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뤼세 피오르에 있는 프레이케스톨렌(설교단 바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겨울은 봄바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요.
봄은 세상에서 매미 소리가
제일 무섭대요.
여름은 귀뚜라미 소리가
제일 무섭고요.
가을 햇살은 눈송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대요
- 김용택
이번 여름 저는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7월 초에 런던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패딩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런던과 북유럽은 좀 쌀쌀하다 싶은 날씨였고 독일이나 스위스는 햇살이 강할 때도 건조해서 그런지 그늘에만 들어가면 선선한 날씨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무덥고 습해진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들의 쾌적한 날씨에 샘이 나기도 했습니다. 여행 중 만난 자연은 지구 위기를 의심할 만큼 놀랍도록 아름다웠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오랜 시간 쌓아 온 감탄스러운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 문명 뒤에 희생된 힘없는 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스치는 듯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8월 말 귀국 후 인천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공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올여름 우리나라가 얼마나 덥고 습했는지 견디기 힘들었다며 하소연했습니다. 나만 그 지독한 더위를 비켜 간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로 가을의 대명사인 9월도, 한가위도 더운 여름 같은 날들을 함께 겪었기에 미안함을 조금 덜었다고나 할까요?
여름을 보내면서 조금만 더 견디면 가을이 오리라는 철석같은 믿음으로 지냈습니다. 이제 저녁이면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정겹고 반갑습니다. 가을이 온 것 맞지요?
요즈음 우리나라는 퇴행과 비정상상태에 놓인 것 같습니다. 권력자들은 권력놀이에 염치도 팽개치고 원칙도 정의도 저버리고 있습니다. 사람들 마음에는 올여름 그 습하고 무덥고 답답하던 공기보다 더 큰 열불이 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진실은 드러나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 아무리 여름이 가지 않으려고 그악을 떨어도 귀뚜라미가 소리 높여 노래하면 어쩔 수 없이 사라진다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귀뚤귀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