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호랑이 해
올해가 시작한지 두 달이 지나 벌써 3월이 되었습니다. 봄의 기운이 서서히 일어나는 듯 베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이 산은 앙상한 가지 사이로 푸른 잎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은 역사적인 하루, 2022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촛불을 들었던 광화문의 추웠던 그 겨울이 생각납니다. 그때 함께 촛불을 들고 그 추위를 견딘 많은 시민들의 힘찬 얼굴들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평화시위를 통해 우리가 마침내 얻은 건 민주주의였습니다. 민주주의를 평화적으로 이루어낸 시민들의 힘이 다시 이 나라의 정치가 한발 더 나아갈 도약의 시간을 만들 수 있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올해는 임이년, 호랑이 해입니다. 검은 호랑이 해라고 하죠. 검은 호랑이를 상상해보셨나요? 저는 솔직히 어떤 호랑이인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아침에 일어나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어떤 기사에서 이렇게 나왔습니다. 갑인(甲寅), 병인(丙寅), 무인(戊寅), 경인(庚寅), 임인(壬寅) 순으로 육십갑자를 순환하면 임인년은 호랑이 중에서도 흑호(黑虎), 검은 호랑이에 해당된다. 한국에는 원래 호랑이가 민중에게 다소 친근한 동물이었습니다. 친근하다고 하긴 좀 무섭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시작할 때, 어른들이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우던 시절’로 이야기를 시작하여 할머니가 고개를 넘을 때 호랑이가 나타나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라고 말하며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생활 속 깊숙이 호랑이와 관련된 말들이 많습니다. 속담에도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돈이라면 호랑이 눈썹도 빼온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호랑이보고 창구멍 막기’ 이런 말들을 기억하고 지금도 어떤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옛날엔 자연스럽게 주고 받았던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친구가 살았던 포항에 갔다가 호미곶을 갔습니다. 호미곶은 바로 호랑이의 꼬리라고 말하는 그 곳입니다. 우리나라 지형을 호랑이에 본떠 이 곳은 꼬리부분이라고 하여 호미곶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우리나라는 다양한 호랑이라는 동물이 말과 생활 속에 살아 있었습니다. 지금은 온데 간데 없는 호랑이를 찾아 다니는 다큐멘터리 피디의 인터뷰를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 분은 우리나라에 몇 남지 않은 호랑이를 보호하려고 NGO를 만들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호랑이라는 동물을 보호하려고 연대하는 단체도 여러 곳 있다고 합니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렇게 관심이 없는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호랑이의 상징이라고 부르는 용맹함을 우리도 가슴에 담아 가슴을 활짝 펴고 용기를 안고 올 한해도 잘 살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