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진과 함께 보는 영화 -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2012)
이번 달의 영화는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의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2012)”입니다.
마가레테 폰 트로타는 제가 좋아하는 여성 감독으로 슐렌도르프 감독과 공동으로 연출한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Die Verlorene Ehre Der Katharina Blum, 1975)”로 감독 데뷔를 하였습니다. 제가 이 감독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힐데가르트 폰 빙엔, 로자 룩셈부르크와 한나 아렌트 등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여성들의 삶을 영화로 만들었고, 이 영화들이 저에게 감동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요즈음 길목 독서모임에서 ‘악의 남용’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한나 아렌트의 영향을 받은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한나 아렌트가 다시 생각이 나서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통해 한 여성 철학자의 살아가는 모습과 ‘악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악의 평범성’ 개념 형성이 아이히만 재판 과정을 취재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좀 더 깊은 내용 이해는 한나 아렌트의 책을 통해서 얻어야하겠지만 기본 개념은 영화를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으며, 그 전후의 실제 상황을 영화를 통해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아이히만의 재판과정 일부를 실제 기록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덤으로 얻은 소득이었습니다.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은 사유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를 원했으며, 바바라 수코바 만이 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감독이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여성들의 삶을 영화로 표현할 때 항상 바바라 수코바에게 주인공 역할을 맡겼습니다.
영화가 나온 시기를 기준으로 보면 독일 적군파 멤버였던 구드룬 엔슬린과 언니의 삶을 다룬 영화 “독일 자매(Die bleierne Zeit, 1981)”에서부터, 독일의 혁명가로 너무나 유명한 "로자 룩셈부르그(Rosa Luxemburg, 1986)", 당대 최고의 신학자, 사상가, 음악가, 작가, 의학자, 식물학자, 언어학자, 예언가로서 평가받고 있는 힐데가르트 폰 빙엔에 대한 영화인 "위대한 계시(Vision - Aus Dem Leben Der Hildegard Von Bingen, 2009),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2012)”까지 4편의 영화에 바바라 수코바가 모두 주연을 맡아 열연을 합니다.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은 “독일 자매(Die bleierne Zeit, 1981)”로 여성으로는 최초로 베니스영화제에서 금사자상을 받은 감독이 되었으며, 바바라 수코바는 "로자 룩셈부르그(Rosa Luxemburg, 1986)"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게 됩니다.
“로자 룩셈부르그”, “위대한 계시”와 “한나 아렌트”를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 상암본원에서 볼 수 있으며, 그 외에도 “위대한 계시”는 서울도서관에서, “한나 아렌트”는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