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심심엔]

ddaeed

잘 보고 잘 듣고 잘 느끼기

posted Sep 10, 2024
Extra Form
글쓴이 최민자
발행호수 8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531894.jpg

 

 

4~5년 전부터 허리가 너무 아파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2,3번 디스크라고 했다. 물리치료도 받고 자세도 잘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조금씩 호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낫지 않고 계속 오른쪽 허리와 양쪽 골반 통증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다니던 병원 외에 다른 병원들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새로운 병원을 가면 공통적으로 간단한 설문지, 엑스레이를 찍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는데 하나같이 의사들이 엑스레이 사진만 보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었다. 다섯 곳 정도를 찾아갔고, 의견은 대부분 퇴행성이고 골반에는 큰 이상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신경주사를 허리에 놓고, 약을 처방해 줬다. 주사를 맞아도 통증은 변함이 없었고,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두려움이 컸다.

 

그러던 차에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병원을 소개받아서 가게 되었다. 지인의 남편도 허리디스크로 고생이 많았는데 소개해 준 병원으로 다니면서 많이 좋아졌다는 것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바로 병원을 방문했다. 진료를 받으며 조금 다른 점이 있었다. 의사가 엑스레이 사진만 보지 않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디가 아픈지, 어떤 때 아픈지, 언제부터 아픈지, 지금까지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 효과는 있었는지, 한 곳만 아픈지 여러 곳이 아픈지 등이었다.

 

내가 아프다고 말하는 부분을 가만히 보던 의사는 "거기는 허리가 아니고 등이에요. 등이 아픈 거예요. 지금 아픈 곳은 디스크 때문에 아픈 것이 아니라 등에 위치한 척추가 좋지 않은 거예요. 엑스레이나 mri로는 나오지 않습니다. 인대나 신경 등에 손상이 온 거예요."

 

나는 속으로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만난 의사들에게 모두 똑같이 내가 아픈 부위를 설명했지만 아무도 그 부분은 등이라고 말하지 않았고, 늘 엑스레이 사진만 보면서 퇴행성이라고 한결같이 말했던 것이다. 아무튼 이번 의사도 신경주사를 맞자고 했고, 나는 늘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의사는 놓는 부위가 달라서 효과가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다음날부터 늘 아팠던 등이 안 아프기 시작했다. 의사는 당분간을 매일 오라고 했는데,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고 다음 단계치료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동안 내가 만났던 의사들도 똑같은 의사 면허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었을 텐데, 왜 그들은 알지 못했을까? 내가 아픈 부위가 허리가 아니라 등이라는 것을 말이다. 내 생각엔 나를 보지 않고 엑스레이 사진만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말하는 것은 뻔히 디스크 증상일 테고, 엑스레이 사진으로 손상 정도만 보고 수술여부를 판단해야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내가 허리가 아픈지 등이 아픈지 알게 뭔가?

 

나는 상담할 때 어떨까? 이 아이는 adhd진단을 받았고, 지능이 낮고, 이혼 가정이고, 다문화 가정이며, 어떤 장애가 있으니 이런 어려움과 문제가 있을 거야...... 지레짐작하고 아이의 말을 모두 예단한 사실에 비추어 이해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그 의사처럼 잘 듣고 잘 보았는지 확신할 수가 없다. 상담을 처음 시작할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아는 것도 없어서 그냥 무작정 열심히 잘 들으려고 했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좋으니, 초심으로 돌아갈 때인 것 같다.


  1. 이태원참사 2주기에 부쳐 - 사회적 애도의 길, 진실만이 치유

    사회적 애도의 길, 진실만이 치유할 수 있다 -이태원참사 2주기에 부쳐 지난 26일(토) 시청광장에서 이태원참사 2주기 추모대회가 있었어요. 1주기에 이어 가수 하림 씨가 노래로 위로를 전하는데 특별히 '별에게'를 불렀어요. 최정주(최유진 희생자 ...
    Date2024.11.05 Views14
    Read More
  2. RAIN: 마음에 비가 오면

    어린 시절, 골목길에 앉아 사람 표정을 관찰하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들어도 말하지 못하던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궁금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은 마음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굳은 얼굴만 보였다. 이상하게도 사람...
    Date2024.10.06 Views42
    Read More
  3. 잘 보고 잘 듣고 잘 느끼기

    4~5년 전부터 허리가 너무 아파 가까운 병원에 갔는데 2,3번 디스크라고 했다. 물리치료도 받고 자세도 잘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조금씩 호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낫지 않고 계속 오른쪽 허리와 양쪽 골반 통증은 계속되었다. 그래서 다니던 ...
    Date2024.09.10 Views33
    Read More
  4. 진실이 주는 고통과 치유

    대부분 내담자가 상담 공간을 찾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어떤 '고통' 때문이다. 주로 첫 회기 때, 내담자의 고통은 여러 형태로 진술되는데 가령, 심리적인 이상 증세, 신체적 증상, 가족 간의 갈등, 사회관계의 어려움 등이다...
    Date2024.07.08 Views115
    Read More
  5. 청개구리

    부정적 치료반응(Negative Therapeutic Reaction)이란 상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회기 내에서 상담자와 내담자가 의미있는 접촉을 한 후에 내담자의 상태가 다시 악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프로이트(1923)는 "조금이라도 문제가 해결되고 증상이 개선되...
    Date2024.06.05 Views122
    Read More
  6. 자기애

    상담을 하다 보면 종종 내담자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라고 물어온다.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들이 이런저런 조언을 하다가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해준다는 것인데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하는 건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
    Date2024.05.07 Views72
    Read More
  7. 마음의 광야 - 우리 안에 감추어진 힘의 근원

    가끔 고즈넉하게 홀로 자기의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극심하게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본다. 상담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내담자들이 홀로 못 있는 이유는 다양하다. 어떤 경우에는 이름 모를 불안으로 인하여, 또 어떤 경우에는 어린 시절 방치되면서 ...
    Date2024.04.07 Views165
    Read More
  8. 기울어진 운동장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운동장이 기울어져 한쪽이 유리한 지점에서 경기를 치르지만 다른 한쪽은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을 비유하는 말이다. 내담자 A는 능력 있는, 회사 동료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원이다.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혹...
    Date2024.03.12 Views99
    Read More
  9. 사기캐릭터

    © glenncarstenspeters, 출처 Unsplash "선생님, 00 캐릭터 이게 진짜 사기거든요..." 아동내담자 A는 능력이 아주 좋은 게임 캐릭터를 설명하면서 "사기"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현실에서 아이들끼리 무심코 많이 쓰는 말이다. 근데 도대체 능력이 좋은...
    Date2024.02.06 Views95
    Read More
  10. 더 이상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는 세상에서

    요새는 인터넷에 출산율과 관련한 이런저런 뉴스가 뜨지 않는 날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1이 안된다느니, 이러면 경제활동 인구가 부족해질 것이고, 국민연금도 고갈될 것이고, 곧 대한민국 소멸의 시기가 올 것이고 등등의 뉴스를 ...
    Date2024.01.07 Views13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