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모임
길목 프로그램 중에 매달 넷째 주 목요일 저녁에 진행되는 영화모임이 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문화를 향유 하지 못하는 저에게는 영화를 보고 의견을 나눌 기회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시간입니다. 한동안 생활 속 거리두기로 쉬다가 모임이 6월에 재개되었는데요, 6월의 영화는, 1990년 개봉한 “뮤직박스”였습니다. 각본을 쓸 때의 제목은 “아버지의 죄”였다고 하네요. 처음의 제목에서 내용이 추측 가능합니다.
앤은 성공한 변호사입니다. 앤의 아버지 라즐로는 미국에 이민 와서 평생을 철강 노동자로 일한 성실한 아버지이고, 손자에게는 자상한 할아버지인데, 그런 아버지가 2차 세계대전 중 헝가리의 친나치 조직에서 유태인 학살에 앞장섰고, 이후에 그 사실을 숨기고 서류에 거짓을 써서 미국에 이민했다는 이유로 법원으로부터 기소를 당하게 됩니다. 앤은 아버지를 믿기로 하고 공산주의자들의 공격이라며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 아버지를 위해 변호하기로 합니다.
검사 측 증인들이 법정에서 자신들이 경험한 한 맺힌 기억과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이야기하며 그 가해자가 바로 라즐로라고 주장하지요. 그러나 아버지를 믿기로 한 앤은 유능한 변호사답게 증인의 아버지가 유태인임을, 또 다른 증인의 아들은 공산주의자임을 지적하며 증인들의 공정성을 의심받게 하여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갑니다. 변호사인 앤의 역량과 라즐로를 의심하면서도 도와주는 세력에 의해 재판은 승소하게 되어 라즐로는 헝가리로 송환되지 않게 됩니다.
아버지의 결백을 확인하고 싶었던 앤은 아버지의 젊은 시절 친구였던 사람의 가족을 방문하면서 결국 아버지가 증인들이 악마라고 불렀던 바로 그 사람이었음을 확인합니다. 아버지에게 참회를 바라며 진실을 요구하지만 아버지는 반성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진실을 왜곡한 채, 자신을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오버랩하게 됩니다.
앤은 검사에게 아버지의 죄를 밝히는 사진을 보냅니다. 변호사인 딸의 행동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진실을 덮는 쪽에서 아버지를 변호하지만,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흔들리지 않고 정의에 편에 설 수 있는 용기가 대단합니다. 영화 속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승소한 변호사로서 자신의 재판 결과를 직접 뒤집는 일은 변호사로서의 경력마저도 포기할 만큼의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를 본 후 나 자신은 진실을 아는 것이 내 삶을 피곤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외면하려고 하지는 않는지, 진실을 알게 되었다고 해서 승소한 재판 결과까지 뒤집을 용기가 있는 사람인지 생각해봅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어려울 때도 문화생활로 마음의 여유를 찾으시고 마음도 굳건하게 지키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