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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선(脫線) 1
1. "캭캭캭! 그러니께 니눔의 전생을 알고 싶다 그게여?" 그 웃음소리 때문에 오리대사라는 별호를 얻은 땡중 감우(堪愚)는 그렇지 않아도 작은 눈을, 미간을 잔뜩 구겨가며 가느다랗게 눌러 뜨고, 건너편 자리에서 엉거주춤 막걸리 사발을 들고 있는 삼번 리... -
흐린 강을 건너는 아주 낯선 배, 그리고
1 '당신은 나를 아는데, 왜 나는 당신을 몰라.'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는 여인의 외침은 처절하고 절박하다. 스스로 치매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에 그 자신에게 느끼는 당혹스러움을 다른 사람이 헤아리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기억... -
빛과 어둠이 엇갈리는 사정
어둡다구요. 아주 캄캄해 못살겠다구요. 무엇이 어떻게 어둡습니까. 그래 그대는 밝은 빛은 보았습니까. 아니 생각이라도 하여 보았습니까. 빛의 밝음을 꿈꿔도 안 보고 어둡다 소리 지르십니까. 설령 그대가 낮과 밤의 明暗에서 광명과 암흑을 헤아린다 칩시... -
자꾸만 미끄러지는 말
나는 한갓 오줌풀 우거진 궁벽산촌에 몸을 숨기고 살아 벗들이 일러 부르길 광성자胱荿子라 하거니와, 비록 아름다운 이름은 아니로되 우애를 한껏 담아 준 뜻을 저버릴 수 없어 별호別號삼기로 한 지 오래라. 내가 비록 벽촌의 누거에 몸을 의탁하고 있으나,... -
왜년
여자의 회색 무명 치마저고리는 낡았지만 깨끗했고 그 위엔 짙은 남색 앞치마를 둘렀다. 비록 남루한 입성이지만 언제나 정갈했으며, 표정은 증명사진 속의 어색한 듯 굳은 모습같이 늘 한결같았다. 그녀가 분주한 것은 대개 아침나절이었다. 그날 장사할 술... -
잔인한 동행
아! 피레네. 한때, 남자는 어떻게 하던 피레네를 꼭 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발터 벤야민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심장을 안고, 절망과 희망이 배합비율 따위는 상관없이 뒤섞인 몰약에 의지하여 넘던 그 길을 죽기 전에 한 번은 꼭 가봐야 ... -
무위, 그 발칙한 역전을 꿈꾸며
오낙영 조합원이 9월부터 <저물녘 하늘을 보다>라는 제목으로 새로 글을 연재합니다. 내용은 일상사에 대한 수상, 자연과 인간, 시와 소설 등의 감상이 되겠습니다. 출근길, 어느 공장 담벼락에 기대어 몸을 세운 호박 덩굴에 피어있는 꽃과 넓은 잎새 뒤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