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뿌리기
여름의 기운이 깊어지고 뭍 생명이 저마다 자기 빠르기로 속을 채우는 타오름 달 8월입니다.
베란다 화단에 심겨진 식물들은 나름의 속도로 몸집을 키우는 중이고, 나뭇가지에 진을 친 거미는 숨죽이고 있다가 먹잇감 신호에 신중하고도 재빠르게 반응합니다. 그 아래를 개미떼가 열을 지어 분주히 오가고, 다시 그 아래 흙 속에는 지렁이들이 느릿느릿 꿈틀거리고 있겠지요. 화단 한 쪽에 수박을 심었습니다. 심었다기보다는 한입거리 수박씨를 흙 속에 뱉어 버린 게 더 맞겠네요. 한두 개 싹 트려나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는데, 씨들이 전부 싹을 틔어버려 빠르게 자라고 있습니다. 모종(?)을 옮겨 심는 것이 농사의 정석이지만, 어차피 열매까지는 기대하지 않았고, 뭉쳐있는 모습이 나름 예뻐 당분간 두고 보렵니다. 언젠가 노란 꽃도 피겠지요.
지난 3개월간 “산타와 그 적들”이란 책으로 온라인 강독 모임을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시도되고 실패했던 다양한 사회적 경제 사례를 공부하는 한편, 사회적 협동조합 길목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견들을 나누었습니다. ‘심심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수익사업이 가능할까? 광화문 내수동의 새로운 터전에서 어떤 사업을 벌여 의미와 돈벌이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누가 사업의 주체로서 나서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것인가? 만만치 않은 질문들입니다. 사업해본 분들은 아무리 소규모로 시작하더라도 사업이란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면서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조언합니다.
사업 구상과 준비의 과정이 지나고 언젠가는 결단과 실행의 날이 오겠지요. 작물을 잘 가꾸어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 순간을 상상하며 농부는 씨를 뿌립니다. 모든 씨가 싹을 틔우고 성공적으로 자랄 수는 없다는 걸 알지만, 씨를 뿌립니다. 씨 뿌리는 행위가 없다면 그 다음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감추어진 보물 같은 사업을 발견할 그 날은 과연 올까요? 머리로 고민만 하지 말고 씨뿌리기를 해 봐야 알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