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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

posted Nov 30,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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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집

 

 

내가 상담 공부를 시작했을 때 정신분석적 상담은 ‘마음의 집’을 짓는데 주된 관심이 있다는 말이 내 마음에 와닿았다. 상담 이론을 공부하고 분석 작업을 하는 것은 튼튼한 마음의 집을 짓는 일이었다. 그것은 마음의 상처와 고통을 이해하고 보듬는 회복 과정으로서 내 안에 ‘나는 나다’가 자리 잡는 심리적 탄생, 즉 새로운 자기(self)가 탄생하는 긴 여정이었다. 마음의 집의 상태는 꿈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꿈은 마음의 집의 모습이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상담 초기에 꿈이 보여주는 집은 다 쓰러져가는 오막살이집, 천막집, 귀신이 나올 것 같은 집이다. 꿈속에서 자기 집을 찾지 못해서 여기저기 헤매기도 한다. 상담이 진행되면서 새집을 짓는 꿈을 꾸고 이사하는 꿈을 꾼다. 꿈속에서 이사하는 집이 아담하고 해가 잘 들고 깨끗하고 정리 정돈이 잘 되어 있는 아파트에서 작은 정원이 있는 단독 주택으로, 꽃이 만발하고 멋진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 저택으로 바뀐다. 꿈속에서 집의 모습이 달라지는 만큼 고통과 불안에 시달리던 마음이 안정을 찾고, 표정에 생기가 돌고, 현실의 삶이 변화한다. 

마음의 집이 튼튼할 때, 개인은 자기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 많은 것들, 배경, 사회적 지위, 학력, 재산 등을 모두 내려놓은 자기 자신을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로 경험하게 된다. 자신이 의미 있는 존재가 될 때 의미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고 욕구와 충동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개인은 자신의 부정적 정서를 담아내서 소화할 수 있으며,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다. 또한 남에게서 받는 상처와 고통보다 내가 나 스스로 낸 상처와 고통이 더 크고 깊다는 진실을 만난다. 그리고 나에게 없는 것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경쟁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서 재미와 의미를 발견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마음의 집이 허술하고 약한 개인, 즉 ‘나는 나다’가 없는 사람은 깊은 공허감을 감추기 위해 눈에 보이는 것들, 학력, 재산, 사회적 지위 등이 곧 자기 자신인 것처럼 착각하는 거짓 자기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리고 의미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신의 욕구와 충동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그의 정신은 전능적인 마술적 사고의 지배하에 있고, 그는 아무리 채워도 만족을 모르는 탐욕에 사로잡힌다.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안 되는 것이 있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모른다.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끝이 없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지만, 삶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지 못하고 깊은 공허감에 시달린다. 그는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더욱 많은 것들을 소유하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최근 집값이 폭등하면서 집 없는 서민들은 평생 집 한 채 장만하지 못하고 길거리에 나 앉을 것 같은 절망과 불안에 시달리다 못해,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집을 장만하고 집값은 더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민들은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버는데 길든 투기세력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정부에서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집은 무의식적으로 자기(self)의 상징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집은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무의식적 의미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마술적 사고와 무슨 짓을 하든지 돈만 벌면 된다는 탐욕의 산물이다. 그것은 또한 자기(self)를 걸고 도박판에 뛰어드는 꼴이다. 그런데 이미 그 도박판에서 재미를 본 투기세력은 멈출 줄 모르고, 벼락부자를 꿈꾸면서 그 대열에 합류하려고 기를 쓰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부동산 정책으로 그들의 전능적이고 탐욕적인 욕망을 조절하기란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그들이 일확천금의 꿈을 접고 만족을 모르는 탐욕을 포기하지 않는 한, 집값은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집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때마다 투기세력은 더욱 기고만장해지고, 집 없는 서민들과 젊은이들은 삶의 뿌리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파국을 경험하게 되는 세상이 된 것 같다. 여기에서 어떻게 어떤 해답을 찾을 것인지는 우리의 마음에 달린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 국가의 정책이나 사회제도로 인간의 탐욕적인 욕망을 변화시킬 수 없다. 인간의 욕망은 튼튼한 마음의 집이 있을 때 조절할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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