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3 - 무국
무를 주세요.
무국을 끓일 거예요.
도마 위의 무..내가 키워서 먹기 좋게 작다
겨울 무는 인삼과 같다고 해요.
겨울밤에 작은 무로 깍둑 썰고
파를 넣고, 소금만 넣고
무가 포옥 익을 때까지 끓여요. 그럼 끝 !!!
핵심은 무가 달고 시원한 게 익혀도 맛있다는 거죠.
마치 맛있는 딸기가 맛있는 잼이 되는 것처럼요.
(우리는 설탕 맛이 중요한 줄 알았죠)
아주 간단한 레시피죠.
무를 그냥 먹기 좋게 썰어요. 절반은 남겨두고 아삭아삭 생것으로 먹어야죠
김이 솔솔 나는 무국은 정말 맑아요.
딱 파와 소금이 들어간 간단한 국이죠.
들기름에 살짝 볶아도 돼요.
들기름에 무를 볶아요
저는 사실 소금과 파, 무만 넣고 끓이는 게 담백해 좋아요
특히 감기 걸릴 때는 소금을 덜 넣고 물처럼 마셔도 돼요.
혼자 요리를 하다보면 거창하지 않죠.
간단한 게 좋죠.
응용사례 : 먹다 남은 어묵 있으면 넣어도 돼요
일단 무국에는 소주도 좋고요 청주도 좋아요.
무는 맑은 술로 드레스 코드 해야 어울려요.
향이 화려하지 않은 걸로요.
저녁이니까 찬밥 두 숟갈 정도 옆에 두고
젓갈 한 숟갈 꺼내면 되겠어요.
아님 간단한 김치나 고들빼기 무침이나 좋겠어요.
무국 한상차림
먹으면 땀이 조금 나요.
인삼 달인 물과 같은 거죠. 겨울 무국은 말입니다.
이게 다가 아니죠. 11월의 무국과 맑은 술 한잔,
그리고 밖을 바라보는 창문이 있어야 하죠.
함께 술을 먹는 것은 탁자가 중요하지만
홀로 술을 먹을 때는 창문이 중요해요.
함께 먹을 때는 음식을 놓고
상대방의 거리를 가늠하게 해주는 탁자가 중요하잖아요.
하지만 홀로음주를 할 때는 창문 밖을 볼 수 있어야 덜 외롭죠.
창문 밖 전경이 나에게 술을 따르고,
창문에 비친 내가 또 받아 마십니다.
특히 11월의 창문은 단풍도 볼 수 있고, 떨어진 낙엽도 볼 수 있고
어떨 때는 우박이, 비 그리고 눈도 볼 수 있어요.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계절이 넓은 달이에요.
11월은요. 정말 1월보다 야누스 같아요.
야누스가 지나간 해를 보고 새로운 해를 본다는
양면적인 두 얼굴의 신이라고 말하죠.
아수라 백작 같은 양면의 얼굴을 하는 야누스는
영어로 재뉴어리 January ...
하기사 로마달력은 1년에 10개월이었으니까요.
1월이었던 야누스의 계절은 사실 한겨울이 아니라
가을과 겨울, 또는 겨울과 봄을 볼 수 있을 거 같아요.
야누스가 어떤 계절이었던지 계산은 잘 안되지만
11월의 창문은 양면적이죠.
신체 언어로는 환절기 같아요.
늘 감기를 앓고 비염과 두통에 앓았었는데요. 소년시절부터.
‘이 무국을 먹고 나서부터 감기를 몰라요‘라고 하면 길거리 약장사 멘트이고요.
모든 것을 놓아두었고 버렸을 때 또는 잃어버렸을 때, 뺏겼을 때
몸둥이 하나는 지켜야지 하고 마음을 먹고 나서부터 비염과 편두통이 사라졌어요.
그래서 예전 11월은 감기가 시작해서 3월까지 앓았지만
지금은 건강한 호흡으로 11월 창밖을 볼 수 있죠.
그러다 문득
가을 단풍놀이는커녕 아무것도 가을 기억이 남지 않았을 때,
이 무국과 맑은 술, 그리고 창문을 바라보는 것으로
가을추억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래서 무국을 자주 끓여두세요. 좋은 맑은 술 한 병 사두시고요.
이제 12월이네요 한 것도 없이 말이에요.
12월은 내년이 온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지만
11월은 아직 올해, 한해를 미련을 갖고 붙잡는 달이었어요.
좀 구차하고 질척거리는 달이에요.
이대로 올해를 보낼 수 없어 ~ 뭐 이런 거
아 ‘올해 뭘 했단 말인가’하는 고통이 12월보다 더 커요.
그렇게 무국과 맑은 술을 먹으며 11월을 보낸답니다.
당신은
창문을 보면 무슨 생각을 하세요?
저는 사실 ...
한국의 KBS채널의 개그콘서트 "갈갈이 패밀리"가 생각나요.
앞니로 무 껍질을 갈기 위해 웃긴 표정으로 말하죠.
무를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