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월의 시간이 흐르면 일 년이 됩니다. 통상 12월이 되면 지난 11개월의 시간을 탈 없이 지낸 것을 감사하며 새로운 일은 가급적 시작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작년 12월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비상계엄과 비행기 폭발이라는 엄청난 사건과 사고가 있었고 새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의 여파와 후유증 때문에 현재를 2024년 13월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군부독재 시절에나 있을법한 비상계엄은 내란 수괴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체포 영장 발부로 현재 진행 중입니다. 무안공항에 동체착륙을 하다 폭발한 비행기는 많은 분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은 비극적 사고로 정확한 사건 진상을 밝히지 못한 상태에서 장례를 치르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충격적인 사건과 사고를 매일 보고 들으며 우리는 분노하고 슬퍼하며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극적 사고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다르지 않지만 비상계엄을 대하는 국민과 정치인의 태도는 극단적으로 달라서 국가적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은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입니다. 이해할 수 없는 때에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버린 자들이 하는 요즘의 행태를 보면 딱 맞는 말입니다. 비상계엄 발표를 접하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너무 명약관화한 사건을 놓고 비상계엄은 안되지만 그렇다고 탄핵도 안된다는 주장을 하는 일단의 무리들을 보며 대다수 사람들의 마음속은 부글부글합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불안하기도 합니다.
새해를 맞으며 길목의 벗들에게 드리는 글의 내용이 불편한 것 같아 송구합니다. 여는 글을 쓰는 시점이 공교롭게도 어려운 상황이라 궁리를 해봤지만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반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맞닥트린 현실을 우리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행인 것은 12월에 무척 기쁜 소식이 있었습니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입니다. 수상 소식과 함께 작품 세계와 소설가의 삶과 인품을 접하며 잠시 사건과 사고를 잊을뿐더러 직시하는 힘을 얻게 됩니다. 충격적인 비상계엄과 비통한 비행기 사고로 인하여 공동체적 치유가 필요한 시점에 '한강'의 소설 읽기는 위안과 격려가 될 것입니다. 안병무도서관의 '한강 읽기' 프로그램을 접하며 2024년을 끝내고 새해를 힘차게 맞이하고 싶은 소망을 나누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