, 사용 시간을 조절하고, 유해 콘텐츠로부터 보호하며, 긍정적인 활용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며,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결국 중용 내지는 황금비율(golden mean)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를 다 키운(!) 기독교인 입장에서 <8장: 영적 고양과 퇴화>를 흥미롭게 읽었다. 사회과학 서적에서 영적인 영역을 다루는 것이 다소 의외지만, 스마트폰 기반 생활이 단지 청소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영적 퇴화 spiritual degradation'를 초래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모든 인간의 마음에는 '신의 모양을 한 구멍'이 있다. 도덕적으로 아름다운 행동을 보면 우리는 자신이 신성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직 방향의 차원으로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반면에 도덕적으로 역겨운 행동에 대해서는 아래로 끌어내려지는 듯한 느낌, 즉 타락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많은 사람들은 의미와 연결, 영적 고양을 갈망한다. 옛사람들은 자신을 무엇에 노출시킬지 고를 때 더 신중하게 생각하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스마트폰 기반 생활은 그 구멍을 하찮고 저열한 콘텐츠로 채울 때가 많으며, 일반적으로 우리를 아래로 끌어내린다. 그것은 종교적/영적 공동체가 실천하는 많은 행동과 양립할 수 없다. 책에서 소개하는 영적 수행 여섯 가지를 반성하는 마음으로 옮기며 글을 마친다.
1) 공유된 신성함 : 사회학자 뒤르켐에 따르면 인간은 세속적 차원과 신성한 차원 사이에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살아간다. 세속적 차원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영위하는 자기중심적 의식 상태를 말한다. 신성한 차원은 집단의 영역이다. 개인들의 집단은 함께 신성한 영역으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게 해주는 의식에 동참할 때 응집력 있는 공동체가 된다. 반대로 가상 세계는 시간과 공간에 아무런 구조도 부여하지 않으며 완전히 세속적이다. 이것은 가상 세계 공동체가 대개 현실 세계 공동체만큼 만족스럽지 못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는 한 가지 이유이다.
2) 체화 : 종교 의식은 항상 상징적 의미가 있는 신체적 움직임을 수반하는데, 이런 움직임은 다른 사람들과 동기화된 방식으로 일어날 때가 많다. 음식을 함께 먹는 것은 유대를 강화하는 특별 한 힘이 있다. 가상 세계는 정의상 비체화된 방식으로 흘러가고, 대부분의 활동이 비동기화된 방식으로 일어난다.
3) 명상 : 많은 종교와 영적 수행은 고요함과 침묵, 명상을 사용해 평상시 의식의 '뛰어다니는 원숭이'를 진정시키고, 다른 사람이나 신 또는 깨달음에 마음을 열게 한다. 명상은 안녕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완전히 세속적인 환경에서 짧은 시간 동안 규칙적으로 하더라도 효과가 있다. 반대로 스마트폰 기반 생활은 알림과 경보와 주의 분산에 끝없이 시달리면서 의식을 분열시키고, 깨어 있는 모든 순간을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것으로 가득 채운다.
4) 자기 초월 : 뇌에는 마치 그것이 세속적 의식의 신경학적 기반인 것처럼 자기 초월 순간에 활동이 줄어드는 구조들의 네트워크(디폴트 모드 네트워크)가 있다. 소셜 미디어는 자신과 자기표현, 브랜드 부여, 사회적 지위에 끊임없이 집중하게 만든다. 소셜 미디어는 자기 초월을 거의 완벽하게 방해하도록 설계돼 있다.
5) 느린 분노와 빠른 용서 : 대다수 종교는 우리에게 주관적 판단으로 함부로 남을 심판하지 말라고 촉구하지만, 소셜 미디어는 인류의 역사에서 전에는 불가능했던 속도로 남을 평가하고 심판하라고 조장한다. 종교는 느리게 분노하고 빨리 용서하라고 충고하지만, 소셜 미디어는 정반대로 행동하라고 권한다.
6) 경외감 : 자연의 웅장함을 느끼는 것은 영적 수행, 발전과 긴밀한 연관이 있는 감정인 경외감의 경험에 가장 보편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다. 자연환경에서 산책만 해도 자기 초월을 경험할 수 있으며, 특히 휴대폰에 신경을 끄고 주의를 기울이면 경험하기가 더 쉽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은 Z 세대에게 특별히 중요한데,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가 초래한 불안과 자의식의 악영향을 중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