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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목연재] 저물녘 하늘을 보네

  1. 전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 가을걷이도 끝나고 계절이 깊어져 어느덧 조석으로 찬바람이 살갗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산중에서 겨울을 나려면 이제부터 부지런히 땔감을 모아야 했다. "뭣이여? 산이 왜 이런 겐가? 처삼촌 산소 벌초한 겨? 으째서 산이 이 모냥이 되아 부렀는가?" 앞서...
    Date2023.07.13 By관리자 Views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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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서사지질학'의 가능성 탐색을 위한 ...

    '서사지질학'의 가능성 탐색을 위한 두 개의 오래된 이야기 여름날의 뜨거운 햇살이 신작로가 있는 풍경을 정물화로 만들어 버린다. 신작로의 황톳빛은 얼마간의 색이 증발하여 퇴색된 채 들떠있고, 길 양편에 의장병이 도열한 듯 늘어선 미루나무도 ...
    Date2023.06.09 By관리자 Views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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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4월, 햇살이 아프다

    - 사악한 미소를 흘리며 무언가를 도모하는 사람들이 내건 깃발이 바람에 나부낄 때, 바람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공모자가 되어가고, 바람을 타고 떠도는 핏기 없는 말은 비수가 된다. 풍경은 때로 폭력이 된다. 햇살 좋은 봄날의 풍경이 더러 그런 모습을 보여...
    Date2023.05.11 By관리자 Views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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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탈선(脫線) 2

    4. 감우는 밤새도록 토굴 앞마당의 좁은 평상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아직은 서늘한 밤기운에다 바다에서 피어올라온 해무에 먹물 옷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옅어진 해무를 뚫고 직진하는 아침 햇살이 그의 얼굴을 물들이고 있었다. 그가 이곳 작은 ...
    Date2023.04.11 By관리자 Views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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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탈선(脫線) 1

    1. "캭캭캭! 그러니께 니눔의 전생을 알고 싶다 그게여?" 그 웃음소리 때문에 오리대사라는 별호를 얻은 땡중 감우(堪愚)는 그렇지 않아도 작은 눈을, 미간을 잔뜩 구겨가며 가느다랗게 눌러 뜨고, 건너편 자리에서 엉거주춤 막걸리 사발을 들고 있는 삼번 리...
    Date2023.03.09 By관리자 Views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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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흐린 강을 건너는 아주 낯선 배, 그리고

    1 '당신은 나를 아는데, 왜 나는 당신을 몰라.'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여인의 외침은 처절하고 절박하다. 스스로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그 자신에게 느끼는 당혹스러움을 다른 사람이 헤아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억...
    Date2023.02.08 By관리자 Views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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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빛과 어둠이 엇갈리는 사정

    어둡다구요. 아주 캄캄해 못살겠다구요. 무엇이 어떻게 어둡습니까. 그래 그대는 밝은 빛은 보았습니까. 아니 생각이라도 하여 보았습니까. 빛의 밝음을 꿈꿔도 안 보고 어둡다 소리 지르십니까. 설령 그대가 낮과 밤의 明暗에서 광명과 암흑을 헤아린다 칩시...
    Date2023.01.05 By관리자 Views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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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자꾸만 미끄러지는 말

    나는 한갓 오줌풀 우거진 궁벽산촌에 몸을 숨기고 살아 벗들이 일러 부르길 광성자胱荿子라 하거니와, 비록 아름다운 이름은 아니로되 우애를 한껏 담아 준 뜻을 저버릴 수 없어 별호別號삼기로 한 지 오래라. 내가 비록 벽촌의 누거에 몸을 의탁하고 있으나,...
    Date2022.12.04 By관리자 Views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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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왜년

    여자의 회색 무명 치마저고리는 낡았지만 깨끗했고 그 위엔 짙은 남색 앞치마를 둘렀다. 비록 남루한 입성이지만 언제나 정갈했으며, 표정은 증명사진 속의 어색한 듯 굳은 모습같이 늘 한결같았다. 그녀가 분주한 것은 대개 아침나절이었다. 그날 장사할 술...
    Date2022.11.02 By관리자 Views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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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잔인한 동행

    아! 피레네. 한때, 남자는 어떻게 하던 피레네를 꼭 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발터 벤야민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심장을 안고, 절망과 희망이 배합비율 따위는 상관없이 뒤섞인 몰약에 의지하여 넘던 그 길을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봐야 ...
    Date2022.10.03 By관리자 Views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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