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의 홀로요리 11 - 치킨오이냉채
여름.
가만히 선풍기를 쐬다 보면 여름의 기억은 역시 치킨입니다.
물론 실과 바늘, 오성과 한음, 구피와 도널드처럼, 치킨에겐 맥주가 따라오긴 합니다. (맥주 대신 콜라라고 써야하나 라는 자기검열이 떠올랐으나, 너무나 훌륭한 ”수도원 맥주를 탐하는 지식“의 오마주로 맥주라고 당당히 표현합니다.)
물론 오늘의 요리는 치킨을 만드는 건 아닙니다. 배달 치킨을 먹고 남겼을 때 활용할 요리에요. 치킨오이냉채이죠. 물론 옆에 시원한 맥주 한잔에 어울리는 요리입니다. 초간단이죠.
이 요리를 위해서는 치킨을 사먹어야 합니다. 남은 치킨 두세 조각이면 훌륭히 만들거든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치킨은 정말 사먹어야 해요. 그래야 치킨 집에 돈도 돌죠. 그리고 집에서 간단한 튀김 기계가 있지 않으면 정말 힘들어요. 한번 해 봤는데 밀가루에 양념하고, 기름 두르고 튀기면 그 고생이 정말 말도 아니네요. 주방은 난장판 되고요.
또 한 번은 토종닭으로 괜히 후라이드 치킨을 도전한 거예요. 이건 인생에서 후회스러운 일 TOP 10에 들어갈 정도입니다. 역시 토종닭은 대추와 황기 인삼 등을 넣고 푹 고아야 제 맛입니다. 특히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토종닭을 5일장에서 산 적이 있어요, 호기심에 씻고 튀기다가 온 집안이 야생의 냄새로 가득 차 버렸어요. 고기는 질기고, 뼈는 억세고. 닭을 씻었던 손에는 하루 이상 냄새가 안 빠집니다. 그래서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닭을 좁은 곳에 가둬서 키운다는 것, 뼈도 부드러워야 하니 운동도 안 시키기고, 빨리 자라게끔 하는 사육 시스템을 이해하게 되더군요. 따라서 저는 이 토종닭의 냄새를 불평하면 안 되겠다 생각을 했지요. 동물복지 투쟁의 선봉에는 못 서지만 대신에 동물복지 인증마크가 있는 계란만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어디서 치킨을 주문해서 먹을까요?
잠깐 제가 좋아하는 치킨 집을 소개할까요? 파워블로거 같죠? 이 가게들은 저와 무관한 곳입니다.
치킨의 맛은 어떤 게 결정하느냐. 당연히 첫 번째가 닭 맛입니다. 튀김 맛이나 소스 맛이 아니라 닭 맛이어야 합니다. 나에게 닭 맛이 중요하다고 알려준 곳은 남평배달통닭입니다.
나주에 있는 곳인데 일단 이름과 다르게 여기는 배달하지 않습니다. 슴슴한 겉껍질 맛에 육질의 첫 느낌은 질긴 건가?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조각을 먹는 순간, 슴슴함은 깔끔한 맛으로, 질긴 육질은 쫄깃함과 신선함으로 바뀝니다. 닭고기가 맛있습니다. 그리고 통닭은 흰색종이에 쌓여서 서류봉투에 넣어서 줍니다. 소금은 옛날 약국의 약 봉투처럼 종이에 접어줍니다.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안 써서 좋습니다.
또 가끔 가는 곳은 상도터널 쪽에 가본통닭집입니다. 사장님이 직접 만든 양념소스도 좋고, 특히 풍성하게 부추를 섞어서 주는 데 맛이 괜찮습니다. 프랜차이즈의 확 당기는 양념 맛은 아니니 주의하세요.
부여는 부여통닭. 여기는 TV에도 많이 나오고 블로그에도 자주 소개되죠. 겉껍질을 먹는 순간 기존의 통닭이 아닌 맛이 나요, 신기해요.
그리고 미아사거리 역 근처에는 약 만 원에 세 마리나 파는 통닭집이 있어요. 여기는 세 마리에 파는 ‘세트메뉴‘를 두 마리와 닭똥집튀김으로 바꿀 수 있어요. 물론 한 마리나 두 마리만 살 수 있어요. 누구나 즐길 수 있죠. 이 가격에 특별한 맛을 찾으면 안 돼요. 하지만 맛있어요. 친한 친구와 생맥주하고 먹어도 2만 원을 안 넘겨요. 꼭 거기가 아니어도 어느 동네나 세 마리에 만원하잖아요? 아닌가요? 여러분은 그런 동네에서 안 사시는 구나...땅값이 비싸서...안 됐네요. 맛있는 통닭을 먹지 못하니.
어쨌든,
자 이제 남은 치킨 조각을 가지고 시원한 맥주 한 잔과 먹을 수 있는 냉채요리를 해보려고 해요.
남은 치킨으로 5분 안에 만듭니다.
준비물 : 치키오이냉채 재료
① 오이 하나, 오이고추 하나(순대국집에서 먹다 남은 오이고추 들고 옴), 양파(있음 넣고 없음 빼고)
② 얼음 세 조각
③ 간장, 식초, 먹다 남은 사이다(사이다 없으면 물과 설탕)
④ 냉장고에 먹다 남은 치킨
⑤ 겨자
주요 양념은 간장과 식초, 연겨자 입니다
시작하기
1. 오이를 먹기 좋게 얇게 썹니다.
혼자 먹을 거니까 오이 냉채처럼 섬세하게 안 썰어도 되요.
그냥 막 써시면 됩니다.
다 썬 오이와 오이고추를 오목한 접시나 그릇에 담고요.
오이를 막 썰어 회처럼 썰어 놓고, 양파나 고추가 있음 넣어주세요
2. 양조간장을 네 숟갈, 세 숟갈정도 넣어요.
저는 꽈리고추 간장절임을 했던 남은 국물을 쓰니 좋네요.
간장과 식초로 간을 합니다
3. 식초를 두 숟갈 넣습니다.
또는 홍초나 흑초가 있으면 더 좋고요.
4. 그 다음에 사이다를 그릇에 자작하게 붓습니다.
잠기게끔 넣으면 사이다국이 되니 조심하세요.
사이다가 없으면 물을 자작하게 붓고 설탕을 한 숟갈 넣습니다.
사이다를 넣을 경우 따로 물을 넣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이다를 넣으면 간장과 식초의 비율이 엉망인 요리라 하더라도 성공한 요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웬만하면 맛있습니다.
오늘은 다행히 먹다남은 사이다가 있네요.
5. 그리고 겨자를 조금 넣습니다.
이게 또 사이다의 단 맛과 치킨의 느끼함에 대해 선을 넘는 다 싶을 때, 교통경찰처럼 겨자 맛이 막아냅니다.
6. 그 위에 얼음을 세 조각 이상 넣으면 되요.
좀 시원하게 드시라고요. 그리고 간장을 넣어서 짜나 싶어도 얼음이 녹아서 나중엔 싱거워지니 걱정 마세요.
얼음을 넣어주면 시원한 챙채가 됩니다
7. 그 다음에 냉장고에 남은 치킨을 꺼내요.
시원한 냉채이니까 치킨을 전자레인지에 데울 필요가 없어요.
치킨의 살을 손으로 발라놓으시면 됩니다.
그리고는 준비한 재료위에 얹어 놓으면 끝납니다.
남은 치킨을 뼈 없이 잘 발라주세요
초 간단 치킨 오이냉채입니다. 이건 정말 맥주와 잘 어울려요.
또 하나 여름엔 화이트와인이거든요. 화이트와인하고도 정말 잘 어울립니다.
오늘 고생하셨어요. 시원하게 한 입 드셔보세요.
치킨오이냉채와 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