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영화는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벨기에 영화 “가면 속의 아리아(Le Maitre De Musique, The Music Teacher, 1989)”입니다.
이 영화는 음악 때문에 선택한 영화입니다.
제라르 코르비오는 벨기에 국립방송국에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던 감독인데, 그 때 알게 된 호세 반 담에게 자신의 첫 영화의 주연을 맡아달라고 했고, 벨기에의 대표적인 성악가이며 베이스 바리톤 호세 반 담은 첫 영화에서 병에 걸려서 은퇴하고 제자들을 가르치는 성악가 조아킴의 역을 맡습니다. 원제는 “음악 선생”이며 나오는 음악들이 좋아 여러 번 보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호세 반 담과 음악이 없었다면 그저 평범한 영화라고 할 수 있지만 호세 반 담과 음악들이 이 영화를 가장 훌륭한 음악영화중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특히 말러가 뤼케르트 시에 곡을 붙인 ‘뤼케르트에 의한 5개의 가곡’ 중 하나인 ‘나는 세상에 잊혀지고’를 호세 반담의 목소리로 듣는 장면이 가장 여운이 남고, 다시 보게 만드는 마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세상에서 잊혀지고’ 가사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잊혀졌네
내 많은 세월을 허비했던 세상으로부터
이제 누구도 나를 알지 못하네
그들은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상관없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한다면
부정할 생각도 없네
사실 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이제 이 세상의 혼잡함으로부터 떨어져
고요한 나라에서 평화를 누리고 있네
나만의 천국에서 조용히 쉬고 있다네
내 사랑 안에서, 내 노래 안에서
호세 반 담이 이 영화에 처음 출연한 것은 아니고 “돈 지오반니(Don Giovanni, 1979)”에서 돈 지오반니의 하인인 레포렐로 역으로 출연한 바가 있습니다. “돈 지오반니”도 좋은 영화였지만 호세 반 담의 경우 이 영화와 같은 존재감은 없었습니다.
조아킴은 죽기 전에 슈베르트의 ‘음악에 부쳐(An die Musik)’를 부릅니다.
아름다운 예술이여, 세상의 거친 군상 속에 머물러
잿빛 시간을 보내기 쉬울 때,
너는 내 마음에 따뜻한 사랑을 불태우고
보다 나은 세계로 나를 데려다 주었다
너의 하프에서 한숨이 흐르고
너의 매력 있는 신성한 화음은
보다 행복한 때의 환희를 내게 펼쳐 주었다
우아한 예술이여, 그렇기에 나는 너에게 감사하는 것이다
(출처: 곽근수의 음악이야기)
말러의 음악은 묘한 매력이 있고 여운이 남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말러의 음악을 좀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더 이상 진행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루치노 비스콘티 감독의 “베니스에서의 죽음(Morte a Venezia: Death in Venice, 1971)”에서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주제 음악으로 쓰이는데, 이 영화 역시 이 음악이 영상과 함께 가장 기억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을 들으면 ’나는 세상에 잊혀지고‘가 다시 생각나게 됩니다.
“가면 속의 마리아”에서는 말러의 음악이 하나 더 나오는데 말러 교향곡 4번 3악장입니다.
말러 음악에 대해서만 언급하였지만, 영화에 나오는 다른 음악들도 좋았습니다.
“가면 속의 아리아”는 1988년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이 해는 걸작이라고 인정받은 “정복자 펠레(Pelle Erovraren, 1987)”가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게 됩니다.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은 그동안 장편 영화를 모두 3편만 만들었는데 전부 음악 영화였습니다. “가면 속의 아리아” 외에 파리넬리(Farinelli: Il Castrato, Farinelli The Castrato, 1994)와 “왕의 춤(Le Roi Danse, The King Is Dancing, 2000)”입니다. “파리넬리”도 1995년 아카데미 외국어상 후보에 올랐으며, 골든 글로브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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