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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저물녘 하늘을 보네

  1.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5

    6 -내 이름은 아레주예요. 여자는 서쪽 하늘에 아직 남아있는 우주의 그늘을 바라보며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 발자국 하나를 내딛는 순간, 그 이름을 지워버리세요. 다만 지워진 이름의 흔적만 지니고 있...
    Date2024.01.07 By관리자 Views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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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4

    5 아베스라는 수도원 뒤편의 절벽 끝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 길게 내쉬면서 눈을 들어 협곡 너머를 보았다.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풍광이 차라리 엄숙해 보였다. 그래서 이런 곳에 터를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Date2023.12.04 By관리자 Views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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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3

    4 고봉 준령이 늘어선 산악을 건너자 풍경은 거짓말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땅은 거칠기 짝이 없었고 초목이라곤 물이 있는 마을 근처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척박한 마을일수록 나그네에겐 따뜻한 환대가 이어졌다. -어딜 간다고? 아베스라가 사막의...
    Date2023.11.03 By관리자 Views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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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2

    3 깎아 세운 듯한 직벽이 갈필로 그린 그림마냥 이어지더니, 협곡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그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의 절벽은 높이를 현저하게 낮추더니 수직의 형상을 허물고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경사가 조금 더 완만해지는 지점에 길이 나 있었는데...
    Date2023.10.04 By관리자 Views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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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1

    1 바람이 불 때마다 뿌리를 잃은 관목이 또르르르 굴러다녔다. 초원에서 살아온 떠돌이 수행자 아베스라에게 황야의 풍경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모래와 모래로 돌아가는 중인 돌덩이들이 거칠게 이어진 땅을 반나절이나 걸어왔다. 그러다 거친 들판은 ...
    Date2023.09.02 By관리자 Views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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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커피숍 상하이(咖啡館上海)

    1 주말 아침이면 자주 찾는 현월산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려는데 컵홀더에 쑤셔져 있는 쓰레기가 눈에 거슬렸다. 그러고 보니 문짝에도 버려야 할 작은 플라스틱 주스 병 두 개와 생수병 한 개 그리고 언제 먹었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약봉지 등이 ...
    Date2023.08.04 By관리자 Views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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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전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 가을걷이도 끝나고 계절이 깊어져 어느덧 조석으로 찬바람이 살갗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산중에서 겨울을 나려면 이제부터 부지런히 땔감을 모아야 했다. "뭣이여? 산이 왜 이런 겐가? 처삼촌 산소 벌초한 겨? 으째서 산이 이 모냥이 되아 부렀는가?" 앞서...
    Date2023.07.13 By관리자 Views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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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서사지질학'의 가능성 탐색을 위한 ...

    '서사지질학'의 가능성 탐색을 위한 두 개의 오래된 이야기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이 신작로가 있는 풍경을 정물화로 만들어 버린다. 신작로의 황톳빛은 얼마간의 색이 증발하여 퇴색된 채 들떠있고, 길 양편에 의장병이 도열한 듯 늘어선 미루나무도 ...
    Date2023.06.09 By관리자 Views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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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4월, 햇살이 아프다

    - 사악한 미소를 흘리며 무언가를 도모하는 사람들이 내건 깃발이 바람에 나부낄 때, 바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공모자가 되어가고, 바람을 타고 떠도는 핏기 없는 말은 비수가 된다. 풍경은 때로 폭력이 된다. 햇살 좋은 봄날의 풍경이 더러 그런 모습을 보여...
    Date2023.05.11 By관리자 Views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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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탈선(脫線) 2

    4. 감우는 밤새도록 토굴 앞마당의 좁은 평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아직은 서늘한 밤기운에다 바다에서 피어올라온 해무에 먹물 옷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옅어진 해무를 뚫고 직진하는 아침 햇살이 그의 얼굴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가 이곳 작은 ...
    Date2023.04.11 By관리자 Views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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