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1 : 사회적협동조합 길목의 2019 그리고 2020
온고지신하는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온고지신(溫故知新), 이 사자성어를 자주 듣게 되는 시기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는 11월쯤입니다. 말의 의미는 ‘지나간 것들을 살피고 익혀야 새로운 것을 알고 만들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단어입니다. 시간을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온고지신의 방식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국가, 사회, 기업, 학교, 교회, 가정 그리고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2020년을 바라보며 ‘길목협동조합’은 온고(溫故)에 해당합니다. 2013년에 설립되었고 2019년에 새롭게 설립된 ‘사협 길목’으로 이어지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니 그렇습니다. 7년의 시간이 값진 과거(故)가 되려면 ‘길목협동조합’을 설립했던 정신과 목적부터 함께 했던 모든 논의와 활동들을 잘 익혀서(知) ‘사협 길목’으로 따뜻하게 전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사협 길목’이 지신(知新)함에 있어 시행착오가 최소화되고 목적했던 사업과 활동들을 원활하게 진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취지로 ‘길목인’ 12월호 특집을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주요 사업과 활동 그리고 조합을 유지함에 있어 필요한 구성요소와 기능, 역할에 대해서 간략하게라도 정리해보고자 했습니다. 특집 내용을 바탕으로 12월 초에 있을 이사회, 실행위원회 워크숍에서 좀 더 구체적인 논의를 하고 그 결과를 정리하여 내년 초에 있을 조합원 총회에서 사협 길목의 본격적인 출발을 할 예정입니다.
특집으로 다루고자 했던 내용은 크게 아래와 같이 3가지 부문으로 정리됩니다.
1. 사업 활동 : 심심(심리상담), 도싸(도시락 싸들고), 청년사업
2. 조합원 활동 : 월례강좌, 기행, 책읽기, 영화보기
3. 구성 요소 : 조합원, 재정, 조직, 길목인(소통)
‘사협 길목’은 2019년에 출발했지만 사실상 2020년이 첫해가 됩니다. 그 출발이 든든하고 지속가능하기 위하여 창립을 준비했던 조합원들은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7년간의 이전 역사가 있어서 안도감을 느낍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항목들이 글로 기록되어 있고, 사진으로 찍혀 있고, 조합원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7년 동안의 이야기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 잘 읽고 보고 들으며 조합원 모두 함께 다짐하고 애쓰면 좋겠습니다.
사회적협동조합과 조합원의 역할
우리나라는 20세 이상 인구 가운데 최상위 10% 소득집단의 소득비중이 48.5%로 미국에 이어 당당히 세계 2위이며 아시아에서는 독보적 1등이다. 문제는 이런 불평등의 양상이 영미권 국가들은 상위 1% 소득집단의 소득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심화되었지만 우리나라는 하위집단의 소득이 정체되면서 소득 불평등이 심화 된 것이라 불평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하위집단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외벌이로 3인가구 평균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가구는 19%, 4인가구 평균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가구는 14%에 불과하다(홍민기, 2017).
이러한 양극화 문제를 국가와 기업을 중심으로 개인의 근검절약만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에 왔다는 것이다. 19세기 초 산업혁명으로 인류의 삶이 자본에 종속되려 하자 사람답게 살기 위해 자조와 연대, 호혜, 상생의 외침으로 시작된 협동조합운동이 생각난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심화 되는 실업과 양극화에 다급해지자 사회적기업 육성법(2007)을 제정하여 사회적경제를 취약계층 고용정책으로서 어설프게 시작하였다. 그러나 국가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인증하여 재정지원을 하는 초유의 정책을 추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활성화가 더디고 국가의 재정부담이 커지자 세계 협동조합의 해였던 2012년에 협동조합기본법을 제정하여 협동조합은 설립만 지원하는 것으로 제도화하였다. 그 후 문재인정부가 사회적경제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육성정책이 활성화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었다.
협동조합은 영리법인으로서 배당이 가능한 일반협동조합과 비영리법인의 법적 지위를 보장받으면서 배당이 금지되고 청산 시 잔여재산이 국가나 비영리법인으로 귀속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는 비영리법인은 사회적협동조합과 사회복지법인 2가지뿐이니 사회적협동조합의 공익성과 공공성은 필수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조합원 대상으로만 사업을 해야 하는 일반협동조합과 달리 사회적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아니어도 주사업에서 발생되는 사회적 편익이 필요한 사람한테는 서비스제공이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자조, 연대, 호혜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취약계층에게는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스스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므로 사회적협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회적기업이든 협동조합이든 사회적경제는 사회가치, 민주성, 경제성이 필수요건이다. 이중 사회가치는 설립하고자 하는 협동조합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부분이며 민주성은 생산자(사업자)와 소비자(노동자)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의사결정구조가 있어야 하며, 기업이니 만큼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따라서 조합원의 역할은 개인적 역량이나 전문성으로 좋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주체가 되면서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기업운영에 대해 공동책임을 지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무수히 많은 성장과 위기가 반복되면서 역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조합원의 역할은 이런 역사를 만들어 가는 자발적 주체라고 정리하고 싶다.
‘사협 길목’의 주체, 조합원!
최근 지인이 협동조합을 창설하는 일에 도움을 요청하여 준비모임에 몇 번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며 ‘왜 이 사람들은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하는가?’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논의하는 내용을 듣다 보면 협동조합의 본질적인 취지보다 ‘조합원이 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고, 이런저런 혜택이 제공된다.’는 얘기들을 주로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인에게 협동조합을 만들려면 조합원들과 공부를 많이 해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협동조합 방식은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들이 주인공이기에 생산과 소비의 주체이고, 직원으로 업무를 하고 후원도 그들이 맡아야 합니다. 길목협동조합의 조합원 현황에 대하여 살펴보려고 합니다. 올해 10월 말 기준으로 조합원은 279명입니다. 2014년 조합원총회 자료상의 131명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어난 숫자입니다. 이후 매년 조합원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였습니다. 조합의 활동을 평가할 때 조합원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한 이유 때문입니다. 하지만 2018년 말 기준으로 실제적인 조합 활동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숫자를 점검해 본 적이 있는데 대략 70명 내외의 숫자로 집계가 되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조합원의 숫자가 늘어난 이유와 적정한 조합원의 숫자를 판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경험했던 조직인 학교와 회사, 교회에서 구성원은 많은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 결과 최근 몇 년간 조합원총회의 의사정족수를 충족하기 위해 고민을 했었고 조합원의 3/4이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러모로 불필요한 수고를 하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됩니다.
‘사협 길목’의 적정한 조합원 숫자는 어떻게 산출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주요사업의 원활한 추진과 활발한 의사소통, 안정적인 재정구조, 의사결정 과정의 편의성을 위해서는 100명을 상한선으로 조합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대체적인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직 활동을 진행하려면 100명도 많다는 의견도 있을 수 있습니다.
조합원 관련하여 점검해야 할 과제로 두 가지를 제안합니다. 첫째는 그 동안 월례강좌를 조합원을 대상으로 했지만 불특정 다수도 염두에 두고 대중적인 강좌를 진행했던 것으로 같습니다. 향후 월례강좌는 조합원 중심의 주제와 실질적인 내용으로 진행하면 조합원들이 같은 뜻을 가지고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둘째는 조합 내 조직(이사회, 실행위원회)에 모든 조합원이 참여하는 방안을 궁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 조합원의 참여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조합의 지속성이 담보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분명한 것은 7년간의 ‘길목협동조합’ 활동이 조합원을 어떻게 구성하는 것이 좋은지를 잘 알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의 안정을 위한 제안
2018년과 2019년 두 번의 조합원총회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재정보고 자료(결산과 예산)를 만드는 과정과 내역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재정프로그램이 살림살이 규모에 비하여 복잡했고 입출금 통장이 사업별로 만들어져 있어서 불필요한 작업이 생기고 오류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현재 재정자료를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은 엑셀이면 충분하고 통장은 두 개로 집중하여 관리하고 있습니다.
수입과 지출의 규모로 7년간의 조합 활동을 규정할 수는 없지만 대략의 모습은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4년 수입 결산 금액은 63백만, 2018년은 75백만입니다. 자세한 내역은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4년 동안 20% 정도 증가했으니 매년 작은 숫자의 증가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정으로 추정할 수 있는 사업활동은 매년 같은 사업을 같은 규모로 진행한 것이 아닐까 판단해 봅니다.
수입내역을 보면 고정적인 수입(단체와 개인 후원)은 변동이 없으며 기행이나 강좌활동의 규모와 횟수에 따라 작은 변동이 있습니다. 지출내역은 심리상담활동 후원비와 도시락싸들고 활동비 그리고 고정비 성격의 인건비와 관리비로 구분됩니다. 사업의 내용, 즉 지출에 따라서 수입이 변동되는 재정구조가 아니라 수입에 맞추어 사업을 진행하는 측면이 강해서 매년 반복적인 사업활동이 이루어진 측면도 분명 있을 것입니다.
‘사협 길목’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이유로 기부금 처리와 공공 프로젝트의 수주를 거론합니다. 이러한 이유는 어찌보면 고착화된 재정구조를 변화시켜서 새로운 사업의 진행을 활발하게 해보려는 의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협에서는 초기에 재정활동 관련된 조직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사협의 활동을 잘 알려서 후원자들을 모으고 프로젝트 수주활동을 적극 지원할 수 있는 내부 조직의 정비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사협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하고 참여하는 조합원과 아울러 재정의 안정적인 확충이 꼭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확충의 시점은 반드시 초기에 어느 정도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2020년 사협 길목의 출발을 앞두고 재정부문에 조합 역량의 집중이 필요함을 강조하는 바입니다.
모두가 참여하는 소식지 '길목인'을 지향하며
협동조합을 나타내는 영어단어인 co-operative는 형용사 혹은 명사로 사용됩니다.
형용사로 사용될 때는 ‘공동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서로 도와 일하는(involving mutual assistance in working toward a common goal.)’, 명사로 사용될 때는 ‘구성원들이 수익 혹은 수혜를 공유하는 농장, 사업체 혹은 기타 조직체(a farm, business, or other organization which is owned and run jointly by its members, who share the profits or benefits.)’를 의미합니다.
협동조합의 소식지인 ‘길목인’인도 그 내용 뿐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도 협동조합의 정신에 부합하여야 합니다. 협동조합의 정신인 ‘함께 만들기’와 ‘같이 나누기’는 인터넷으로 소통하고 스마트폰으로 글과 사진을 접하는 최근 트렌드에도 가장 적합한 형태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길목인’ 활동으로 조합원의 연대감을 강화 시켰다고 생각합니다만 조합원 참여의 폭을 넓혀 조합원 전원의 참여를 끌어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1970년 4월 창간호를 발행하였던 ‘월간 샘터’가 2019년 12월호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폐간을 한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기사를 접한 독자들이 앞다투어 정기구독을 신청하는 등 지원의사를 전하였고 결국 발행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월간 샘터’는 2020년 4월 창간 50주년 기념호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집니다. 많은 독자를 연대시킬 수 있었던 원천은 잡지의 깊은 역사도 있지만 독자의 투고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잡지의 성격이 연대의 큰 힘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길목인은 조합원 모두가 컨텐트를 만들어 내는 소식지가 되어야 합니다. 편집위원들도 조합원의 참여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