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심심치료사로 활동하는 세종로 정신분석연구회 이재경입니다.
2015년 2월, 심심을 통해 내담자를 처음 만났으니 벌써 2년 10개월이 지났네요. 처음 시작할 때는 상담을 신청하시는 분이 생각보다 적어, 위원장님과 간사님이 가까운 분들에게 소개도 하고, 카드뉴스도 만들며 애를 많이 쓰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어떤 내담자는 시민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을 위한 상담프로그램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터넷으로 몇 시간을 검색하여 신청하셨고, 카드뉴스를 보고 조심스럽게 상담을 신청하셨다는 분도 계셨죠. 그렇게 처음에는 잘 알려지지 않아 어려움이 많았는데 이제는 ‘통통톡’ 네트워크를 통해 연락하시는 분도 계시고, 상담을 경험한 분들의 소개로 오시기도 합니다.
그간 3년여 동안, 우울증과 불면증, 낮은 자존감과 무기력, 대인관계의 어려움 등 이렇게, 저렇게 마음이 아픈 분들을 만났습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자신은 늘 초라하다고 느꼈던 내담자 한분은 그렇게 생각했던 자신이 너무 가엾다며 펑펑 울기도 하고, 어떤 분은 주변 분들에게는 아낌없이 나누어주고 자신에게는 커피 한잔에도 벌벌 떨었다며 속상해하신 분도 계셨죠.
최근에는 학생회 활동하는 대학생들이 오는데, 어떤 대학생은 심심이 사회운동 하는 분들을 위해 상담하는 곳이니 학생운동하면서 힘든 점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는, 말을 빙빙 돌리다가, 나중에야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더니 그동안 자신이 뭐가 힘들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며 30회기로 마치는 것을 아쉬워했습니다. 어떤 분은 일주일에 딱 한 시간, 자신을 위한 시간이며, 사색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어 참 좋았다고 합니다. 혼자 생각하는 것은 그저 생각으로만 남는데,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 이야기하니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노라 하셨죠.
반면에,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바쁜데 자신은 상담에 오기 위해 이른 퇴근을 하거나 따로 시간 내는 것을 몹시 불편하게 생각하기도 하고, 상담을 통해 자신이 약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쉽지 않은 듯 보였죠. 특히 노동운동 하시는 분들은 자신을 돌보는 일은 이기적인 일이라 여기며, 아프고 힘들어도 참아야 하며, 자신이 약하게 보이면 같이 하는 동료들이 불안해한다며 더는 마음을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상담을 하면서, 우리는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일에 얼마나 인색한 지를 깨닫게 됩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나 그들이 원하는 것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게 마치 건강하고 그래야만 되는 일로 여기는 듯합니다.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응원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0회기에서 30회기면 5개월에서 길게는 9개월을 만나니, 마지막 회기가 끝나고 가시는 뒷모습을 보면 이별이 아프고 아쉽고, 때론 작별인사도 못하고 중도에서 종결하시는 분이 계시면 힘들기도 합니다. 어쨌든 아쉬움 많지만, 보람도 있는 이 일이 저는 참 좋습니다. 내년에도 심심을 통해 더 많은 분들과 만나고 소통하고, 그 분들을 통해 제 자신도 이해하고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