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5 : 새벽기도는 텅 빈 마음의 언어였어요
토스트 . 구멍 난 가슴처럼 텅 빈 빵을 메꿔요.
가만히 길을 걷다보면 찬바람이 후욱하고 지나가요.
갑자기 가슴이 시리죠.
텅 빈 가슴은 그냥 시려요.
시린 이를 대신해서 임플란트라도 넣고 싶은 마음이라고나 할까
메꿔진 줄 알았는데, 가슴속에 텅 빈 공간이 있음을 발견하는 것이죠.
잇몸에는 인사돌처럼 빈 마음에는 어떤 약이 있었으면 해요.
구멍 난 가슴을 메꿨는데, 예전의 한옥집의 문처럼 얇은 문풍지였나 봐요.
평소에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가 찬바람이 후욱 들어오는 것이죠.
예전에 우리의 미래가 바다 속에 떠밀려갈 때
우리 모두는 그 동안 10년의 세월 동안 구멍 나 있음을 그제야 알았던 거죠.
그리고
화염이 감춰진, 너무나 새로워진 용산역 주변을 걸을 때도 그렇고
일곱째별님의 르포를 읽고 나서 가만히 하늘을 볼 때도 그렇고
찬바람이 후욱 불죠. 그 찬바람이 큰 들불이 되는 기름으로 변하죠.
가장 시각적으로 잘 표현한 것은
군부출신의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 박재동 화백이 그린 그림일 거예요.
출처 - 한겨레신문사 / 박재동화백의 한겨레 그림판 1992.12.22
그러다가 또 사람들은 길을 걷다보면
자신의 내면이 부끄러워질 때가 있고
부모님 생각이 나고
자식걱정 하느라 가슴이 비워질 때가 있죠.
누군가 그리워서도 이겠고요.
외로워서도 그럴 수 있고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비참해서 느끼는 감정일 수도 있어요.
또는 걱정거리들이 켜켜이 쌓여서요.
왜 엄마가 아침마다 새벽마다 , 그보다 그전에 할머니가 아침마다 새벽마다
기도를 열심히 하셨는지 알겠어요.
그건 구복신앙에 바탕을 둔 마음이 아니라
가족, 자식들을 위해 불안한 마음과 텅 빈 마음을 달래려는 언어였어요.
새벽기도는 텅 빈 마음의 언어였어요.
오늘은 텅 빈 마음을 안고 집에 왔어요.
따뜻한 빵을 어떻게 먹을까요.
오늘은 간단히 토스트를 먹으려고 해요. 사실 간단하지가 않네요.
그냥 빵과 계란프라이를 하고 햄하고 치즈를 올리면 되는데요
좀 복잡하게 모양을 만들어서 먹는 거예요.
그러나 그 부드러운 맛을 맛보고는 놀랠 겁니다.
특히 딱딱한 바게트 빵에 어울리는 토스트예요.
오늘은 그냥 식빵을 해볼까 해요.
자 이제 홀로요리를 해 볼게요
먼저 식빵을 네모나게 오려둡니다.
가슴이 뻥 뚫린 빵이 되죠.
식빵..사실 이 토스트는 딱딱하고 오래된 바게트가 어울려요
네모나게 자르면 이런 모양이죠.
뻥 뚫린 식빵
그리고 계란을 하나 깨고요, 남은 식재료를 넣어요. 저는 마늘을 많이 넣었어요.
보통 남은 양파나 그런 거 넣어주면 되요. 그리고 잘 저어요. 후추도 조금 넣고요.
이따가 치즈와 햄을 넣을 거여서 꼭 소금을 안 넣어도 될 거 같아요. 취향대로.
계란과 각 재료를 넣어 섞어줍니다
그럼 프라이팬을 약불로 놓고요. 식빵을 가운데 올려놓아요.
그리고 가운데 버터를 티 숟가락으로 한 스푼 올려놓죠.
후라이팬 위에 빵을 놓습니다
버터가 녹으면 그 가슴 뚫린 빵 위에 따뜻하게 계란을 부어주세요.
그러면 계란이 흘러가지 않고 익어가며 빵 안에서
빈자리를 메꾸어 줄 겁니다.
빈자리를 따뜻하게 메꿔 주세요
빵 안의 계란이 완전히 익진 않아요. 그 위에 여러분의 취향대로 올려주시면 돼요.
저는 배춧잎 하나 남은 것을 살짝 익혀서 올렸고요.
그 다음 햄을 올렸습니다.
배추는 나름 채소를 곁들이는 것이고요. 햄은 말해 뭣 하겠어요. 맛있으니까.
그 다음이 중요해요.
치즈는 꼭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접착제 역할을 하거든요
간단한 채소가 있으면 넣어도 되고요
짭조름한 햄을 올립니다
치즈를 올립니다. 꼭 치즈가 있어야 해요
저는 치즈를 두 장으로 잘 깔고요. 치즈가 열을 받아 살짝 물렁해질 때가 있어요.
그때 그 위로 아까 잘라 두었던 식빵을 올려둡니다.
잘라두었던 빵을 올려둡니다. 치즈가 접착제 역할!!
그리고는 빵을 뒤집어 주세요. 그래서 빵을 구워주시면 됩니다.
그렇게 해서 놓아두면 사진 같이 이쁘게 됩니다.
가슴을 메꾸어 주는 토스트입니다
곁들임으로는 토마토를 준비했어요. 물을 자작 넣고 끓입니다.
다 익으면 그릇에 물과 담아두세요. 그리고 올리브유를 살짝 뿌려주고
발사믹 식초가 있으면 넣어주면 돼요.
사진에는 제가 키웠던 비트 피클의 물을 좀 넣었더니 붉은 색이 화려하네요.
물을 자작하게 해서 토마토를 익힌 후 올리브기름을 살짝 넣어주면 돼요
삶은 물을 버리지 말고 그 위에 올리브기름을 살짝 올려주세요
이 토마토 스프는 아침에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국물 한 사발 떠먹는 기분이 들거든요.
당신의 텅 빈 가슴을 메꾸어 줄 토스트 완성
이렇게 해서 당신의 텅 빈 가슴을 메꾸어주는 토스트와 토마토스프를 만들어 봤어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계란하고, 햄의 짭조름하고 치즈의 질척거리는 부드러운 토스트예요.
복잡한 과정이지만 이것도 가슴 뚫린 빵을 메꾸기 위함이죠.
뚫린 가슴을 메꿀 수 없다면 위장은 메꿔야 하니까요.
자 따뜻할 때 맛있게 드셔보세요.
당신이 혼자 있더라도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느낄 것이에요.
부드러운 토스트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