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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9
모든 것에는 다 때가 있느니 돌을 모아들일 때가 있고 그것을 흩어버릴 때가 있도다 웃어야 할 때가 있으나 눈물을 흘리며 가슴을 칠 때도 있도다 때를 아는 사람은 지혜롭다 지혜를 구하는 것은 눈 감고 두 손을 모으는 것 숨결을 고르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8
-나는 그대가 토마스 수사를 해친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소. 물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말이오. 야곱은 눈길을 멀리 협곡 너머로 얹으며 말했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도의 복장을 한 낯선 사람이 아니오? 아베스라는 야곱과 시몬을 번...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7
아레주는 산기를 느꼈다. 힘주어 눈을 감게 하는 통증이 주기적으로 그녀의 아랫배를 쥐어짜고 있었다. -어쩌자고 이 지경을 맹글었단 말이냐. 아레주가 회임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할머니 샤들린은 크게 낙담을 하였다. -그 옘병헐 당골 예펜네·&mi...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6
아베스라는 바랑을 챙겨 문 앞에 놓고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요사를 정리하고도 가부좌를 틀었다. 생사가 둘이 아니라고 귀가 따갑도록 들었으나, 막상 제 손으로 한 주검을 정리하고 나니 삶과 죽음의 경계가 아주 뚜렷한 모습으로 다가왔던 것...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5
6 -내 이름은 아레주예요. 여자는 서쪽 하늘에 아직 남아있는 우주의 그늘을 바라보며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이름을 기억해 달라고 하는 게 아니에요. 지금 발자국 하나를 내딛는 순간, 그 이름을 지워버리세요. 다만 지워진 이름의 흔적만 지니고 있...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4
5 아베스라는 수도원 뒤편의 절벽 끝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잠시 멈췄다. 길게 내쉬면서 눈을 들어 협곡 너머를 보았다.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풍광이 차라리 엄숙해 보였다. 그래서 이런 곳에 터를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3
4 고봉 준령이 늘어선 산악을 건너자 풍경은 거짓말처럼 변해가기 시작했다. 땅은 거칠기 짝이 없었고 초목이라곤 물이 있는 마을 근처에서나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척박한 마을일수록 나그네에겐 따뜻한 환대가 이어졌다. -어딜 간다고? 아베스라가 사막의...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2
3 깎아 세운 듯한 직벽이 갈필로 그린 그림마냥 이어지더니, 협곡이 두 갈래로 갈라졌다. 그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곳의 절벽은 높이를 현저하게 낮추더니 수직의 형상을 허물고 급한 경사를 이루고 있었다. 경사가 조금 더 완만해지는 지점에 길이 나 있었는데... -
강물이 사막을 건너는 법 1
1 바람이 불 때마다 뿌리를 잃은 관목이 또르르르 굴러다녔다. 초원에서 살아온 떠돌이 수행자 아베스라에게 황야의 풍경은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았다. 모래와 모래로 돌아가는 중인 돌덩이들이 거칠게 이어진 땅을 반나절이나 걸어왔다. 그러다 거친 들판은 ... -
커피숍 상하이(咖啡館上海)
1 주말 아침이면 자주 찾는 현월산 인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리려는데 컵홀더에 쑤셔져 있는 쓰레기가 눈에 거슬렸다. 그러고 보니 문짝에도 버려야 할 작은 플라스틱 주스 병 두 개와 생수병 한 개 그리고 언제 먹었던 것인지도 알 수 없는 약봉지 등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