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춘향뎐(2000)
이번 달 영화는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2000)”입니다.
며칠 전 ‘한국 전통음악의 이해’라는 제목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이 때 직업적인 전문 음악인이 하는 음악을 예술음악이라고 하고 판소리가 대표적인 예술음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판소리에 관한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 중에 공연을 영화로 만든 것들이 있습니다.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마술피리, 1975”, 조셉 로지 감독의 “돈 지오반니, 1979”, 마이클 포웰 감독의 “호프만의 이야기, 1951” 등은 제가 좋아해서 자주 보는 영화들입니다.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2000”도 조상연이 공연한 춘향가 판소리 완창을 영화로 만들어 앞에 열거한 영화들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 1993”를 만들 때 판소리를 잘 몰라 판소리를 들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틈틈이 조상연씨의 소리를 듣기 시작했으며, 조상연의 완창 춘향전을 듣고 감동을 느껴 영화로 만들기로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1995년 정동극장에서 조상연이 공연한 4시간 반짜리 춘향가 완창 기록필름을 바탕으로, 1976년에 녹음한 판본을 영화의 음악과 내레이션으로 사용하였습니다. 판소리를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만드는 작업, 4시간 반 길이를 2시간 분량의 영화를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 작업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는데, 춘향가에서 좋다고 생각되던 부분과 소리는 좋은데 많이 불리지 않았던 부분을 선택하려고 하였다고 합니다.
조상현의 판소리가 내레이션이면서 음악인 영화로, 소리가 연기자의 감정까지 설명해주고 있어, 배우의 얼굴을 카메라에 담는 것보다 율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주연 배우들을 신인들로 쓸 수가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월매, 방자는 소리를 잘 아는 사람들이고 포졸들도 극단에서 10년 이상 우리 가락을 익힌 사람들이었습니다.
맨 처음에는 ‘판소리를 음악과 내래이션으로 사용하고, 배우들을 써서 영화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지?’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이것을 잘 해결한 임권택 감독의 역량을 알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임권택 감독은 한국 사람이 찾아낸 풍성한 여유로움, 그 여유로움 속에서 묻어나는 작은 아름다움을 찾고 싶었고, 한국적인 리듬을 가진 한국적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조상연이 들려주는 시원한 판소리 가락과 정일성 촬영감독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우리 산천에 대한 영상도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그러나 판소리 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자주 접하지 않고 지내온 터이라,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받아드리기에는 거리감이 존재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판소리 춘향전은 여러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고, 이들 중에서는 신상옥 감독의 “성춘향, 1961”이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였습니다.
“춘향뎐, 2000”은 제 53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후보까지 올랐던 영화입니다.
YouTube - https://youtu.be/PvG8y3bNmgg - 에서 볼 수 있으며 KT 올레TV에서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