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혼자 있을 때 외롭지 않으세요? 외로울 때 어떻게 하세요? 이러한 질문과 함께 많은 내담자들은 홀로 있을 때 경험하는 고통과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대해 토로한다. 내담자 H는 "혼자 있는 것을 생각만 해도 끔찍한 외로움이 느껴져요. 나만 바라봐 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는 "혼자 있으면 버림받은 느낌이 들어서 너무 무서워요." M은 "누군가 옆에 있어야 공부가 돼요. 그래서 공부할 때 찻집이나 도서관 등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요." N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힘들어서 늘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거나 핸드폰을 봐요." J는 "내 아들과 딸이 나와 다른 독립된 존재라는 생각이 들면, 내 팔과 다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아서 너무나 끔찍해요. 대상이 딴 사람과 얘기하는 것도 싫어요. 대상을 나만 독차지했으면 좋겠어요." Y는 내가 "혼자 있을 때 죽을 것 같은데, 누군가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따뜻해서 살 것 같아요."
이들의 어려움은 생애 초기에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The capacity to be alone)을 성취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성숙과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충분히 좋은 어머니의 돌봄을 통해 대상에 대한 믿음을 확립하고, 개인의 심리적 실재 안에 좋은 내적 대상이 존재하는 것을 의미하며, 현재와 미래를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니캇(D. W. Winnicott)에 따르면,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생애 초기에 충분히 좋은 어머니의 자아지원을 통해서 성취된다. 즉 유아가 미성숙한 자아 상태에 있을 때 어머니 곁에 있으면서 홀로 있었던 경험에서 비롯된다. 아기를 자기 자신과 분리된 온전한 인격적 존재로 존중하는 어머니(혹은 주 양육자)가 제공해 주는 자아지원을 통해서, 유아는 자아핵을 모으는 것, 즉 '나는 나다'를 성취한다. 그리고 '나는 나다'에서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한다. 또한 유아는 어머니의 자아지원이 믿을 만할 때, 아무것도 할 필요 없이 편안히 있는 상태인 통합되지 않은 상태로 있을 수 있다. 유아의 통합되지 않은 상태의 경험은 성인의 삶에서 휴식할 수 있는 능력과 고독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의 토대가 된다(D. W. Winnicott, 울타리와 공간, p. 51-54.).
유아는 누군가 존재하면서 홀로 있을 수 있을 때, 대상을 생생하게 느끼는 경험을 하고, 허망감 대신에 현실감 있는 삶의 토대를 형성한다. 또한 유아는 세상이 안전하다고 느낄 때, 평화롭게 혼자서 놀 수 있고, 놀이에서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을 사용하며, 외적 실재를 정확하게 지각하는 즐거움을 얻고, 다른 유아들과 함께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유아의 놀이는 개인적인 삶의 방식을 발달시킬 수 있으며, 온전한 인간, 즉 세상에서 환영받으며 그 사람 자체로서 필요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홀로 있을 수 없는 유아는 불안이 많고, 세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머니를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고, 자신의 놀이와 창조적인 삶을 잃어버린다(D. W. Winnicott, 성숙과정과 촉진적 환경, p. 43-49.). 한 개인이 유아기에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하는 것은 정서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성숙 과정이다.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한 개인은 창조성이 풍부한 삶을 추구할 수 있고, 자유롭고 고요하게 자신의 삶을 사색할 수 있으며,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그는 타자와 함께 있을 수 있고, 함께 나누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하지 못한 개인은 정서적으로 독립된 한 개인으로서 존재하지 못한다. 그는 대상과의 정서적인 분리 독립을 관계의 단절 혹은 정서적 고립으로 경험하며, 누군가 의존 대상이 없으면, 공상에 빠지거나 중독에 빠져서 현실감을 잃어버리고, 현실로부터 고립된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이 타고난 능력과 재능을 창조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낭비하는 삶을 살아간다.
한 개인이 미성숙하고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성취하지 못한 것은 생애 초기에 자아 지원의 실패로 인해 그의 깊은 내면에 상처 입은 외로운 아이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그는 침범하지 않는 무의식적 지지를 제공해 주는 좋은 대상관계를 경험함으로써,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하는 심리적 재탄생 과정을 필요로 한다. 또한 비교적 건강한 개인들도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삶을 발견하고, 이웃과 사랑을 나누며, 살아있는 동안 발달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건강한 공동체가 필요하다.
20년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길목이 건강하고 창조적이며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한줄기 희망과 진실을 소개하는 성숙한 공동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