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
심리부검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부검이 시신을 해부하여 사망의 원인을 검사하는 것이라면, 심리부검은 자살 사망자의 가족, 친지 등 주변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되는 요인들을 살펴보는 조사 방법입니다.
심리부검은 사망원인에 대한 분석뿐 아니라 유가족이 갑작스러운 고인의 죽음을 객관적이고 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죄책감과 자기 비난에서 벗어나 건강한 애도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합니다. 실제로 심리부검 면담 이후, 유가족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답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심리부검센터가 심리부검 분석 결과를 발표하는데, 이러한 공통점이 있다고 합니다.
자살 사망자 중에는 수면 장애로 고생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잠을 자기 위해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었고요. 여기에 술에 대한 문제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잠을 못 자면 면역체계가 약해지고, 스트레스를 받고, 우울해지고, 뇌가 휴식을 취하지 못하니 인지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수면제나 항우울제에는 졸피뎀 성분이 있는데, 졸피뎀의 약물 부작용은 충동성 증가라고 합니다. 술을 마시는 경우에도 충동성이 증가하는데, 여기에 잠을 자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하는 경우 충동성을 통제하기 어려워집니다.
자살은 계획된 것보다는 충동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그 비율이 1:9 정도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상담자는 정신과 치료 경험이 있는 내담자를 만나게 되면, 상담초기에 진단명과 어떤 약물을 복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고, 또한 내담자의 충동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이 부분을 관리해주어야 합니다.
위 세 가지 외에도 자살 전 또 다른 경고신호로는 감정 상태 변화, 식사 거부 증세, “죽고 싶다” 혹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이야기, 우울증이나 조울증의 장애 등이 있습니다.
자살 사망자는, 발표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90% 정도가 사망 전에 주변에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유가족의 20% 정도만이 자살자의 사망 전 경고신호를 알아차렸습니다. 자살하는 사람은 도와달라고 경고신호를 남깁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혹은 알아차리더라도 설마 하면서 그냥 넘기거나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합니다.
자살이라는 단어는 상담 중에 듣고 싶지 않은 단어 중 하나이고, 혹여라도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듣게 되면 그때부터 긴장합니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은 너무나 무거워 입 밖으로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질문은 자살 생각이 있는지 ‘직접’ 묻는 것이라고 합니다. 물어줬을 때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자살을 생각하고 있나요?”라는 질문이 전보다 가벼워져서 나의 입에서 내담자의 마음으로 잘 전달되기를, 그래서 그 이후 내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진짜 힘들었겠다.”라는 말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