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과 돌봄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가 있다. 집중해서 본 영화는 아니었지만 몇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남은 음식으로 허기를 채우던 혜원은 임용고시에 실패한 후, 팍팍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온다. 그곳은 시골 혹은 농촌이라는 이름이 어울릴법한 곳이다.
나 또한, 항상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고, 경치 좋은 시골에서의 여행 같은 생활을 그려보곤 했다. 이곳을 떠나 낯선 곳에 가면 새로운 삶이 있을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다. 떠난다는 것은 현실을 잊고 싶은 도피일까, 아니면 새로운 것을 찾고자 하는 도전일까? 무엇이든 간에 자신의 모습을 포함하여 익숙하던 것들을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지난 12월, 나는 낯선 곳에서의 한 달 살기를 기대하며 모든 일을 그만두었지만, 막상 일을 그만두고도 떠나지 못하는 자신을 보았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고 떠나고 싶어 하면서도 막상 울타리를 넘어가지는 못한다. 왜 떠나지 못했을까? 떠나지 못하게 하는 그 마음이 무엇인지, 요즘 하고 있는 나를 찾아 떠나는 또 다른 여행(심리상담)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은 음식 이야기이다.
도시에서 익숙했던 간편조리식품이 아니라, 혜원이 주변에서 재료를 구해 스스로 요리하는 장면들을 영화는 정성스레 보여준다.
얼마 전에 수퍼바이저가 요리를 하지 않는 나에게, 자신을 위해 요리해서 먹는 것이 자신을 스스로 돌보는 첫걸음이라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는데, 그때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고, 동시에 이 영화가 떠올랐다. 혜원은 영화 속에서 음식을 통해 자신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요리하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생각했고, 시간 지나 상한 재료를 버리는 것이 아까웠기에, 끼니를 주로 밖에서 해결하거나 간편조리식품을 이용하는 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집에서 요리를 시작함으로써 자신을 돌보는 길에 들어선 요즘, 요리하는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잘할 수 있는 음식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타인과 나누고 싶은 마음에, 행복해하기도 한다.
혜원이 처음 고향에 내려와 한겨울 눈 덮인 마당에서 눈을 헤집고 배추를 뽑는 장면이 있다. 어떻게 그때까지 배추가 남아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눈 속에서 찾아낸 그 배추는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는 희망의 씨앗같이 느껴졌다. 나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하면서 또 다른 숨어있는 희망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영화는 그렇게 지친 혜원이 자신을 돌보는 모습을 보여준다.
혜원은 1년간 고향집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자신을 이해하고,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방향을 찾았을까?
혜원이 돌아갈 고향집이 있었던 것처럼 나에게도 작은 숲이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제목처럼 우리에게는 마음을 다시 건강하게 쌓아 올릴 자신만의 작은 숲이 필요하다. 그 숲은 물리적인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영혼의 안식처인 자신만의 작은 숲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