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여는글]

a6de88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posted Oct 06, 2024
Extra Form
글쓴이 김진희
발행호수 85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여는글.jpg

노르웨이 뤼세 피오르에 있는 프레이케스톨렌(설교단 바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겨울은 봄바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요.

봄은 세상에서 매미 소리가

제일 무섭대요.

여름은 귀뚜라미 소리가

제일 무섭고요.

가을 햇살은 눈송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대요

- 김용택

 

 

이번 여름 저는 유럽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7월 초에 런던에 도착했는데 사람들이 패딩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런던과 북유럽은 좀 쌀쌀하다 싶은 날씨였고 독일이나 스위스는 햇살이 강할 때도 건조해서 그런지 그늘에만 들어가면 선선한 날씨였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무덥고 습해진 여름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그들의 쾌적한 날씨에 샘이 나기도 했습니다. 여행 중 만난 자연은 지구 위기를 의심할 만큼 놀랍도록 아름다웠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오랜 시간 쌓아 온 감탄스러운 문명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그 문명 뒤에 희생된 힘없는 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스치는 듯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8월 말 귀국 후 인천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공기에 깜짝 놀랐습니다. 만나는 사람마다 올여름 우리나라가 얼마나 덥고 습했는지 견디기 힘들었다며 하소연했습니다. 나만 그 지독한 더위를 비켜 간 것이 미안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로 가을의 대명사인 9월도, 한가위도 더운 여름 같은 날들을 함께 겪었기에 미안함을 조금 덜었다고나 할까요?

 

여름을 보내면서 조금만 더 견디면 가을이 오리라는 철석같은 믿음으로 지냈습니다. 이제 저녁이면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정겹고 반갑습니다. 가을이 온 것 맞지요?

 

요즈음 우리나라는 퇴행과 비정상상태에 놓인 것 같습니다. 권력자들은 권력놀이에 염치도 팽개치고 원칙도 정의도 저버리고 있습니다. 사람들 마음에는 올여름 그 습하고 무덥고 답답하던 공기보다 더 큰 열불이 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진실은 드러나고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 아무리 여름이 가지 않으려고 그악을 떨어도 귀뚜라미가 소리 높여 노래하면 어쩔 수 없이 사라진다고 시인은 노래합니다. 귀뚤귀뚤.

김진희-프로필이미지.gif


  1. 생태문화사회를 향하여

    지금 기후위기가 점점 심각해지고 불평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왜 이런 시대가 되었을까? 우리 인간들의 이기적인 사고로 자연을 함부로 파괴하고 사치와 낭비의 생활방식과 무한경쟁의 정치경제사회시스템의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다중 위기를 극...
    Date2024.11.05 Views31
    Read More
  2.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노르웨이 뤼세 피오르에 있는 프레이케스톨렌(설교단 바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 겨울은 봄바람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고요. 봄은 세상에서 매미 소리가 제일 무섭대요. 여름은 귀뚜라미 소리가 제일 무섭고요. 가을 햇살은 눈송이가 세상에서 제일 무섭대...
    Date2024.10.06 Views38
    Read More
  3. 길목 청년 지원 사업 소개 및 연대 요청

    길목 청년 지원 사업을 소개 평화를 빕니다. 길목 청년 지원 사업 담당 김하나입니다. 길목 청년 지원 사업은 연초, 청년 세미나팀을 모집하는 것으로 한 해를 시작합니다. 청년 세미나팀 지원은 한 팀당 4인 이상의 청년들의 상호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
    Date2024.09.10 Views36
    Read More
  4. 안녕하세요 길목에서 일합니다

    더위가 무척 길게 이어집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그리고 조합원 여러분 모두, 마음과 몸에 건강 있으시길 기원합니다. 그간 제 이름으로 맥주 인문학 칼럼과 책 소개 글 같은 게 있었는데요, 길목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그에 대한 인사를 드리게 된 점...
    Date2024.08.12 Views62
    Read More
  5. 인사이드 아웃

    나름 짧지 않은 인생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처음으로 한 영화의 1, 2편을 모두 보는 (지극히 개인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것도 애니메이션 영화를요. 주말에 일을 좀 해치워야 평일에 (마음의)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일에 집중...
    Date2024.07.08 Views76
    Read More
  6. 절제하는 삶

    자본주의의 형성과 발달은 산업혁명 이후부터다. 생산방식이 기계화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더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자본가들은 사업의 확장과 안정을 위해 자본을 더 많이 축적하고 소유하려 한다. 이를 위해 자본가들은 자본의 자유를 주장하여 경...
    Date2024.06.04 Views114
    Read More
  7. 어쩌다 보니 10년 - 심심 지난 10년 개괄

    2013년. 8년여, 타국 생활을 접고 귀국해 다시 향린을 다닐 즈음, 낯익은 이들의 분주함이 주일마다 이어졌다. 그리고는 얼마 후에 길목협동조합 발기인대회와 창립총회가 열리는 모습을 조금 떨어져서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여름이 가을로 바뀌던 시...
    Date2024.05.07 Views111
    Read More
  8. 오늘을 충실히

    일본 에도시대의 “구상도(1848)’’, 보스턴미술관 소장 가녀린 꽃과 연한 이파리로 간절하게 피어나는 생명들이 흘러 넘치는 잎새달 4월입니다. 3월 마지막 주말 옆지기와 용인 호암 미술관을 다녀왔습니다. 미술관 진입로 정원에 매화와 홍...
    Date2024.04.07 Views116
    Read More
  9. 저 하루가 걸어오는 날이 있다

    저 하루가 걸어오는 날이 있다1) 그 하루는 허수경을 거쳐 체홉으로 이어지고 이내 정지아의 문장으로 옮겨가며 맴돈다. 삼킨 문장은 머리를 환하게도 어지럽게도 한다. 단어를 쫓아 행간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상념은 쉴 새 없이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여...
    Date2024.03.12 Views116
    Read More
  10. 흥겨운 노랫소리를 따라

    3주간의 짧은 기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작년에 취득한 조리사 자격증을 드디어 활용해 보았습니다. 어린이 집에서 3주간 대체 조리사로 실무를 해보니 조리사 일도 쉽지는 않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후 꽤 오랜만에 다시 첫 출근을 하는 날에는 여전...
    Date2024.02.06 Views11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Next
/ 9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